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던 환자가 급성 심장사로 사망했다면 의사에게 과실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심 법원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과다복용했다고 판단했지만 2심 법원은 의사가 심장심혈관계 이상반응으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혼 여성인 K씨는 2013년 2월까지 약 10년간 살을 빼기 위해 산부인과의원에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으로부터 식욕억제제(플루옥세틴, 펜디메트라진 타르타르산염 성분), 이뇨제를 처방 받아 복용과 중단을 반복해 왔다.
그러던 중 왼쪽 어깨와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받고 귀가했는데, 그날 오후 8시 30분 경 갑자기 쓰러져 숨을 몰아쉬었고, 119구급대에 의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부검 결과 혈중 플루옥세틴 농도가 0.84mg/L,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1% 미만이었다.
이에 부검의는 플루옥세틴의 부작용과 연관된 급성 심장사로 추정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A원장은 플루옥세틴 등의 약물을 투여하면서 치료농도와 독성농도, 부작용 발생 가능성 여부를 지도, 설명하지 않았고, 심혈관계 이상반응으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원장이 처방한 플루옥세틴의 양은 1일 22.36mg/L 2회였다.
서울중앙지법은 "K씨가 A원장의 처방에 따라 플루옥세틴을 복용했더라면 혈중 농도가 0.84mg/L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처방상의 잘못이 아니라 환자가 복용량이나 복용방법을 위반해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환기시켰다.
또 1심 법원은 "A원장은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면서 그 약물의 필요성, 부작용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이 있으면 내원하도록 설명했고, 이에 따라 환자가 약물 복용후 내원해 이상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보여 지도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유족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A원장에 대해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A원장이 처방한 플루옥세틴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사망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A원장이 플루옥세틴 복용으로 인해 부정맥 등의 심혈관계 이상증상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2007년 5월 판례에 따르면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