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고어사의 인공혈관 공급 중단 논란
인공 혈관을 제조하는 고어사가 2년 전인 2017년 한국에서 돌연 철수했다. 이로 인해 인공혈관 재고가 소진된 올해에 이르러 인공 혈관을 이용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소아 환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가격’이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문제가 된 인공 혈관은 미국 현지에서 개당 80만원, 중국에서는 14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이 ‘지정’한 가격은 2017년 당시 20만원, 여기에 20%를 더 삭감해 16만원이었다.
마지막 ‘강제 할인’에 고어사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돌연 현 정부에서만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돈을 달라는 만큼 주겠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다국적 기업의 의약품이나 치료재료의 한국 시장 공급 중단이 계속 반복돼왔고 이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행적으로 의료와 관련된 모든 치료재료, 의료기술, 의약품 등의 가격을 강제로 원가 이하로 책정해왔다. 이 때문에 인공혈관 가격만 외국 기준으로 올려 주면 연쇄적으로 다른 품목에서도 반발이 생기고 결국 전체 재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좀 더 선별적이고 세심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보인다.
일부에서는 이 사태를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외국 회사를 향해 반인권적, 비윤리적 횡포이며 해당 회사를 ‘생명보다 돈이 중요한 악덕 기업’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는 주장이다. 고어사가 독점을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회사였다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똑같은 짓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고어사 뿐만 아니라,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간암치료제 리피오돌 등의 공급 중단 사태도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났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독점 지위를 악용한 횡포로 정식 문제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런데 WHO가 글로벌 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힘이 딱히 없을 뿐더러, 되레 국제 망신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세계 경제 질서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한 한국의 억지 의료 현실을 보여주고 비웃음만 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매년 현장 의료기기 심사를 요구하는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년마다 요구하는 GMP 심사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통과하면 5억명의 인구에게 제값을 받고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인공혈관의 연간 사용량은 50개에 불과했다.
이런 희귀한 치료재료, 독점 의약품 등에 대해 외국 기업을 배척하고 FTA를 탈퇴하고 공공제약사를 세우거나 국내 제약사를 지원해서 우리가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들지 못하는 외국 물건은 없는 셈 치고 살면 된다. 북한, 베네수엘라 등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과연 환자를 위해 올바른 것일까.
고어사가 인공혈관을 개발해서 적자를 낼 것을 예상했다면 아무도 만들지 못한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액과 오랜 시간을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제약협회에 따르면 2000~2010년대 평균 신약 개발 비용은 26억 달러(약2조 9000억원)이고 대부분 개발 도중 실패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한다. 이런 비용과 리스크를 ‘돈보다 중요한 생명’을 모토로 적자를 볼 것을 감수하고 공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구조적인 성격 문제로 가는 곳마다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진상’은 세상 모두가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인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진상이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게 하는 건 타인들이 천사로 바뀌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격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작가도 이렇게 외국 기업을 두둔하고 우리나라의 구조를 비판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하지만 업체가 이미 공급을 끊은 상태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감정적인 억지 논리로 여론을 선동해서 업체를 압박하는 건 당장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의 부모라면 업체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억만금을 주더라도 물건을 받아왔을 것이다. 식약처와 복지부는 필수재료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산정법을 지난해 12월 법을 개정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고어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으로 이번 사태가 무사히 해결되길 바란다.
인공 혈관을 제조하는 고어사가 2년 전인 2017년 한국에서 돌연 철수했다. 이로 인해 인공혈관 재고가 소진된 올해에 이르러 인공 혈관을 이용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소아 환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가격’이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문제가 된 인공 혈관은 미국 현지에서 개당 80만원, 중국에서는 14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이 ‘지정’한 가격은 2017년 당시 20만원, 여기에 20%를 더 삭감해 16만원이었다.
마지막 ‘강제 할인’에 고어사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돌연 현 정부에서만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돈을 달라는 만큼 주겠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다국적 기업의 의약품이나 치료재료의 한국 시장 공급 중단이 계속 반복돼왔고 이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행적으로 의료와 관련된 모든 치료재료, 의료기술, 의약품 등의 가격을 강제로 원가 이하로 책정해왔다. 이 때문에 인공혈관 가격만 외국 기준으로 올려 주면 연쇄적으로 다른 품목에서도 반발이 생기고 결국 전체 재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좀 더 선별적이고 세심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보인다.
일부에서는 이 사태를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외국 회사를 향해 반인권적, 비윤리적 횡포이며 해당 회사를 ‘생명보다 돈이 중요한 악덕 기업’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는 주장이다. 고어사가 독점을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회사였다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똑같은 짓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고어사 뿐만 아니라,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간암치료제 리피오돌 등의 공급 중단 사태도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났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독점 지위를 악용한 횡포로 정식 문제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런데 WHO가 글로벌 기업에 강제할 수 있는 힘이 딱히 없을 뿐더러, 되레 국제 망신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세계 경제 질서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한 한국의 억지 의료 현실을 보여주고 비웃음만 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매년 현장 의료기기 심사를 요구하는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년마다 요구하는 GMP 심사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통과하면 5억명의 인구에게 제값을 받고 판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인공혈관의 연간 사용량은 50개에 불과했다.
이런 희귀한 치료재료, 독점 의약품 등에 대해 외국 기업을 배척하고 FTA를 탈퇴하고 공공제약사를 세우거나 국내 제약사를 지원해서 우리가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들지 못하는 외국 물건은 없는 셈 치고 살면 된다. 북한, 베네수엘라 등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과연 환자를 위해 올바른 것일까.
고어사가 인공혈관을 개발해서 적자를 낼 것을 예상했다면 아무도 만들지 못한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액과 오랜 시간을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제약협회에 따르면 2000~2010년대 평균 신약 개발 비용은 26억 달러(약2조 9000억원)이고 대부분 개발 도중 실패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한다. 이런 비용과 리스크를 ‘돈보다 중요한 생명’을 모토로 적자를 볼 것을 감수하고 공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구조적인 성격 문제로 가는 곳마다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진상’은 세상 모두가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인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진상이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게 하는 건 타인들이 천사로 바뀌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격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작가도 이렇게 외국 기업을 두둔하고 우리나라의 구조를 비판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하지만 업체가 이미 공급을 끊은 상태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고 감정적인 억지 논리로 여론을 선동해서 업체를 압박하는 건 당장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의 부모라면 업체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억만금을 주더라도 물건을 받아왔을 것이다. 식약처와 복지부는 필수재료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산정법을 지난해 12월 법을 개정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고어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으로 이번 사태가 무사히 해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