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3T(검사, 추적, 치료)로 대표되던 K-방역에도 대대적 변화가 생겼다.
고위험군을 제외하곤 우선적으로 신속항원키트로 검사를 해야하며,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낮은 일반관리군은 모니터링이나 치료키트 등의 제공없이 재택치료를 받게 된다.
확진자가 5만명 이상에 병원 내 의료진 다수가 격리되는 위기 상황이 되면 확진자도 음압격리병상이 아닌 일반 입원병상에 입원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업무 계획 지침도 나왔다.
하루에 확진자가 수만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 체계의 유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2월말 3월초 무렵에는 일일 최대 20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의 새로운 챕터에 발을 들인 셈인데, 전문가들은 아직 오미크론을 버텨내기 위해 정비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중환자 대응 여력 부족…추가 확보 병상중 상당수는 ‘허수’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이전 델타 변이 등에 비해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화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미크론이 지리하게 이어져 온 팬데믹을 끝낼 ‘선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염을 통해 자연면역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계절독감의 2배 정도로 강력한 전파력을 고려하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중요해지는 것이 중환자 대응 여력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델타 변이 대유행 당시 중환자 병상 대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전국적으로 2400개까지 확대됐는데, 이는 델타변이 당시 1000개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아직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위중증 환자 증가는 확진자 증가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낮지만 확진자가 이전에 비해 수십배 이상 늘고 있다. 확보해 놓은 병상만으론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확보돼 있는 병상들도 장비와 인력 문제로 상당수가 허수라는 점 역시 우려를 더한다. 단기간에 중환자 병상을 대폭 늘리다보니 필요한 장비들이 국내에 있는 물량만으론 수급이 불가능한 실정인데, 해외에서 들여오려 해도 수령까지 두 달 가량이 소요된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추가 확보 병상 중 일부는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없어 운영이 어렵다. 장비가 들어와도 중환자를 볼 인력이 충분치 않은 것도 큰 문제”라며 “중환자 병상이 1500병상 이상만 채워져도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감도 낮은 신속항원검사…주의점 알리고 PCR 역량 강화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차 강화하기 힘든 분위기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막기위해 중요해한 것이 조기 진단과 적시 치료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PCR검사를 받기 위해 먼저 받아야 하는 신속항원검사의 정확성이 낮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양성 환자를 양성이라 판정하는 민감도는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17~ 40% 수준에 그친다. 10명의 양성 환자 중 6~8명가량을 놓칠 수 있단 의미다.
하지만 의심증상이 있음에도 신속항원검사에서 나온 음성 결과를 믿고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가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신속항원검사 사용과 결과 해석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그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자동화 장비 승인 등을 통해 PCR검사 역량을 확충하자고 제안해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신속항원검사의 한계와 주의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그 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음성으로 인한 전파도 최근 확진자 급증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 적극 활용 필요…처방 프로세스 단축 및 대상 확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현재 국내에 반입된 물량은 3만2000명분이지만 지난 6일까지 처방을 받은 환자는 1851명으로 반입 물량에 5.8%에 불과하다.
병용 금기 약물이 많고 증상발현 5일 이내 복용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현재 체계로는 이 기간을 지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PCR검사를 받기도 어려워지면서 검사부터 실제 약 수령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팬데믹 상황임을 고려해 동네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의사가 즉석에서 진단하고 약까지 직접 전달하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단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10일부터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전화 처방·상담을 허용한 상태다.
보다 많은 확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확대하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미국은 2세 이상∙체중 40kg 이상 소아와 성인에 대해 사용을 승인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60대 이상, 50세 이상의 고위험∙기저질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치료제 물량이 부족할 것 같으니 처방 대상을 제한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중증 환자 증가를 막기 위해선 처방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모니터링∙치료키트 없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임산부∙기저질환자는 특별관리 필요
대폭 변화된 재택치료도 미비한 점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50세 미만 기저질환자와 임산부 등이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에 포함된 것을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일반관리군은 모니터링을 받지 않으며 치료키트도 제공되지 않아 확진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면서, 유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 교수는 “재택치료 시 고위험군을 연령대로 잘라버린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특히 임산부는 감염시 위중증 위험이 높은 데다 백신을 맞지 않은 비율도 매우 높아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택치료자들을 위한 행동 지침과 함께 이들이 사용할 가정용 의료기기 등의 수급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김탁 교수는 “재택치료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들이 확진됐을 때 집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등 명확한 행동 지침을 줘야 한다”며 “또한, 일반관리군에겐 치료키트가 제공되지 않아 일시에 사재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