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11월 초 단계적인 일상회복인 위드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병원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해외사례를 참고했을 때 일일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유력한 상황에서 밀려드는 환자를 현 의료시스템 안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의료 병원계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료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반면 정부는 최대 확진자 1만명이 발생해도 대응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병원에 대한 행정명령 확대를 포함해 각종 인프라 지원 확대, 1차의료기관의 코로나 진료 역량 강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위드코로나 앞둔 대형병원들, 그야말로 ‘폭풍전야’ 심경
27일 기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현재 준·중환자병상 가동률은 총 455병상 중 219병상이 남아 50%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2~3배 이상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면서 병원계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비단 병상의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과 장비 등 전반적인 의료자원의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칫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27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KHC2021'에 참가해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모든 병원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며 "일상회복으로 가면서 사회는 긴장을 풀고 느슨해지고 있는데 반해 병원은 오히려 타이트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은 "확진자가 늘면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의료진 중에서 확진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 환자로 인해 다른 질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의 진료체계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의료체계 내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수성 기획조정실장도 "어찌보면 태풍전야로 굉장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병원 차원에서의 의료인력 투자로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병상과 인력, 장비 등 여러 형태로 다양한 측면에서 서포트가 필요한 상태"라며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위드코로나로 인한 환자 증가를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소하던 확진자 추세가 다시 2000명 가까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권 장관은 "3주 동안 감소 추세였던 확진자 수가 이번 주 들어 증가해 2000명에 육박한다"며 "일상회복으로의 이행을 위해 방역 긴장감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았던 위드코로나 선행국들도 속수무책으로 확진자 폭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대부분의 방역 규제를 풀며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영국은 위드코로나 초기 일일 확진자가 3만명대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확진자가 50% 이상 급증해 지난 21일 기준 5만2009명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위드코로나로 전환을 시도한 싱가포르도 위드코로나 도입 후 일일 신규 확진자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동안 확진자 수 제로를 기록하던 싱가포르는 이번달 확진자 4000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의 다른 위드코로나 실시국가인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벨기에 등도 마찬가지다.
일반병실 진료 전환‧보상제도 강화 등 대책 강조…비대면진료 확대 예상도
위드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의료계에선 기존과 다른 코로나19 진료 패턴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경증 위주의 환자의 경우 재택치료와 생활치료센터 진료 시스템을 강화해 의료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로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박종훈 병원장은 "총론적으론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이 맞지만 기존에 코로나 환자를 보는 것과는 다른 패턴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치료방식으론 아마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올 수 있다"며 "백신 접종 등으로 사망률과 중증 전환 비율이 기존보다 낮아졌다고 한다면 코로나 환자도 일반병실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하는 등 대대적인 치료방식 전환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윤리학교실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진료 대책은 임시적이고 땜질식으로 이뤄졌다"며 "위드코로나로 전환될 땐 이제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필요한 의료인력을 고용하고 진료시스템과 의료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보상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일부지역에선 병상이 있는데도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인력 부족 때문이다. 정부가 보상 등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병원에서 병상을 내놨음에도 진료에 차질이 있다면 국민적 질타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병원은 코로나 환자 진료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보상 요구를 하고 이에 맞는 진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전문 경영컨설턴트 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는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예측이 빗나갔을 땐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병원들의 경영상 손실이 커졌을 때 어떤 식으로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상활별 대응책과 병원과의 적절한 협조관계가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진료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수성 기획조정실장은 "정확한 데이터는 봐야 알겠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서울아산병원의 비대면진료 건수가 늘어난 것은 맞다"며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병원도 비대면진료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확진자 최대 1만명까지 대응…행정명령‧보상 확대, 개원가 참여 강조”
이에 대해 정부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으로 늘어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간병원의 인프라 지원을 늘리고 1차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치료 역량 강화에도 힘을 쓰겠다는 각오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대응을 위해 현재 생활치료센터 2만병상과 코로나19 중환자병상을 500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환자 거점전담병원 개념도 도입해 스텝다운 방식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론 중환자 병상을 늘리기 위해 해정명령 확대 조치 등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드코로나 단계에서 최대 1만명까지 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재택치료와 생활치료센터를 확대해 병상 부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병원 이외 민간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의 치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인프라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코로나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1차의료기관에서도 동선 관리 등을 통해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일반환자도 볼 수 있고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대응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