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약국의 자살예방 시범사업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돌입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불법 의료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대한약사회는 진료개념이 아닌 복약상담의 일환으로 봐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2018 민관협력 자살예방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빈곤계층중심 노인 자살예방사업’과 ‘민간부문 자살예방사업 활성화’ 2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다. 복지부는 최근 대한약사회를 포함한 두 곳을 ‘빈곤계층중심 노인 자살예방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빈곤계층중심 노인 자살예방사업’ 수행기관은 1~4개의 영구임대주택 단지 등 빈곤계층 집중 지역의 노인계층에 고위험군 선별검사, 개인·집단 상담과 프로그램 제공 등을 수행하게 된다.
약사회는 복지부로부터 1억3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250여곳의 약국을 통해 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2017년도 민관자살예방 시범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사업을 수행했다. 복지부의 자살예방 사업에 두 번째로 참여하는 것이다.
약사회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이번 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약사회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위해 개발한 약국전용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복약순응도(전문가의 약 복용지시를 제대로 따르는 것)를 제고하고 지속적인 환자관리를 통해 자살위험 환자를 조기에 발굴해 고위험환자는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한다. 또 지역약국을 자살예방기관으로 양성하기 위해 약사들을 대상으로 게이트키퍼(자살시도 방지인력) 교육도 실시한다.
약사회는 의료계의 반발을 두고 의료행위가 아니라 약사들의 업무영역인 복약상담과 복약지도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주장은 진료개념으로의 접근이다. 자살예방이라고 하니까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평소에 약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약물 복약상담과 투약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안들을 중간점검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행위는 약국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 약사회가 이번 사업에 선정된 내용부터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처방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복약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의원과 비교했을 때 약국의 접근성이 더 좋다. 환자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약사들과 만나게 된다”며 “단순히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방문하는 것 외에도 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더 많이 마주하는 곳이 약국이다”라고 했다.
또한 “복지부와 지난해에도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성과가 좋으니 올해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라며 “사업의 주체는 약사회가 아닌 정부다. 정부가 약사회를 선정한 것은 그만큼 사업 활용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국에서 자살이 우려되는 환자가 정신과를 찾도록 안내하는 활동을 전제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라며 “약국이 국민들의 자살을 막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의료계는 이 사업에 대해 약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의료법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의료인인 약사에게 진료라는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상담료를 지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사항이다”라며 “약사들이 정말 자살예방 상담을 하고 싶다면 의사면허를 따야 한다”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약국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자살위험약물에 대해 상담하는 것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부적절한 개입은 반대로 올바른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