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교육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앞두고 이제야 기초의학 교원 현황을 파악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 기초의학 교수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년 이내 퇴직을 앞둔 기초의학 교수가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적어 향후 기초의학 교원을 충원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예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의료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1일 '의대 의과대학 기초의학분야 교원 환형 제출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기초의학 교원 현황 파악 중…2023년 8개 기초의학 교수 1316명 집계
교육부는 제출 양식에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을 구분했고, 이중 의사면허 보유자(MD)의 인원 수도 별도로 요청했다.
전통적으로 8대 기초의학은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예방의학, 기생충학 등을 지칭하는데 이중 병리학과 예방의학은 전공의 수련 과정과 전문의 자격이 있어 MD의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현재 의학교육평가 인증기준에는 기초의학 전임교수 필요 인원을 총 25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기초의학교육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설문조사로 파악한 각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실 현황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8개의 전통 기초의학 분야 교원은 총 1316명이었는데, 그중 MD 교원은 전체의 54%인 880명이었다.
기초의학 분야 교원 중 병리학과 예방의학 교수는 433명이었고, 그중 93%인 402명이 MD 출신 교수였다.
그 외 기초의학 교수는 883명으로 그중 42%인 368명만이 MD 출신 교수였다.
5년 이내 퇴임 예정 교수 15%…기초의학 분야 교수 부족, 과거에도 예견
더 큰 문제는 8개 전통 기초의학 분야 교수 1316명 중 5년 이내 퇴직 예정인 교수 숫자가 196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퇴직 예정인 교수 196명 중 MD교수는 무려 117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전통 기초의학 분야 MD 교수 770명의 15%에 해당하며, 병리학과 예방의학교실을 제외하면 MD교수 중 20%가 5년 이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반해 최근 3년 동안 기초의학교실에 신규 임용된 교원은 총 245명으로, 전통적인 기초의학 분야 임용 교수는 179명이고, 그중 병리학과 예방의학에 신규 임용된 교수는 61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3년간 신규 임용된 기초의학 교수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기초의학 교원 부족 현상이 비수도권에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우려는 2016년에도 한 차례 제기됐다. KAMC가 2016년도에 발간한 '기초의학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8개 전통 기초분야 교원의 숫자는 2002년 1219명에서 2010년 1298명으로 단 6.5% 늘었다.
전체 의과대학 전임교원 수에서 전통 기초의학 분야 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더 심각하다. 2002년 82.6%였던 임상전임교수의 비율은 2010년 85.4%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의대 전임교수 중 8개 전통 기초 분야의 비율은 2002년 15.8%였던 것이 2010년에는 평균 12.7%(5.3%-21.8%)까지 감소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기초의학 인력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고 새로 충원한 교수도 의학교육학 등의 인문사회 분야에서 이뤄지고 전통적인 기초의학인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병리학, 예방의학 등은 거의 증가히 않았다"며 "퇴직을 앞둔 기초의학자가 많으므로 대학이 적극적으로 충원하지 않으면 기초의학 인력이 급격하게 감소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기초의학 전공 대학원 872명 중 MD 9% 불과…향후 수급도 어려울 듯
현재 정부는 2025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을 위해 기초의학 분야 교수를 충원할 계획인 가운데 부족한 기초의학 분야 교수를 충원하는 것은 수월할까?
KAM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통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총 872명이며 이 중 MD는 76명(9%)이지만, 이 중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45명(6%)로 MD의 비율이 매우 낮았다.
보고서는 "병리학 예방의학 전문의들도 대학의 교수로 남기보다는 비대학병원 기관 등 다른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우려했다.
KAMC가 기초의학 교수와 임상의학 교수,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의학 진로에 관해 추천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기초의학 교수는 16.3%, 임상의학 교수는 8.1%, 학생은 0%로 나타났다.
기초의학 진로 비추천 이유로는 교수와 학생들 모두 경제적 이유가 1순위였고, 기초의학교수는 특히 '임상의학교수와 차별대우', 임상의학교수는 '지속적인 연구 성과 부담', '진로 전환 제약'을 골랐다.
MD가 아닌 기초의학 교수의 67%는 '임상의학교수와 차별대우'를 가장 중요한 비추천 사유로 선택했다.
KAMC는 "기초의학 교수 부족은 의대생들에게 기초의학을 교육할 인력도 부족한 현상으로 이어진다. 의사에게는 임상의학 역량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역량도 중요하다. 의사는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의학연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의대생이 의학연구와 기초의학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대에서 이를 지도할 수 있는 기초의학 특히 기초의과학 분야의 교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각 의대의 학생들을 지도할 만큼의 충분한 교수들이 있어야 하고 이 교수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필요하다"며 기초의학 교원 부족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