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암 치료에 사용되는 CAR-T 치료제로 중증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한 사례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돼 관련 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규모 연구라 한계가 있지만 대상자들은 CAR-T 치료를 받은 뒤 질병이 완화되거나 증상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환자들에게 질환 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필요하지 않았고, 모든 치료 관련 부작용은 경증~중등증으로 판단됐다.
독일 프리디리히 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Erlangen-Nuremberg) 연구팀의 '자가면역질환에서의 CD19 CAR-T 세포 치료: 추적 관찰이 포함된 증례 시리즈' 논문이 22일 NEJM에 공개됐다.
연구팀은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특발성 염증성 근염, 전신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의 치료에는종종 장기 면역 억제가 포함된다"면서 "이러한 질환의 비정상적인 자가 면역을 B 세포의 심각한 고갈을 통해 재설정하면 약물 없이 지속적인 관해에 도달하는 잠재적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즉, 암 환자에 투여했을 때 CAR-T 치료제는 종양을 파괴하지만, 자가면역질환 환자에 투여하면 오작동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자는 중증 전신 홍반성 루푸스 환자 8명과 특발성 염증성 근염 환자 3명, 전신 경화증 환자 4명 등 15명이었다. 연구팀은 플로다라빈과 사이클로포스파미드로 전처치한 뒤 CD19 CAR-T 치료제를 1회 투여했다.
CAR-T 투여 후 2년까지의 효능은 DORIS(Definition of Remission in SLE) 관해 기준, 미국 류마티스 학회-유럽 류마티스 연맹(ACR-EULAR) 주요 임상 반응, 유럽 경피증 시험 및 연구 그룹(EUSTAR) 활동 지수(점수가 높을수록 질병 활동이 더 많음을 의미) 등을 통해 평가됐다.
중앙값 15개월(4~29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B세포 무형성증 평균 지속 기간은 112일이었다. 모든 전신 홍반성 루푸스 환자에서 DORIS 관해가 있었고, 모든 특발성 염증성 근염 환자는 ACR-EULAR 주요 임상 반응이 있었으며, 모든 전신 경화증 환자는 EUSTAR 활동 지수에서 점수가 감소했다.
모든 환자에서 면역 억제 요법이 완전히 중단됐다. 10명에서 1등급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발생했다. 2등급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1등급 면역 효과 세포 관련 신경독성 증후군, 폐렴이 각각 1명에게 발생해 입원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 증례 시리즈에서 CD19 CAR-T세포 전달은 세 가지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서 실현 가능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추가적인 통제된 임상시험의 근거를 제공했다"고 결론내렸다.
이 연구는 CAR-T 치료가 자가면역질환을 리셋시킬 잠재력을 보여줬다. 완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염증성 질환과 관련된 자가항체 수가 감소했고, B세포가 보충된 뒤 최대 2년까지 재발 징후 없이 지냈다.
이미 여러 제약사가 자가면역질환을 적응증으로 한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올해 관련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발레타 바이오(Cabaletta Bio)는 CABA-201가 중증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면역체계 재설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신 홍반성 루푸스와 근염, 전신 경화증,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데이터는 올해 상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BMS(Bristol Myers Squibb)와 노바티스(Novartis) 등 30개 이상 기업이 이 분야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