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 부족으로 수련병원 75%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아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소아흉부외과의사가 있는 병원도 전국에 10개 미만으로 올해 들어온 전공의들도 소아진료를 중도포기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대책 없이는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열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필수의료과로 꼽히는 전공과목 학회들과 전공의 당사자가 저마다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을 호소하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 기피에 주간 진료마저 '위태'…'어린이건강기본법'으로 종합대책 나와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2023년 현재 전공의 총 정원이 800명인데 그중 39%만이 근무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에만 75%의 수련병원이 진료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청과학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 24시간 정상 진료가능한 수련병원은 36%에 불과했고, 교수가 당직을 서는 수련병원도 75%, 입원진료를 이미 축소한 병원은 69%, 응급진료를 축소한 병원은 79%에 달했다.
특히 소청과는 전공의 수련이 3년제로 바뀌면서 내년도에 4년차 전공의 150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3, 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졸업할 예정으로 나타나, 현재의 전공의 지원율이 유지될 경우 3년제 전공의 충원 600명 중 25%인 150명만 충원할 수 있어 수련병원의 주간 병동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에서도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소아의료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 요구의 10% 수준에 불과한 보상수가와 어린이병원 및 중증응급센터 등 최상위 10여개 기관에만 지원을 하는 등 현재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소청과학회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의 안정적인 유입 대책으로 ▲소아 관련과를 포함해 소아연령 입원가산의 신속한 확대 ▲소멸 우려 필수과 전공의 수련지원금 지원 및 지방 가산 ▲소청과 전문의 진로 확보 등을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당장 소청과 입원과 응급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전문의 진료체계 확립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및 획기적 지방 가산이 필요하고, 전공의 수련병원의 전문의 고용지원 대책으로 인건비를 직접 긴급 지원하는 시범사업과 어린이병원 적자보전 형식의 지원을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1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수가 개편과 연령가산, 야간/휴일가산 확대 등도 함께 진행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김 이사장은 소아건강을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2018년 '성육의료법'을 제정해 저출산을 포함한 아동과 관련 정책의 사령탑인 아동가정청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가칭)어린이건강기본법을 제정해 저출산에 대비한 아동 관련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현재 소청과 위기는 1차 의료기관에서 시작돼 3차 수련병원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정부 지원이 위에서부터 시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아래까지 내려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속도를 내주었으면 한다"고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집약적 필수의료과, 터무니 없는 보상‧진료 과정에서 소송 불안…"근본적 대책 필요"
뒤이어 대한신경외과학회 권순찬 교수는 "필수의료에 속하는 신경외과 내에서도 비응급 분야인 척추 검사를 하는 분야로 의사들이 쏠리고 있다"며 "필수의료는 즉각적 개입이 중요하기에 24시간 365일 일정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야 해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으로 관리되고 있는 권역심뇌혈관센터조차도 인력이 부족해 뇌혈관질환 담당자 수는 15~20% 수준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권 교수 역시 필수의료 기피 사유로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 진료 과정에서 소송 등의 불안을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 수술의 난이도 및 위험성을 고려해 필수의료 의사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이 분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필수의료 의사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당장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추가 정원 부여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정부가 전문인력 교육에 지원을 해야 한다. 최근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수의료과를 우선 검토해 수련 제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소아흉부외과는 심장 수술을 하는 곳인데, 우리나라에 소아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5~10개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소아 심장 수술을 못 하는 병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현재 심장 수술을 하는 병원이 전국에 90개가 있는데 그중 전공의 1년차부터 4년차를 모두 갖춘 병원은 5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흉부외과에 전공의가 40명 들어왔으나 그중 4명이 중도 포기해 현재 1년차 전공의 수는 36명이다. 정말 심각하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에도 여러차례 요청을 했고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일회성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수가 문제가 가장 근본 문제인데 정부는 이벤트성의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특별법에도 열악한 근무환경…전공의 부족한 기피과 더 기피하게 만들어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당사자인 전공의로서 필수의료의 '하이리스크 노리턴(High Risk No Return)'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물론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 그런 생각을 하는 의사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박 회장은 "협회에서 전공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 수 이상이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적으로 주 80시간 근무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40시간의 2배가 되는 시간이고, 그중에는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하면서 아예 야간에 소아과 전공의 없이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 문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로도 이어진다"며 "소아과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의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채용을 늘리면 상급종합병원이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돼야 필수의료를 하고 싶어하는 소신있는 전공의들이 일이 힘들까 봐 전공 선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필수의료를 선택하면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 회장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적 재정 지원과 필수의료사고 특례법 등의 제정도 강조했다.
복지부, 소아의료 후속대책‧공공정책수가 실체 조만간 나온다…의료사고 특례법, 힘 모아야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정책과장이 복지부가 필수의료 대책으로 내놓은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수련보조수당 월 100만원 지원 결정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임 과장은 "정부도 그간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중 소청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수련보조수당을 주기로 결정했다"며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선택한 이후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앞으로도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정부도 필수의료가 강화되려면 중증, 응급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자원이 투입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 중점을 두고 2월에 소아의료 대책을 마련했다"며 "지난번에 발표한 것 중 보완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임 과장은 "의료계에서 수가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의사 개인이 고난도 행위를 했을 때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라를 바꿔나가고자 한다"며 "공공정책수가는 처음으로 복지부가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시행일자가 많이 늦어지고 있다. 연구용역도 해야 하고, 시범사업도 해야하며 향후 건정심에도 통과해야 한다. 조만간 구체화된 모습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 과장은 "필수의료 의사들이 버티기 힘든 데에는 경제적 부분도 있지만 자존심, 사명감도 있다.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겪는 어려움이 큰 것 같다”며 “복지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는 물론 타 부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국민인식 개선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가 형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민사적 보상이 적절치 않기 때문도 있기 때문에 민사적 보상이 충분히 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임 과장은 "동시에 많은 일이 진행되다 보니 당장은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큰 방향성은 의료계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믿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