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23일 “예전 돔페리돈 사건처럼 중앙약심 위원에 소속된 의사들이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사안을 잘 알지 못하면서 잘못된 심사를 하는 일이 많아 보였다"라며 "하지만 식약처에 중앙약심 위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소송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지난해 11월 식약처를 상대로 중앙약심 위원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받아냈다. 이어 식약처는 21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2심에 대한 항소 포기서를 제출했다. 소청과의사회가 1심에 이어 2심도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
중앙약심은 식약처가 운영하는 전문가 위원회다. 중앙약심은 의약품 등의 허가 기준을 정하거나 안전성·유효성의 조사·연구·평가를 맡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조만간 식약처에 중앙약심 위원들의 명단을 받아낼 계획이다.
2016년 10월 국정감사 때 일선 병원에서 모유촉진제로 처방돼오던 '돔페리돈' 전 제품의 수유부에 대한 투여가 중단됐다. 모유 수유 중인 산모가 복용하면 신생아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임산부와 신생아의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무분별하게 처방해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산부가 돔페리돈을 먹으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괴담까지 확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국에서는 돔페리돈 성분 의약품이 임산부와 신생아에 심장 관련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미국에서는 생산 중단됐다”라며 “그런데 이 성분의 의약품이 국내 산부인과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7만8361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됐다.
이에 대해 소청과의사회는 “돔페리돈은 2004년 미국에서 심각한 심장문제로 처방 금지됐다”라며 “하지만 당시 근거가 된 것은 암 환자 치료 중 오심, 구토 증상 조절을 위해 정맥으로 돔페리돈을 주사했을 때 발생한 사례"라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국내에서는 대부분 30mg이하의 저용량 경구제로 돔페리돈을 처방한다”라며 “저용량 경구제의 돔페리돈 처방을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저용량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그 근거로 유럽의약청(EMA)은 60세 이상 또는 하루 총 30mg를 초과해 돔페리돈 성분을 사용할 경우 심장 관련 부작용에 주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싱가포르 보건당국(HSA)도 기존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신중하게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정도로 일반적인 처방은 허가하고 있다.
임 회장은 “돔페리돈의 국내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처방 금지를 결정한 것은 중앙약심의 위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중앙약심에 소속된 학회 임원이나 대학 교수라고 해서 무조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다른 진료과 교수나 전문가가 아닌 환자단체가 잘못된 심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구글에서 키워드로 검색하고 숙지하면 최신 가이드라인과 진료지침을 알 수 있다"라며 "해당 내용과 동떨어진 결정을 한 중앙약심 위원의 정보를 알고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비공개라는 답변을 받아 소송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임 회장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선진국 보건당국의 웹사이트는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구체적인 발언이 세세히 공개된다”라며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의 각종 위원회를 상대로 꾸준히 문제제기 해서 모든 위원회 정보와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의 1심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중앙약심은 공적인 단체”라며 “그 역할에 비춰 위원들의 명단, 직업, 소속단체, 전공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 운영의 투명성 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원들은 임명 또는 위촉될 당시 자신들의 정보가 공적인 정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자신들의 소속단체, 전공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허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당시 식약처는 “1심 재판부는 위원들의 소속단체, 전공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향후 안건 심의에 대한 공정성‧객관성‧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위원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부정한 청탁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만일 공개로 인해 위원들이 부정 청탁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면 이는 다른 방법으로 예방해야 하며, 이런 이유로 비공개결정 대상 정보라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