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동아에스티(동아ST)가 국산신약 슈가논 성공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블록버스터급의 대사질환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혁신신약 후보물질들은 당뇨병을 비롯해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비만 등 다양한 적응증을 확인했으나, 시장 상황과 언멧니즈 등을 고려해 우선 각각 NASH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아ST(동아에스티) 연구본부 면역질환연구실 김미경 실장(신규후보물질 도출·약리연구·추가 적응증 발굴 연구 총괄)은 최근 제약바이오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구용 NASH 치료 신약 DA-1241과 비만치료 주사제 DA-1726의 개발현황과 차별성, 상용화계획, 향후 시장전망 등을 소개했다.
잇딴 GPR119기전 약물 효능입증 실패…동아는 당뇨+NASH 동시 잡을 DA-1241 개발 중
앞서 지난 2011년 동아에스티는 DA-1241를 제2형 당뇨병 신약으로 개발해왔으나, 경쟁약물 포화 등 시장상황과 효능 등을을 고려해 기술수출한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와의 합의를 거쳐 NASH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 개발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2상시험계획(IND)을 지난달 승인받았고,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임상2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DA-1241는 저분자 화합물로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제로, GPR119라는 세포 표면에 위치한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서 활성화시키는 약물이다.
이를 통해 소장의 지방 흡수를 경감시키고 외부로부터 지방공급원을 줄이면서, 간에서는 지방생합성을 억제해 지방간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또한 면역세포의 활성을 감소시켜 염증반응을 줄이고, 간에서의 섬유상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 NASH의 지방간, 염증세포 침윤, 섬유화를 개선시킨다.
슈가논 성공은 물론 DA-1241 초기부터 임상을 이끈 김 실장은 "비알콜성지방간질환(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 환자의 절반 이상이 2형 당뇨병환자며, 당뇨병은 NAFLD의 독립적 위험인자다. DA-1241은 간 섬유화와 지방간 개선 뿐 아니라,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동반질환까지 조절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NASH는 언멧니즈가 매우 높고 정확히 타겟 약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관심을 가졌으나, 대부분 GPR119 작용제 후보물질들이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잇따라 조기에 임상을 종료했다.
김 실장은 "다이이찌산쿄의 DS-8500a(firuglipel) 후보물질은 미국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까지 진행했으나 혈당개선 약효가 관찰되지 않았다. 동시에 진행한 일본 당뇨병 환자 대상의 임상2상에서는 자누비아의 절반 수준의 혈당개선 약효를 보여 개발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자사의 후보물질 DA-1241은 비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이전 실패했던 약물들과 비교해 우수한 혈당강하 약효가 나타났고, 미국 임상1상에서도 전 용량에서 부작용 이슈 없이 자누비아와 동등한 수준의 식후혈당개선 약효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해 오는 하반기 2상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치료제 쏟아지는데 DA-1726 경쟁력은? 식욕억제 물론 운동효과까지 '차별성' 충분
DA-1241과 함께 동아가 대사질환 신약으로 적극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DA-1726가 있다.
최근 동아에스티 자회사 뉴로보가 제83회 미국 당뇨병학회(ADA)에 참가해 비만치료제 DA-1726 관련 2건의 포스터 발표와 구두발표를 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장기지속성 합성 펩타이드약물로 1주 1회 피하주사하는 용법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잇딴 신약 출시로 주목받고 있는 GLP1수용체와 함께 글루카곤(Glucagon)수용체를 균형감있게 활성화시키는 단일 성분의 약물이다.
김 실장은 "다른 GLP1유사체처럼 비만과 당뇨병, NASH에 대한 치료효과를 갖고 있다. 특히 기존에 단순히 식욕억제만으로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기전과는 달리 글루카곤 수용체 활성화 작용이 더해져 말초장기에서 기초대사량 증가를 유도, 약물 중단시에도 요요현상을 통한 체중반등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적으로 확인할 부분이 남아있기는 하나, 체중감소의 '질'이 다르다고 표현하고 싶다.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방식의 비만약에서 에너지원의 섭취도 줄이면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을 한 것처럼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더해진 진보한 컨셉"이라고 밝혔다.
또한 10% 이상의 체중감소 효과는 간접적으로 지방간과 염증, 섬유화를 개선이 가능해 NASH 개선효과를 유도하며, GLP1수용체 작용으로 인슐린 분비증가를 통해 혈당도 개선시킬 수 있다.
개발상 어려움 많은 NASH, 경쟁약물 출시 임박 속 성공 가능성은?
