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의 확장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학병원의 잇따른 분원 설립 추진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말 의료인력 대규모 이동,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형 의료기관들의 건립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의 성명서 발표가 있은지 불과 일주일 후인 지난 7월 30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역세권 내에 700병상 규모의 병원이 들어설 것이란 계획이 발표됐다.
해당 지역에 인하대학교 김포메디컬캠퍼스를 조성키로 하면서 인하대병원이 분원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며칠 후에는 아주대병원이 경기도 평택 브레인시티 의료복합타운 내 종합병원 건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경남 김해에 1010병상 규모의 경희대 가야의료원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기도 동두천 제생병원도 2024년 개원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동두천 제생병원은 종단인 대순진리회의 내부 사정으로 지난 2000년 공사가 중단됐다가 20여년 만인 지난해 공사를 재개했는데 완공시 병상 규모는 1500여개에 달할 전망이다. 대순진리회는 강원도 고성에도 6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건립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대형병원들의 분원설립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병상수급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의 분원 개설로 적정한 의료인력 확보나 수급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합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 대한 개설 허가 권한을 지자체가 쥐고 있어 묘수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역민들은 대형병원 유치를 원하고, 지자체장들도 이에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대형병원들의 확장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아보인다.
당장 수도권 내 분원 설립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경희대병원과 차병원 등이 다른 지역으로 진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경희대병원은 하남시 ‘H2’ 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하며 5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설립하려 했으나 명지병원에 밀려 분루를 삼켰고, 차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인하대병원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과 H2 프로젝트에서 연이어 탈락의 쓴 맛을 본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학병원들은 교수들 인사적체와 재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분원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복지부도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반대할 명분이 궁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