[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받지 않으려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 전담병원 의료진이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의 이현섭 간호사는 10일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간호사 수만 보고 환자를 더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 것이라고 하는데 직원도, 환자도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간호사는 실제 현장에선 간호업무 외에도 환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잡무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 병동에 간호사가 10명 정도라면 환자는 4~50명인데 그 중 10명가량이 식이보조가 필요하다”며 “이분들 식사를 돕는 데만도 40분 이상이 걸리고 끝나고 나오면 할 일이 쌓여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밥을 빨리 먹으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천병원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위험성이 높은 코로나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는 부분도 문제점이다.
그는 “솔직히 우리 병원의 규모나 의료자원으로는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확진자들에게 유사상황이 발생하면 대처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환자를 받는 것이 환자를 위해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그냥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입원시키라고 하는 셈인데 그런 환자들은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병원에서 받는게 맞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이유없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생활치료센터, 재택치료 중이던 환자들 중 상태가 악화되는 분들도 입원을 받고 있고, 주변에서 전원오는 환자들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또한 9.2 노정합의에 담긴 간호인력 기준이 하루 빨리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의 소진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노정합의에서 11월이면 인력기준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일부 병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재차 급증하면서 현장 의료진들은 죽을 맛이다. 약속한 대로 인력 기준을 정리해 하루 빨리 현장에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이 같은 현장 상황을 해결하고 위드코로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공공의료 확충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9.2 노정합의의 올바른 이행을 위해 당장 시급한 9개 지역 신축병원 예산 900억원을 포함해 2356억원의 증액이 정기국회 예산 심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대전, 서부산, 서부경남 3곳의 공공병원 신축 ▲인천, 울산, 광주, 동부산, 대구, 제천 진료권의 6개 공공병원 신축 ▲의정부 등 6개 중진료권 이전∙신축 위한 설계비 ▲감염병전문병원 추가 3개소 설립 설계비 및 증축 ▲국립중앙의료원 기능강화 ▲국립공공의대 설립 등을 위한 예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나 위원장의 지적이다.
나 위원장은 “국회의 예산심의는 정부에서 편성하지 않은 사업 중 정책사업을 증액하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며 “이번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공공의료확충 예산도 여당과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