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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91.6% "계약형 지역의사제 참여 안 해"…지역 정착 의향 높아도 외면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법적 부담과 고용 불안이 주요 원인…“수당∙정주 지원만으론 한계”

    기사입력시간 2026-10-14 15:04
    최종업데이트 2026-10-14 15:04

    전공의 대상 인식조사에서 계약형 지역의사제에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4%에 그쳤다. 사진=챗GPT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지역의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에 전공의 10명 중 9명 이상이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역에 정착할 의향이 있는 전공의들조차 제도 참여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의사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젊의연)은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7월 전국 전공의 3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의료∙중증핵심의료 인식조사 결과와 부울경 지역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 정부의 지역필수의료(지역의사제)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0.4%에 달했다.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가 58.2%, '신뢰하지 않는다'가 32.3%였으며, 신뢰한다는 응답은 0.5%(20명)에 불과했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한 평균 신뢰도는 1.52점이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 안내자료를 제시한 뒤 참여 의사를 물은 결과에서도 91.6%(3380명)가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4%(310명)에 그쳤다.
     
    특히 지역에 정착할 의향이 있는 전공의들도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응답자 542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지역 정착 의향은 83.4%에 달했지만 계약형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도 86.3%에 이르렀다.
     
    젊의연은 "문제는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세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조차 참여하지 않는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 이상 묶이지만 계약이 끝난 뒤의 신분과 경력은 보장되지 않고 중도 해지 처리도 사업지침에 맡겨진 구조에서 전공의들은 계약형 역시 강제성이 부여된 하나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역의사제 기피 이유 1위는 배후진료 인프라와 법적 부담…고용 불안도 문제
     
    전공의들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참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 및 진료 시 법적 부담 완화 내용의 부재(64.6%)를 꼽았다.
     
    이어 ▲단기계약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음(62.1%) ▲환자의 수도권 병원 쏠림 행태에 대한 실망감(48.0%)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련 전공의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주요 지원책으로 내세우는 정주 여건과 관련해서는 ▲자녀 교육이 32.8% ▲생활 제반시설 및 인프라가 23.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젊의연은 "세 요인은 배후 체계와 법적 안전망, 고용과 경력의 안정성, 의료전달체계 부실로 인한 수도권 쏠림이라는 의료제도 내부의 문제"라며 "근무수당과 정주 패키지 중심의 현행 시범사업은 이 근본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역 근무 의향을 결정하는 데는 수련 지역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응답자의 37.9%가 전문의 취득 후 지방에서 근무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비수도권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73.2%가 지방 근무 의향을 밝혔다. 반면 수도권 수련 전공의는 17.0%에 그쳐 두 집단 간 4.3배의 격차를 보였다.
     
    지역 수련을 선택한 이유로는 ▲연고지 또는 가족이 64.9%로 가장 많았고 ▲출신 학교·병원 네트워크가 44.3%로 뒤를 이었다. 지방 근무를 결심한 계기 역시 ▲연고지·가족(69.9%)과 ▲수도권 대비 높은 급여(27.5%)가 주된 요인이었다. ▲지방 의료에 기여를 꼽은 비율은 12.6%에 그쳤다.
     
    젊의연은 "정착을 지탱하는 것은 관계와 보상이지 제도적 호소가 아니다"라며 "지역에서 수련한 의사가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지역 수련 및 양질의 경력 개발 경로를 만드는데 재원을 확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강제성보다 '경력 개발' 중요…젊은 의사 정책 결정 참여 보장해야
     
    젊의연은 정부가 추진하는 복무형 지역의사제 역시 의무복무 이후의 경력 개발과 지역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설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시행된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지역의사를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복무형 지역의사제는 2027학년도 490명, 2028학년도부터 매년 613명을 선발할 예정이지만 첫 선발 인력이 실제 의료현장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3년 이후다.
     
    젊의연은 현재 복무형 지역의사제의 하위법령과 고시가 선발전형, 수학 지원, 의무복무 불이행에 따른 면허 제재 등 통제에 집중돼 있는 반면, 실제 교육과 역할, 배치, 경력 개발 경로에 관한 설계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젊의연은 "제도적 공백을 방치하면 복무형은 목적 없이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는 인력 공회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무복무를 마친 지역의사가 스스로 선택할 만한 양질의 경력 개발 중심의 계약형이 뒤를 받쳐야 복무형도 지역 정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젊의연은 지역의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의료 거버넌스에 젊은 의사 참여 제도화 ▲강제성 없는 양질의 경력 개발 경로 중심의 계약형 제도 설계 ▲지역 수련 투자와 지역필수의료 재정 배분의 투명성 확보 등 3대 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내년 3월 시행되는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신설되는 중앙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시∙도 지역필수의료위원회에 전공의,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약형 지역의사제의 계약 조건에 세부전문의 수련 및 연구 경력 인정, 계약 종료 후 교원 임용 등 정규 임용 경로를 명시하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 지역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을 독립 항목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젊의연은 "강제 배치로 만들어진 근무는 계약 기간과 함께 끝나지만, 함께 설계한 제도는 그 이후에도 남는다"며 "지역의료 정책의 수용성은 현장 당사자를 설득의 대상으로 두는 한 회복되지 않으며, 설계의 주체로 거버넌스 안에서 함께할 때 비로소 첫발을 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