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검체검사 수가를 낮춰 진찰료 등으로 재정을 이동하고, 도수치료를 시작으로 비급여 관리급여화를 본격화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피검사를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내과 의원들이 이미 의사 수를 줄이고 규모를 축소하려는 분위기”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검체위수탁 개편에 대해서는 진료과별 손실을 반영한 ‘핀셋보상’을, 관리급여 확대에 대해서는 의료계 주도의 적정진료 자율관리 기전 마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 ‘최근 보험정책의 변화가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 세션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검체위수탁 개편, 의원급 손실 우려…“진료과별 핀셋보상 필요”
최근 정부는 검체위수탁 개편을 통해 검체검사 분야의 상대적 과보상 구조를 조정해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으로 재정을 이동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협 조원영 보험이사는 “검체검사에서 1조7000억원을 낮춰 진찰료 등으로 재정 이동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향”이라며 “검체위수탁이 지금까지 상호 정산으로 이뤄져 온 만큼, 개편 과정에서 위탁기관이 이중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재정 이동을 통해 보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개편의 영향이 의원급, 특히 검체 위탁 비중이 높은 일부 진료과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이사는 “이번 재정 이동에서 가장 타격을 받는 과는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일반과 일부”라며 “이들 과를 중심으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 의협은 위탁검사 상위 9개 진료과를 대상으로 손실 보전 요구안을 취합해 복지부와 논의하고 있다. 각 과는 진료 특성과 손실 규모를 고려해 만성질환관리료 개편, 심층상담료 신설, 소아·지역 가산 확대, 주요 처치·검사 행위 수가 조정 등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도 의원급 손실 보전 재원을 일부 제시한 상태다. 조 이사 발표에 따르면 외래진찰료 개편으로 초진료는 1140원, 재진료는 530원 인상되고, 만성질환관리료 대상 상병은 11개에서 13개로 확대된다. 복합상병 가산과 소아·지역 가산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특히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의원급 손실 보전의 핵심 장치로 거론됐다. 내과·가정의학과는 복합만성질환자를 10분 이상 진료할 경우 초진료의 2배를 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산부인과도 같은 기준으로 연 4회 산정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조 이사는 “내과·가정의학과에는 약 1700억원, 산부인과에는 약 900억원 규모의 재정이 배정돼 액수상으로는 손실이 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문제는 배정된 예산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흡수되느냐”라고 말했다.
의협은 향후 조건부 보상과 심층진찰료 등의 청구 기준을 최대한 현실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예산이 배정돼도 기준이 까다로워 의료기관이 청구하지 못하면 실제 손실 보전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조건부 보상이 충분히 흡수될 수 있게 해야 개별 기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검체검사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진찰료와 행위수가 보상으로 실제 보전될 수 있도록 재정 이동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계속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장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체위수탁 개편에 대한 개원가의 위기감이 직접 터져나왔다.
5대암 검진 내과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 내과 개원의는 “병원은 비급여나 다른 수익 구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전하고 있는데, 이번 개편으로 개원가는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내검사 전환도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내검사를 돌리더라도 향후 110% 수준까지 인하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피검사를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심층진찰료로 보상하겠다고 하지만, 고혈압·당뇨 환자 3명을 30분 동안 진료하고 뒤에 대기 환자를 감당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과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규모를 줄이려는 분위기가 있다. 의사 3~4명이 있는 의원은 1~2명으로 줄이고, 2명이 있는 의원은 1명으로 줄이는 식”이라며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검사를 할수록 어려워지는 병원일수록 환자에게 종합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라고 안내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관리급여 확대 가능성…“의협, 적정진료 유도할 전문가 역할 해야”
이어 논의는 ‘선별급여와 관리급여’로 넘어갔다. 정부는 그동안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온열치료 등을 관리급여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해 왔다. 이 가운데 도수치료는 이미 관리급여로 전환됐고, 신경성형술은 하반기 재정 이동의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의협 이봉근 보험이사는 특히 체외충격파가 관리급여가 아닌 비급여로 남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체외충격파는 비급여 관리 항목 중 상위에 있는 항목이었지만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온열치료와 함께 지정될 경우 개원가에 미칠 파장이 너무 컸다”며 “의협이 학회들과 근거 자료를 토대로 적응증과 횟수 기준을 마련해 비급여로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이 제시한 체외충격파 자율 기준은 주 1회, 연간 12회, 부위당 6회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실손 청구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10회 이하에서 치료를 마친다”며 “입원해 매일 시행하거나 수백만원을 청구하는 일부 의료기관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지만 기준을 넘는 진료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일부 비급여 진료 행태가 정부 규제를 불러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목 염좌 초진 환자에게 신경차단술, 체외충격파, 초음파, 비급여 주사 등을 동시에 시행하거나,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체외충격파와 도수치료 등을 반복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진료 패턴이 계속될수록 의사와 정부, 개원가와 시민단체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무엇이 적정진료인지 다시 물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비급여 관리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수치료처럼 관리급여로 편입되면 가격 제한과 횟수 제한이 동시에 적용되고, 초과 진료도 사실상 어렵다.
그는 현재 상황을 정부의 극단적 관리와 개원가의 극단적 비급여 선호가 맞서는 구조로 진단했다. 정부는 관리급여나 의료기술 재평가, 행위 퇴출까지 고려하며 강하게 조절하려 하고, 일부 개원가는 실손보험에 기대 최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비급여를 찾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의협은 개원가를 위한 이익단체인가, 전문가단체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을 원하는 전문가단체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적정진료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진료 행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비급여 제한 정책과 재정 이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5세대 실손보험이 일반화되는 10년 뒤 의료계가 어떻게 재정비될 수 있을지, 당장의 수익뿐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이번 체외충격파 가이드라인은 관리급여 추가 지정을 막기 위해 급박하게 마련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앞으로 비슷한 가이드라인이 다른 항목으로 확대될 경우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회 의견이 실제 회원 한 명 한 명의 의견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부 학회는 회원 전체의 입장보다는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 회원 설문조사 등을 통해 현장의 데이터를 확보한 뒤 학회와 논의하는 방식이었다면 더 수월하게 합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