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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난임 연구, 주기당 임신율 2.06%…난임여성 20~27%에 턱없이 낮고 90명 증례연구에 불과

    의료계 “안전성·유효성 확인되지 않아…한방 아닌 인공수정 시도했다면 임신율 30% 넘었을 것"

    한의계 “한방 난임 최초 연구, 연구대상자에 따라 표준편차 큰데 유독 한방에 엄격한 잣대”

    기사입력시간 2019-12-26 13:29
    최종업데이트 2019-12-26 13:33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주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주관으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한방 난임치료 효과를 두고 의료계, 한의계가 공식 토론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기존 입장차를 반복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한방난임 연구 주기당 임신율 2.06%으로 난임여성 임신율 20~27%에 비해 턱없이 낮고 90명 증례연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이번 연구가 근거중심의학에서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주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주관으로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팀은 지난 2015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4년 동안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은 만 20세에서 44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13명(14.44%)이 임신했고 7명이 만삭 출산(8%)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를 두고 한의계는 한방난임 치료 유효성이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유사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방난임 치료 연구결과 두고 의료계, “안전성·유효성 입증되지 않아” 반박

    논문 저자인 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약 투여·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동일 교수는 “경희대, 동국대 한방병원에서 3년 이상, 200례 이상 사용된 난임치료 대표 처방을 설정했다”며 “임상연구약 안전성 확인 실험연구결과 온경탕, 배란착상방은 세포독성이 없었고 배란착상방의 임신·착상 증진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약 정도 관리 관련해서는 GMP 기준에 준하는 시설을 갖춘 자생원외탕전원과 계약하고 원료 한약·임상시험약 정도 관리를 주기적으로 수행했다”며 “총 100명의 연구대상자를 모집했고 7명은 결심변화, 2명은 연락두절, 1명은 공황장애 재발 등으로 10명이 중간에 탈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대상자 중) 난임치료 경험이 누적된 사람들이 많았다. 총 14.44%가 임신됐고 6명이 유산, 7명은 만삭으로 건강하게 출산했다”며 “유산이 많다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다. 난소예비력저하 등 대상자에 따라 임신유지 한계가 있다. 조기 임신계획수립과 한의치료의 조기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안전성 평가 관련해 김 교수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임상병리검사, 활력징후 이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상연구대상자 설문조사 결과 난임치료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며 “이번 임상연구에서의 의료비용을 계산했을 때 임신까지의 평균 치료비가 약 1152만원이었다. 한방 치료가 더 비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연구 필요성을 제시하며 의과 협진 연구를 제안했다.

    최영식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이 체외수정보다는 떨어지지만 인공수정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의과 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정도라는 한의계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했다.

    최영식 교수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보고된 임신율은 한 주기당 임신율”이라며 “이번 보고서의 임신율은 7주기동안 관찰된 누적 임신율로 실제 한 주기당 임신율은 2.06%에 불과해 2017년 경기도 한방난임사업 결과 보고서의 주기당 임신율 2.6%와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원인불명의 난임환자에 한의약 난임치료의 임신율(7주기 14.4%, 주기별 2.06%)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임신율(20~27%, 2~4%)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로 효용성이 없음을 임증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 교수는 한의약 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보고서의 임신율과 비교했다고 하지만 대조군의 선정기준·임상적 특성을 규정할 수 없어 적합한 대조군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1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ase series에 해당하며 가장 하위 수준의 근거만 제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40세 이상에서는 임신한 환자가 없었고 임신이 유지되지 못한 6명 환자의 평균연령은 33.25±3.69세였다”며 “기존에 보고돼 온 체외수정시술의 유산율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출생한 7명의 신생아에서 기형아가 없어서 출산율이 0%였다고 안전하다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반인구에서 기형아 출산율이 2~3%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7명의 신생아에서 기형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방난임치료가 기형 발생에 있어 안전한 치료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의약 난임치료 연구는 90명에 대한 증례연구로 근거수준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연구결과는 원인불명의 난임환자에서 한의약 난임치료과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도 한방 난임치료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한방 난임치료 실효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류상우 차의과학대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7개월 간 한의 치료를 받지 않고 만약 인공수정을 시도했다면 누적 임신율이 30%는 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효용성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류상우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4년이라는 연구기간이 짧지 않고 연구비도 6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들어간 연구비에 비해 연구결과가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의료 윤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도 “의료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소한 해는 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약물치료를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며 “한의사들이 임신 약물치료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중엽 원장은 “IRB에서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심된다. 산모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이 있을 때 그 약이 위험하더라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약이 임신 중에 얼마나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 기본적 배경이 돼야 한다. 임신 중 치료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무열 중앙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학과 한의학은 상당히 개념이 다르다. 서로 전문적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한의협에서는 연구결과가 상당히 좋다고 성과대회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계는 이번 연구결과가 가진 의의를 강조했다. 이진무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한방에서 난임에 대해 진행한 최초 연구”라며 “연구에서 근거가 매우 중요하지만 한계점들이 상당히 많다. 현대의학 근거 중심 관점보다 약을 활용한 다음에 연구를 시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준영 꽃마음한방병원 원장은 “RCT(randomized clinical trial)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원인불명 난임에 대한 RCT 연구가 거의 없다”며 “한의학 최초 연구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자연임신율과의 비교도 연구대상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표준편차가 크다”며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여성의 나이는 높은 편이다. 임신시도 기간도 3년 8개월로 난임 기간이 긴 편이다. IVF도 평균 2회 정도 실패했다. 이런 대상으로는 매달 임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