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영국 북부지역에서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AMD) 치료제의 구체적인 가격을 알려주고, 로슈의 아바스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을 추진하자 노바티스와 바이엘이 발끈하고 나섰다.
영국 의학저널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따르면 바이엘이 최근 국가보건서비스(NHS)를 상대로 소송 가능성을, 노바티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습성 AMD 치료제로는 현재 노바티스의 루센티스와 바이엘의 아일리아 2개가 유일하게 허가를 받았고, 아바스틴은 항암제로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고가인 두 제품과 달리 아바스틴이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한 효능을 보여주면서 의료진의 사용 허용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영국 북동부와 컴브리아주의 12개 임상책임운영그룹(CCG)은 신규 진단받은 습성 AMD 환자에게 아바스틴이 루센티스와 아일리아만큼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으면서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기준 아바스틴 투여 금액은 12.13파운드에 불과하지만 루센티스는 742, 아일리아는 816파운드로 약 7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실명을 유발할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평생 약을 투여받아야 하는 만큼 환자나 정부기관이 부담 해야할 금액 차이가 매우 크다.
아바스틴은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와 같이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약물로, 여러 연구에서 유사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습성 AMD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부작용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매우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NHS 지원을 받아 2년간 진행된 무작위 임상 연구인 IVAN 결과를 보면 아반티스는 루센티스 대비 비열등하거나 열등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9개 연구에 참여한 3665명의 데이터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리체네 아바스틴 투여는 루센티스와 비교했을 때 위장 장애를 제외하면 치료 첫 2년간 사망, 모든 심각한 이상 반응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노바티스와 바이엘은 아바스틴 오프라벨 처방이 영국 의사 면허 관리기구인 종합의료협회(GMC)와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을 위배하며, 환자가 NICE로부터 허가받은 약물을 사용할 법적인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2년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노바티스가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무산된 적 있다.
영국 북동부와 컴브리아주 CCG 포럼을 이끄는 David Hambleton 박사는 BMJ 기고문에서 "이 정책은 향후 5년간 지역 NHS 비용 부담을 연간 1350만 파운드(한화 약 197억 원)씩 절감할 수 있다"면서 "이 금액은 매년 추가로 간호사 270명을 고용하거나 심장이식 266건을 실시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상적으료 효과적인 약물 셋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NHS 임상의사와 환자들을 위한 것이지 제약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EU 약물 마케팅법 상 NHS가 환자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을 제약사가 막는 것은 금지돼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