DA-1241, DA-1726 등은 시장 확대가 예고되는 NASH, 비만 치료제지만, 문제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해당 적응증의 약물을 출시하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이다.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오는 2028년 NASH 치료제 시장은 54억 달러, 비만은 16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NASH는 현재 효과적인 약이 없어 비타민 E, 피오글리타존, 메트포르민 등 유지 약물요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신약이 나오면 치료대상과 투여기간 증가로 시장성장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실장은 "NASH와 비만 모두 점점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비만의 경우 삭센다의 단점을 보완한 주1회, 높은 식욕억제 효과 등 획기적 약물들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라면서 "그럼에도 DA-1726은 식욕억제와 함께 NASH 치료 효능, 기초대사량 증가 등의 특징이 있어 후발 주자임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동일계열의 약물(GLP1-Glugagon수용체 이중작용 펩타이드)들이 임상 1, 2, 3상에 포진해 있으나, 이들 경쟁물질들과 비교평가한 결과 DA-1726이 갖는 차별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해당 차이가 임상적으로 구현되는지를 조기에 확인해 비만치료제 계열내최고(best-in-class)약물로서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추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A-1241 역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실장은 "일단 NASH는 임상 자체가 어렵다. 개발 측면에서 볼 때 임상시험 설계가 어렵고 질병 자체가 복합적인 특성이 있어 많은 제약사들이 어려움이 있다"면서 "비만의 대표적이고 확증적 임상지표인 '체중'은 비침습적으로 손쉽게 연속 측정이 가능한, 반면 NASH는 약물치료 전후에 생검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kg가 넘는 성인의 간 조직 중 지방·염증세포 침윤, 세포 괴사, 섬유상 단백질 감소 등을 확인하는 표본이 1/1000 내외의 작은 조각이다. 때문에 대표성 있게 조직을 반복적으로 체취하기 어렵고, 사이트별 병리학자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질병의 상태를 재현성있게 점수화하는 정량평가가 어려워 유효성 확보와 효율성 측면에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비만은 지방조직에 축적된 지방량의 증가가 핵심적인 병태생리인 반면, NASH는 간에서 지방대사의 변화와 염증반응으로 면역세포의 환경이 변화하고 만성적 염증 진행으로 조직의 섬유화가 동반되는 복잡한 병태생리를 나타내고 환자마다 지방간, 염증, 섬유화 정도가 모두 달라 효과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어려운 개발환경과 함께 마드리갈 레스메티롬(Resmetirom), 인터셉 파마슈티컬스 오칼리바(Ocaliva) 등이 가장 빠른 개발단계로 NASH 약물의 첫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예상돼 DA-1241가 후발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NASH치료제는 다양한 기전을 가진 약물의 시판과 병용요법의 개발, 영상을 통한 손쉬운 진단의 적용확대 등 여러 변화들로 인해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임상개발 과정은 어렵지만, DA-1241이 체중감소 없이 직접적으로 간에서 작용을 하며 혈당강하 효과까지 확인된만큼 충분히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상용화에 나서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NASH 분야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들은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용요법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개발하는 모든 기업들이 언제든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노보노디스크 보유 약물이 DA-1241과 병용시 NASH 유효성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시장 진출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개발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A-1241, DA-1726 등은 여러 효능 중에서도 각각 NASH,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자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여러 적응증에 대해 동시에 임상을 진행할 수 없다. 두 약물의 특성과 현재 변화하는 시장의 동향을 고려해 일단 우선적으로 개발할 적응증을 선택한 것일뿐, 오는 2030년 허가신청(NDA)을 받은 이후 적응증 확장을 통해 추가적인 가치창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후보물질 모두 지난해 9월 동아 자회사인 미국 뉴로보에 전세계(한국제외)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는데, 뉴로보 측은 어렵지만 끝까지 개발 성공까지 이끌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발전시키기에는 국내 중견제약사로서의 한계점이 많지만, 일단은 뉴로보와 최종 판매승인까지 진행해보자고 합의를 했다. 뉴로보는 단기적으로는 DA-1241과 DA-1726개발에 집중하고 추후 동아쏘시오그룹의 해외사업 특히 신약 개발에 있어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 기지로 자리매김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동아에스티는 뉴로보와 함께 DA-1241과 DA-1726의 글로벌 개발을 추진하면서, 올해 2분기 국내 임상 1상 IND를 목전에 둔 동아에스티 최초의 면역항암 신약인 DA-4505의 임상개발을 추진하는 데 내부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경영철학이 다르다. 동아는 혁신적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플레이어로 나아가고자 하는 확고한 지향점을 갖고 있으므로, 막대한 R&D투자는 계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서 자체 발굴은 물론 전략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조화롭게 추진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항암·면역질환 등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