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횡격막 탈장 오진, 의사 3인 구속 사건
요즘 의사들 사이에서 푸념처럼 유행하는 말이 있다.
‘매일 교도소 담장을 걷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늘 오진과 의료 과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여차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 10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3년 6월 성남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8세 어린이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사 3명 전원에게 1년 이상의 금고형을 선고했고 이들은 모두 법정 구속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 전체가 크게 반발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먼저 한명의 의사로서 사망한 아동과 유가족에게 큰 조의를 표하고 싶다.
그런데 왜 의료계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크게 반발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관련된 의사 3명 모두가 구속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의사로 모두 전문과목이 다르고 경력이 달랐다. 심지어 가정의학과 의사는 전문의 수련 과정을 시작한지 고작 3개월이 된 전공의 1년차였다.
다른 호흡기 증상이나 활력 징후의 변화 없이 단순히 복통으로 내원한 소아의 흉부 X-ray를 판독하고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는 것은 소아외과 전문의조차 경험하기 힘든 케이스다. 그런데 갓 3개월 된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이런 전문 영역을 넘나들며 정확한 판단을 했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고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
게다가 현재 사망의 원인이 된 횡격막 탈장이 언제 발생했는지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여러 감정에서 벗어난 단 하나의 감정 결과만을 수용해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이런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더라도 벌금형이거나 집행유예를 통해 인신구속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환자 진료를 보던 도중에 재판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을 시켰다.
진료를 하고 있던 의사가 어디로 도주를 한다는 말인가. 이런 가혹하고 황당한 결정에 의료계 전체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고, 오판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과실과 오판이 인정되면 환자와 유가족에게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민사적 보상과 형사적 처벌은 완전히 다르다.
타인의 생명과 인생을 다루는 직업은 의료인뿐 만이 아니다. 119 대원들, 경찰들, 그리고 판사, 검사 등의 법조인도 포함되고 언론인들도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철저한 전문 교육을 통해 양성되고, 직업적 윤리와 사명감을 갖추고 선의에 따라 일을 한다.
그런데 이들의 업무상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가혹하게 형사적 처벌을 한다면 이들이 과연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자명하다.
만약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나와서 구속됐던 사람이 1심에서 놓친 증거가 나중에 발견돼 최종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고, 1심을 담당한 판사와 검사를 구속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대부분의 1심 판결문은 이렇게 나오게 될 것이다.
‘피고인은 유죄일 수도 있고 무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