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해 희귀 질환에 대한 특정 유전자 치료법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FDA 생물학적제제평가및연구센터(CBER)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이 27일(현지시간) 세계 희귀 질환의 날을 맞아 FDA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희귀 질환과의 교차점 - 환자 중심 이벤트' 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스 소장은 "2022년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 5개가 추가되며 미국에서는 12개 세포 기반 또는 직접 투여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중 일부는 암에 대한 항원 수용체 T 세포이고, 희귀 유전 질환에 대한 치료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희귀 질환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할 때 알아야 할 필수적인 핵심 요소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단백질 결손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희귀 질환은 실제로 거의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치료뿐이다"고 말했다.
마크스 소장은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많은 희귀 질환의 경우 동물 모델이 없기 때문에 비임상 개발과 임상 개발, 제품 제조에 어려움이 있다. 동물 모델이 있더라도 첨단 기술과 유전자 편집을 사용해 접근하고자 한다면 인간 세포주 또는 인간 오가노이드 모델을 사용해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임상 개발이 어려울 수 있으며, 제조 측면에서도 유전자 치료제를 제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표준화되지 않았으며, 유전자 치료 개념에서 환자 치료로 넘어가는데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FDA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협력해 비스포크 유전자 치료 컨소시엄(Bespoke Gene Therapy Consortium)을 만들었다. 이 컨소시엄은 여러 기업과 비정부 및 정부 기구가 모여 유전자 치료제 생산을 표준화하고 향상시킬 방법을 찾고자 하며, 먼저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유전자 치료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벡터이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이러한 종류의 연구가 확장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마크스 소장은 "궁극적으로 개념에서 제조까지 치료법을 얻는 플레이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마크스 소장은 이와 함께 FDA는 유전자 치료의 상업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잠재적인 치료법이 있더라도 제조사가 극소수의 환자를 위해 치료제를 생산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크스 소장은 제조가 '진정한 병목 현상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며, 그 대책으로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하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의 수를 늘리는 것을 제시했다.
마크스 소장은 "자본 투자 비용과 지적 재산권 보호로 인해 유전자 치료제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연간 최소 100명을 치료해야 한다. 그 이하로 치료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향이 있고,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면서 "한 국가에 희귀 질환 환자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나 여러 국가를 합하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 세계 규제 기관이 모여 조정을 통해 유전자 치료에 대한 부분적인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FDA는 자동화를 통해 제조 측면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유전자 치료제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학술 기관이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치료제의 승인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분야에서 신속 승인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나 희귀 질환, 특히 효소 대체 분야와 퇴행성 질환의 경우 환자의 기능 또는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성숙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리는 동안 가속 승인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 환자 집단을 위한 유일한 방법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마크스 소장은 "종양학 분야에서 오비스 프로젝트(Project Orbis)를 통해 수행한 것을 모방하고, 여러 국가 간 동시 규제 검토를 시도해 FDA가 주도하고 다른 국가가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할 것이며, 이를 통해 상업화 가능한 환자 수에 더 빨리 도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마크스 소장은 유망한 희귀 질환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에게 개발 단계에서 FDA와의 상호 작용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희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를 수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마크스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FDA는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과 소통을 개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제조업체와 매우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평소 회의 방식을 버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거의 매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희귀 질환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마크스 소장은 FDA가 유망한 희귀질환 제조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파일럿(Communications Pilot)'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개발 초기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제품을 찾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허용함으로써 개발과 검토, 마케팅 프로세스를 앞당길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 대상은 최근 재생의료 또는 혁신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받아 중추적 임상시험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