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내 경찰 압수수색으로 진료 차질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소아심장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인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박인숙 소아청소년 심장과 명예교수(전 국회의원)가 "이런 식이라면 응급실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은 절차적으로 잘못됐으며,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됨으로 인해 소아응급실 의료진들에게 강한 압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법리스크가 올라가면서 소아응급 의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약 두 달 전 청색증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아가 치료 중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소아응급센터 내 진료실 3곳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진료실 1곳은 환자 진료가 진행되고 있어 빈 2곳부터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에 방해를 주지 않았다'는 경찰 측과 달리 소아응급센터장은 '의료진 위축 등 진료에 차질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 명예교수는 2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청색증은 소아심장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옛날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청색증이 동반된 선천성 심장병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당시엔 환자 가족들의 난동, 폭행이 주로 많았는데 지금처럼 고소, 고발은 거의 없었다"며 시대가 지나면서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결과에 대처하는 대중들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십수 년 소아심장 진료를 했지만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은 듣도, 보도 못했다.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의료진들에게 압박감을 주고 환자 진료에 차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응급실 전자의무기록 등은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압수수색이 필요할 이유도 없었다. 환아 부검을 통한 사망 원인부터 명확히 밝히고 추후 병원 측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어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태를 보며 과거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생각났다. 당시에도 신생아들이 진료 중 사망했다는 이유로 의료진들이 모두 구속되기까지 했다"며 "모두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해당 사건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바닥을 쳤다. 이번 사건도 당시와 비슷한 정도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신생아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뒤 의료진이 구속됐고, 당시 의료진은 5년여 간의 수사·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무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수사와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2.1%에서 2023년 25.5%로 급락했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에 재직 중인 소청과 전공의는 113명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 593명에 비해 90.9% 급감한 수치다.
그는 "이런 식의 강압 수사가 계속된다면 소아응급실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 의사가 살인자, 흉악범도 아닌데 진료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소아응급센터에 압수색이 왠말"이라며 "결국 소아응급실이 폐쇄되면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 생명이 위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환자만 응급실에 강제로 수용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냐"며 법안이 실효성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