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중국 제지앙화하이(Zhejiang Huahai)사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 불순물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보건복지부는 이 업체에서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은 발사르탄 115개 품목에 판매·제조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값싼 약' 처방과 조제에 대한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에 제약업계는 전체 제네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제약업계는 이번 발사르탄 사태가 제네릭의 안전성 문제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제조사들을 보면 대부분 중소 제약사들이다"라며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으면서 일부 품목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지 제네릭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이 수입한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된 불순물을 전체 제네릭 품목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국내에서 우수한 원료의약품을 제조·공급받는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는 우리나라 기준에 따라 공정 등 품질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제네릭을 제조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이나 위탁생산(CMO)의 경우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검토 및 허가가 이루어져 허술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주요 상위 5위권에 드는 대형 제약사 중 1곳도 위탁생산업체를 통해 들여온 발사르탄 품목에 대해 판매·제조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 회사에 따르면 위탁생산전문회사가 중국 제지앙화하이사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제조 품목 자체를 도입, 판매만 했다는 것이다.
상위 C제약사 관계자는 "위탁생산업체를 통해 공급받은 품목이 문제가 돼 판매·제조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이 품목은 연간 매출이 10억원도 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탁생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정부의 허가절차, 관리감독 강화와 제네릭에 대한 적정 약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발사르탄 사태를 보면 국내 정부가 유럽 발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급하게 조치에 나섰다. 선진국 따라가기식의 대처가 문제다"라며 "품목에 대한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허가 이후에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과 함께 나아가야 할 의약학 전문가들이 제네릭을 '값싼 약'이라고 치부하며 안전성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약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려고만 한다. 제약사들은 제조 원가를 더 낮추는 방법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같은 제네릭이어도 중국에서 싼 가격에 위탁생산으로 들여온 품목과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제조된 품목을 정부가 비슷한 가격으로 맞추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며 "약가는 단연 오리지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네릭도 적정 가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D제약사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뿐만 아니라 의약품 허가 단계에서 위험성 물질을 판단하거나 분류하는 국내 기준도 미비하다"며 "정부가 허가하지 않았다면 제약사에서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이를 허가함으로써 판매되도록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명확한 허가 기준과 규정이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도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 배경에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이 있다"며 "정부가 의약품의 원료를 포함해 공정과정, 품질관리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이 제조·판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