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가 의과 대학 정원 확대 반대 등을 이유로 7일 전공의 파업에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오늘(6일) 오전 11시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담화문을 통해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칫 진료 공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응급실 등 필수 인력까지 모두 포함한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하자 정부는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다급해진 복지부, 대전협과 간담회 통해 집단행동 자제 촉구
전공의 파업이 현실화되자 복지부는 의료계에 대화를 제의했다. 복지부는 5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간 긴급 간담회를 마련했다.
복지부는 대전협에 코로나 19라는 엄정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집단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전협은 수련 병원 내에서 대체인력 투입, 당직변경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필수 의료 분야 환자 진료는 전공의의 공백에도 차질이 없을 것을 밝혔다.
양측은 긴밀한 소통과 전공의 의견의 적극적 반영을 위해 소통협의체를 구성하고, 보건의료정책 추진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1차 협의체는 파업 이후인 11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에도 소통과 협력을 위한 '보건의료발전협의체' 구성을 전격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복지부와 의협의 간담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협은 복지부를 믿을 수 없다며 국무총리실에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의협과 구체적인 협의체의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의협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의협은 제3의 장소에서 만남을 요청했다”라며 “복지부는 이를 수용해 다시금 오늘 서울 모처에서 만남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협은 내부 논의를 거쳐 복지부가 제안한 만남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제안하는 협의체는 의료계 요구를 반영해 그 명칭을 ‘보건의료발전협의체’로 하고, 올해 연말까지 로드맵 마련을 목표로 복지부 차관과 의협 회장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협의체에서는 의료계가 제안한 요구안 뿐만 아니라 지역의료개선, 의료전달체계, 보건의료발전계획수립 등 보건의료 현장의 중요한 과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공의들 야외 집회, 헌혈 릴레이 등 마련...교수들도 제자들에게 응원 보내
전공의들은 복지부의 우려와 관계없이 파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전협은 7일 서울·경기·인천(여의대로), 제주(제주도의사회관), 강원(강원도청 앞), 대전·충청(대전역 서광장), 대구·경북(섭외 중), 부산·울산·경남(벡스코), 광주·전남(김대중컨벤션센터), 전북(섭외중) 등 8개 권역에서 SNS 단체행동, 헌혈 릴레이, 야외집회, 철야 정책토론 등을 마련한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공지를 통해 “정부와 국회는 언제나 그랬듯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검증되지 않은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한 수많은 정책이 그랬듯 의료를 왜곡하고 소신있는 의사들에게 자괴감만 안겨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의료계는 30년 전 전국민 의료보험의 실현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고 한 차례 물러났다. 유럽에서 100년 가까이 걸린 전국민 보험 제도가 30년 만에 가능했다”라며 “하지만 그 희생의 대가는 의료의 왜곡과 한국에만 존재하는 심평의학의 탄생이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PK 실습으로 수술 참관을 하며 최선의 재료보다 보험이 되는 재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놀랐고, 전공의가 되어 배운 것을 적용하기에 앞서 보험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라며 “지금 소통의 창구를 모두 닫고 밀어붙이는 의대 정원 증가와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정부의 발표에 분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후배들에게 배운 대로 떳떳하게 진료할 환경을 이제는 만들어 주고 싶다. 의학적이지 못한 이유로 처방을 망설이는 부끄러운 의사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고군분투하는 의료인을 기만해 편향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의사의 질적 수준을 추락시키고 국민 건강에 백해무익할 부실의대신설 등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막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스승으로서 분노와 함께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기초과학의 존립마저 흔들었던 의전원제도의 실패가 아직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로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의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추진하려는 정부는 독주를 그만 멈춰야 한다.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포함한 국민건강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비관적이라는 견해도 많지만, 제자들을 조금이라도 아낀다면 최소한 그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교수들이 제자들의 자긍심을 최대한 지켜 주시리라 믿는다"고 요청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도 “정부는 어떠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도 없이 일부 학자의 주장과 정부의 정책과 맞는 일부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내세워 결론을 정했다"라며 "나중에서야 문제가 되면 형식적인 대화로 면피하려 하는 후진적인 보건의료행정은 이미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는 구태”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7일은 후배이자 제자이며 이 땅 의료의 미래인 젊은 의사들이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맞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께서 배려하고 보호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