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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고지 키토 다이어트,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 2배 높인다

    [ACC 2023] 표준 식단 대비 저탄고지 식단 그룹서 LDL 수치와 아포B 수치 높아

    기사입력시간 2023-03-07 06:17
    최종업데이트 2023-03-07 06:17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탄수화물은 매우 적게 섭취하고 지방은 많이 섭취하는 저탄고지, 일명 키토제닉 또는 키토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식단이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협심증과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동맥 막힘,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율리아 이아탄(Iulia Iatan) 박사가 인구 기반 코호트에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과 혈장 지질 수치 및 심혈관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5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및 세계심장연합 세계심장학술대회(WCC)에서 발표했다.

    이아탄 박사는 "이 연구는 이러한 유형의 식이 패턴과 심혈관 질환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첫 연구 중 하나다"면서 "이번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적고 지방이 많은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신체가 가장 먼저 사용하는 연료 공급원이다. 키토 다이어트와 같은 저탄수화물 고지방(LCHF) 다이어트는 밥과 빵, 면류, 감자 제품, 고탄수화물 과일 및 채소의 섭취를 제한한다.

    신체에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대신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 분해를 시작해야 한다. 간에서 지방이 분해되면 탄수화물이 없을 때 신체가 에너지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인 케톤(ketone)이 생성된다. 키토제닉, 즉 케톤 생성 식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일일 총 칼로리의 10%, 단백질은 20~30%로 제한하고 일일 칼로리의 60~80%를 지방에서 얻도록 제안한다.

    이아탄 박사는 "이전에 발표된 몇몇 연구에서 저탄고지 식단은 일부 사람에게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는 심장병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에 대한 저탄고지 식단의 영향은 잘 연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를 위해 이아탄 박사팀은 일일 총 에너지 또는 칼로리의 25% 이하를 탄수화물로, 일일 총 칼로리의 45% 이상을 지방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LCHF 식단을 정의했다. 엄격한 키토제닉 식단보다 탄수화물 함량이 다소 높고 지방 함량이 낮기 때문에 이를 저탄고지 식단 및 '키토 유사 식단'이라고 불렀다. 반대로 균형 잡힌 식습관을 '표준 식단'이라 정의했다.

    연구팀은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 50만 명 이상의 건강 정보를 최소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대규모 전향적 데이터베이스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바이오뱅크에 등록한 참가자 7만684명은 24시간 동안 자가 보고식 식단 설문지를 한 번 작성하고 동시에 혈액을 채취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응답자 가운데 24시간 동안의 식단이 이 연구에서 정의한 저탄고지 식단에 부합하는 참가자 305명을 확인하고, 표준 식단을 섭취한다고 답한 1220명과 연령 및 성별에 따라 매칭했다.

    그 결과 각 그룹 참가자의 73%가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54세였다. 저탄고지 식단을 섭취한 사람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7.7이었고, 표준 식단을 섭취한 사람은 26.7이었다. BMI 25~30은 과체중 범위에 속한다.

    표준 식단 그룹과 비교했을 때 저탄고지 그룹의 LDL 콜레스테롤과 아포지단백 B(apoB) 수치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아포B 수치는 LDL 수치보다 더 나은 심혈관 질환 위험 예측 인자였다.

    평균 11.8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당뇨병과 고혈압, 비만, 흡연 등 심장 질환의 다른 위험 요인을 조정한 결과 저탄고지 식단 그룹의 사람들은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동맥 막힘, 심장마비,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 여러 주요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전체적으로 저탄고지 식단 그룹의 9.8%가 새로운 심장 질환을 경험한 반면 표준 식단 그룹에서는 4.3%만 그러한 것으로 나타나 저탄고지 그룹의 위험이 2배로 증가했다.

    이아탄 박사는 "저탄고지 식단 참가자 중 LDL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LDL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탄고지 식단을 시작하기 전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식단을 따르는 동안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당뇨병, 고혈압, 신체 활동 부족, 흡연,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다른 위험 요인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연구 결과는 모든 사람이 저탄고지 식단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시사했다.

    이아탄 박사는 "평균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 식단에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에서는 콜레스테롤 농도가 몇 가지 근본적인 요인에 따라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감소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이 식단 패턴에 반응하는 방식에는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개인별 차이가 있다. 다음 단계 연구 중 하나는 누군가가 이러한 유형의 식단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특정 특성이나 유전적 마커를 식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아탄 박사는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 관계가 아닌 식단과 주요 심장 질환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만 보여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인 5명 중 약 1명이 키토 유사 식단 또는 완전 키토 식단을 섭취한다고 보고되는 상황에서 전향적으로 설계된 연구에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