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법 개정 시한으로 명시한 2020년 12월 31일을 앞둔 현재까지 현행법은 개정되지 않고 2021년 1월 1일이 되면 폐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 이후에 잘 자라고 있는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단호하게 반하고, ‘선별적 낙태 거부’를 시행하니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합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낙태법 폐지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개정 시한을 넘겨 혼란을 야기한 정부와 입법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히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019년 4월 헌법 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진행되어온 낙태법 개정 논의에서 산부인과 의료계는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현행법 보다는 훨씬 많이 보장하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장했다. ▲낙태법 폐지 반대 ▲임신 10+0주(70일: 초음파 검사 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기준) 미만에는 임신한 여성이 아무 조건 없이 낙태 가능 ▲임신 10+0주부터 22+0주 미만에 낙태를 원하는 경우에는 상담과 일정 기간의 숙려 절차를 거쳐 낙태 ▲임신 22+0주 이후에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으므로 낙태 불허 ▲의사의 낙태 거부권 보장 등이다.
산부인과 단체들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2주 이후에 잘 자라고 있는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낙태 진료에 관한 의사의 거부권은 개인의 양심과 직업 윤리 등을 고려해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라며 "의료법 제 15조에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있으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태아를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낙태해달라는 요청을 의사가 양심과 직업 윤리에 따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의사에게 양심에 반하는 진료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입법부는 의사의 낙태 거부권이 명시된 낙태법을 조속히 만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단체들은 “국가가 낙태 문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여성들이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사유란 결국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낙태하도록 사회적, 경제적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법과 제도로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단체들은 “오랜 시간 낙태 실태가 개선되기를 기다려온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줄이는 낙태법이 조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 산부인과는 낙태한 여성이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그러나 가능하면 모든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되기를 바란다. 또한 여성들이 사회 경제적 압박에 의해 낙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바랍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