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신경과학회 신임 정진상 이사장(삼성서울병원)이 4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마련해 올해 꼭 풀어야 하는 숙제로 '전공의 정원 110명으로 늘리기'를 꼽았다. 또한 노인 전문의를 따로 양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정 이사장은 "정부는 전공의 배정을 단순히 전문의가 나가고 들어오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뇌졸중이나 치매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서 신경과 전문의는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은은 "신경과학회는 다른 과보다 역사가 짧다. 다른 과에서는 퇴임하는 전문의가 많은 만큼 들어오는 전공의 수도 많지만 신경과는 다르다"라며 "단순 아웃풋·인풋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뇌졸중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면 끝난다. 전공의 없이는 전문의가 나올 수 없는 만큼 전공의가 많이 필요하다"라며 "지난해 신경과 전공의를 83명 뽑았는데, 110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전공의 TO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수련이사를 역임한 김재문 부이사장도 전공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이사장은 "의료 인력의 경우 수요를 근거로 하는 공급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급성뇌졸중환자들을 보려면 집중치료실이 필요한데, 여기서 근무할 수 있는 전문의들이 있어야 환자들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간 울산시에 전공의 배정을 하지 못한 적이 있는데, 당시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 통계를 보면 울산이 월등히 높았다"고 했다.
김 부이사장은 "전공의 추계 조사 시 심평원 자료를 근거로 행위별 전문의 숫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신경과 전문의는 25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를 4년으로 나누면 약 60명의 전문의가 현실적으로 모자라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 부족과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한 80시간으로 인해 당직스케줄 짜기도 힘든 실정이다"라며 "솔직히 이런 식의 시스템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경과는 힘들고 어려운 과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기과다. 신경과 전문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병원을 유심히 보면, 뽑는 수가 적은데, 힘들게 뻔하기 때문이다"라며 "TO를 쥐어짤수록 미달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전공의 정원을 늘려 국민들이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 이사장은 노인전문의를 따로 양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 의료계와 국회 등에서 노인의학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이따금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신경과 진료환자의 80%가 이미 노인인 상황에서 노인 전문의를 따로 양성한다는 것은 반대다. 뇌졸중클리닉의 경우 평균 환자의 연령이 65세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신경과는 노인의 특성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질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라며 "학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전문의 과정을 개편해 노인의 특성에 대해서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의학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산부인과가 있는데 여성의학을 또 따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신경과 전문의들이 다시 노인전문의 자격증을 받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며 "몇몇 전공과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 이사장은 문재인케어와 치매국가책임제를 담당할 특별위원회, 회원권익증진위원회, 연구진흥위원회 등 신설 위원회를 포함한 총 9개의 위원회를 구성해 현안에 대응하고, 학회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신경과학회는 신경과의사회와 공동으로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신경과 전체의 약 7분의 1이 개원의다. 개원에서 성공한 회원을 좋은 모델로 해 개원의 경영아카데미를 신설해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