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의료인에게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새해벽두부터 처우 개선과 따뜻한 격려는 고사하고 ‘날벼락’같은 법안을 선사했다.
강병원 의원(은평구을)은 피신청인(의료인·의료기관)의 참여의사와 상관없이 조정신청에 따라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12월 30일 발의했다. 일명 신해철법 강화법안으로, 현재 중대한 의료사고에만 한정되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를 모든 의료사고에서 자동개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를 옥죄는 각종 악법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일 환자들을 대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분노와 동시에 자괴감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악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의료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욱 기피하는 법안일 뿐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법안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는 ‘허울’을 씌워 놓고 있지만, 사실은 의료를 통제 하에 두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기관 확대를 위한 입법이다.
새해벽두부터 강 의원의 의료 악법 발의를 비롯해 끊임없이 발의되는 의료 악법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강조해왔던 ‘협상 위주 실리주의’의 자세를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강 의원 법안의 문제점은 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모든 진료로 조정절차 자동개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망 사건에 국한해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향이다. 피신청인의 동의없이 조정이 강제로 실시된다면 무분별한 의료분쟁 조정 신청이 남발되는 것을 억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피신청인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법안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조정전치주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 의료분쟁이 일어날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해야 하고, 조정 성립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만 소송으로 갈 수 있는 조정전치주의를 법률개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조정전치주의란 어떤 사안을 결정하기 전에 법원의 조정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조정전치주의는 협상 당사자 간의 성실한 교섭을 담보하고, 법원의 조정노력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혼인취소 등의 가사소송은 조정전치주의를 취하고 있다. 가사소송은 반드시 조정을 거쳐야 하며, 곧바로 소송을 신청할 경우 가사 조정을 받게 하고 있다.
이번 신해철법 강화법안에서도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소송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소송할 수 있도록 형법부터 개정하고 논의 하는 것이 순서다.
강병원 의원은 이번 법안에 대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으로 발의한 악법임을 인정하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즉시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필수의료가 몰락하는 상황에서 의료분쟁의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려는 입법 시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들의 숙원인 선의의 의료분쟁에서 의사들의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에 앞장서주길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