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8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의대정원 문제는 지난 2020년 전국 의사총파업까지 벌어졌던 사안으로, 원천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의협이 정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의료계 내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의협 대의원회 한 관계자는 "이번 의협 집행부 들어 비급여보고에 수술실 CCTV부터 시작하더니 의대정원 확대까지 합의했다는 소식에 암담하다.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말도 안 되는 정부안을 과감히 거부하고 협상장을 뛰쳐나올 용기가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후배의사들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회 관계자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결국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한 것이냐며 회원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어떤 경우에도 젊은 후배들의 희생을 헛되게 해선 안 된다. 의협 집행부는 직접 해명하고 어떻게 합의가 된 것인지 진상을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회원들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난 2020년 의협 부회장 당시,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정책 반대에 앞장섰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올해 대의원회는 이필수 집행부에 의대정원 증원을 막을것을 수임사항으로 의결했다"며 "23년 전 의약분업 때 전 의사들, 2020년 의대생들, 전공의들, 교수들의 피로 유급까지도 불사 하며 막았던 의대정원 증원을 못막고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어겼다면 이것은 이필수회장과 집행부가 일괄 사퇴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면 의협 측은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했던 의협 이정근 부회장은 9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인력 확대에 합의한 것이 아니다. 합의한 것 처럼 나온 기사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며 "지난 비대면진료 때와 비슷하게 우리가 먼저 전제조건을 제시했고 복지부가 이 내용을 수용할 수 있다면 그때 논의를 하겠다는 정도 얘기가 오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부회장은 "필수의료나 지역의료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은 복지부와 우리가 똑같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이 부분부터 면밀히 분석해 의사인력 재배치나 인력 이동이 가능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합의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의협은 언제까지나 의대정원 확대 여부는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정책이 아닌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정근 부회장은 "100명, 1000명을 더 뽑아놔도 그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고 지역에 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핵심은 의사인력이 이런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사 인력 증원은 언제까지나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대의원총회 및 집행부 논의를 기반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앞서 의협과 복지부는 8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한다 ▲확충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총 3가지 사안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