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스 줄리어스(David Julius, 66)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안(Ardem Patapoutian, 54) 교수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우리 몸이 온도와 촉각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줄리어스 교수는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을 먹을 때 타는 듯한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온도 감지 수용체를 발견했다. 연구를 통해 특정한 열에 피부 신경 말단에 존재하는 수용체가 반응해 통증을 느끼도록 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또한 줄리어스 교수와 하워드 휴즈 의학센터 아뎀 파타푸티안 교수는 공동으로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통해 피부와 몸 속 장기에서 반응하는 새로운 촉각 수용체를 발견했다. 연구를 통해 기계적 힘을 가하거나 접촉이 이뤄질 때 활성화되는 새로운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변에서 모래를 밟으면서 걸으면 촉각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이 수용체다.
위원회는 "온도와 촉각 수용체는 신체나 일부 질병에서 광범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첫 번째 온도 감지 수용체(TRPV1)는 만성 통증과 우리 몸이 중심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관여한다. 두 번째 촉각 수용체(PIEZ02)는 소변에서 혈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의학계는 이들의 발견으로 감각을 통한 느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광국 교수는 “두 교수는 척추의 신경 말단 부분인 배근신경절 세포에서 통증수용체 ‘TRPV1’을 처음 밝혀냈다. TRPV1은 지금도 통증 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수용체가 되고 있다”라며 “TRPV1은 통증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신경망인 C 신경섬유(C-sensory fiber)와 A 델타 신경섬유(A-delta fiber) 2가지에 다량 존재한다. 외상으로 캡사이신 유사 물질이 분비되면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의 통증 질환과 작열통이 발병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TRPV1 관련 연구가 약물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TRPV1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신경 통증 자극을 줄여주는 리도카인(lidocaine), 나트륨 채널 차단제(sodium channel blocker) , 칼슘 채널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및 스테로이드 등 CRPS와 같은 희귀 통증 질환부터 일반 통증 질환까지 통증치료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신형 교수는 “줄리어스 교수는 여러 감각 및 통증을 매개하는 중요한 일과성 이온채널형 수용체를 발견했다. 그 중 일명 '캡사이신 수용체'로 불리는 통증 온도 수용체 TRPV1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기전을 규명했다. 이 수용체는 단순히 온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화끈거림 또는 따끔거림 이라는 통증 감각에도 영향을 준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발견은 하나의 새로운 촉각 분자구조의 발견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난치성 만성통증과 신경병성 통증의 기전 이해에 있어 새로운 시야를 제공했다. 미래의 통증 치료 약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다.
한편,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수상자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 5000만원)을 받게 된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이한 노벨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유행 탓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말에 온라인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