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수유부에게 돔페리돈 처방을 중단하라고 결정하자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이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반대하고 나섰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6일 식약처가 수유부에게 돔페리돈 처방을 중단하도록 한 결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최근 '오심·구토 증상 완화' 목적으로 사용되는 돔페리돈 또는 돔페리돈말레산염을 함유한 55개 품목에 대해 임부 투여 금지 결정을 내렸다.
또 식약처는 수유부가 이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수유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사용상 주의사항을 변경했다.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 해당 의약품 투여를 금지하고 ▲수유부가 해당 의약품을 복용할 때에는 수유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투여하지 않도록 하고, 수유부도 오심·구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 약을 복용할 수 있지만 해당 성분(0.1% 미만)이 모유로 인해 신생아의 심장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복용하는 동안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와 비임상·임상시험 자료, 국내·외 안전성 정보, 해외 규제기관의 안전 조치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유부 돔페리돈 처방 논란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약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은 의사들이 임산부, 수유부에게 투약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돔페리돈'을 10개월 동안 7만 8천여건 처방했다고 지적하며, 식약처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식약처는 '돔페리돈 및 돔페리돈말레산염 사용상 주의사항 변경'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식약처의 이번 조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 같은 결정을 '정치적 폭거'로 규정하며, 의학적이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적어도 이 약을 모유촉진제로 많이 처방하는 일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은 중앙약사심의의원회 자문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유니세프조차 모유촉진제로 인정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거의 유일하게 모유촉진제로 처방할 수 있는 이 약의 효능과 과학적인 안전성 증거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일개 정치인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역시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돔페리돈은 현재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제로, 수유부에게 모유 양을 늘리는 최유제로도 사용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된 사례는 고용량을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때"라고 단언했다.
이어 의사회는 "선진국에서도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 경우 'off-label use(허가외 사용)'를 허용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역시 보도자료에 '참고로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모유 수유와 약 복용의 이익을 고려해 수유부에서 투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유촉진제로 허가 받은 약품이 없고, 저용량으로 돔페리돈을 투여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모유 수유 기간 투약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식약처는 젖이 모자라 모유수유를 못하는 수유부들에게 불안감과 불필요한 죄의식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권을 보장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