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미국에서 담배회사들이 처음으로 담배의 해악을 인정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가 담배회사들이 그동안 담배의 해악을 소비자들에게 숨겼다며 이를 인정하는 문구를 담뱃갑, 진열대 등에 실으라고 판결한지 11년 만이다.
이 광고에서 담배회사들은 "안전한 담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국내 출시된 신종 담배인 궐련형 전자담배도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연구팀에 따르면 아이코스의 에어로졸을 구성하는 성분이 일반 궐련 담배와 같고, 1군 발암성 물질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미국의학협회지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아이코스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스위스 로잔대 산업보건연구소 오렐리 베르뎃 박사는 30일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서 직접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베르뎃 박사는 "담배회사 측은 아이코스가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해 담배의 진정한 맛을 제공하며, 연기와 재가 없고 냄새가 적게 난다, 아이코스 연기의 유해물질 및 잠재적 유해물질(HPHCs) 농도는 일반 권련 담배보다 평균 90% 낮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는 독립연구는 발표되지 않아 아이코스 연기에 존재하는 주요 잠재적 독성 화합물의 특성을 분석하고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열분해 표지물질을 선정, 아이코스 및 일반 궐련 담배에서 각각 생성되는 에어로졸 내용물을 비교했다.
베르뎃 박사는 "연구 결과 국제암연구소(IARC) 1군 발암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여전히 검출된데다 기존 궐련 담배보다 90% 감소하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1군 발암성 물질인 벤조피렌은 일반 궐련의 4% 수준이긴 했지만 검출됐다"면서 "또 일산화탄소와 니코틴도 검출됐는데 니코틴 농도는 기존 궐련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에서 니코틴 흡입기, 액상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일반 궐련 등 니코틴 제품별로 비교했을 때, 아이코스의 에어로졸을 구성하는 성분은 니코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수분,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일반 궐련과 동일했다.
베르뎃 박사는 "이는 업계에서 진행한 연구결과, 일본팀이 진행했던 연구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헌을 보면 독립적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지만 있는걸 보면 화합물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위험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앞으로 전자식 니코틴 전달장치와의 비교, 다른 궐련형 전자담배와의비교, 간접흡연 노출에 대한 실내 연구, 전자식 담배 가열장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 오사카국제암센터 타부치 타카히로 박사가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판된 일본의 현황과 간접흡연에 따른 신체적 증상 피해에 관한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아이코스는 2014년 11월 일본에 출시했다.
타카히로 박사는 "일본 아이코스 사용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남성(5%)이 여성(2%)보다 많았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6%)가 가장 많았고 30대(5%), 40~50대(4%) 순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연 의향이 있는 흡연자의 아이코스 사용 비율이 19%로 금연 의향이 없는 흡연자 10%보다 높았고, 전자담배 사용자의 72%가 일반 궐련 담배를 함께 사용한다고 응답해 이중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과 관련된 질문에서 응답자의 12%가 2017년 일본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에어로졸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고, 그 중 37%가 노출로 인해 최소한 한 가지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전반적인 불편감이 가장 많았고, 눈 통증, 목 통증 순으로 응답했다.
타카히로 박사는 "필립 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궐련 담배보다 안전하고 덜 유해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유해성이 없다고 감히 말한다"고 비판하며 "담배와 아이코스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담배와 관련된 건강 위협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일본에서 진행된 온라인 조사에서 식당 또는 사무실에서 최소 한 번 이상 일반/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는 비율은 각각 28.8%, 25.5%였고, 자주 사용한다는 비율도 18.5%, 16.3%로 높았다.
이에 일본 금연추진 의사/치과의사 연맹은 10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사용하는 제품으로 단뱃잎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전자담배와는 다른 제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고 판단할만한 의학적 근거가 아직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더라도 최소한 니코틴의 유해성은 피할 수 없다 ▲금연 장소에서의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은 금지돼야 한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흥준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문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흡연량에 비례하지 않고 약간의 노출에도 크게 증가하고, 일반 담배와의 이중사용 비율이 높으며, 가열(Heat)했을 때 나오는 위해물질에 대해 담배회사가 공개하지 않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