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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은 청라, 경희대는 하남...수도권 곳곳에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기대반 우려반

    서울대 시흥, 연세대 송도, 중앙대 광명 등 설립 계획...의료전달체계 왜곡 vs 의료질 제고 효과

    기사입력시간 2021-07-15 06:26
    최종업데이트 2021-07-15 06:40

    자료=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잇따라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복잡한 시선으로 이 같은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병원의 골목 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의 의료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유수 대학병원 병상 수천개 늘어날 예정...병원과 지자체 필요 맞아 떨어져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병원과 경희대병원이 각각 청라와 하남으로 진출을 타진하며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러시가 재차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 있었던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청라국제도시 진출이 기정사실화됐다. 병원 규모는 800병상 정도가 될 전망이다.

    경희대의료원은 다음날인 9일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남시과 ‘H2 프로젝트’ 부지내에 5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도 여러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수도권 내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시흥에는 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이, 인천 송도에는 1000병상에 달하는 송도세브란스 병원이 2026~2027년 사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주대병원은 평택과 파주에, 한양대병원은 안산에 분원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900여 병상의 의정부을지대병원,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700여 병상 규모의 중앙대광명병원까지 그야말로 수도권 구석구석까지 대학병원들이 손을 뻗고 있다.

    이처럼 분원 설립이 이어지는 것은 인사적체와 수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학병원들의 상황이 대학병원 분원 유치를 통해 지역의 이미지와 의료질을 한꺼번에 제고하려는 지자체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아산병원이 들어설 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와 하남 진출을 타진 중인 경희의료원 전경

    환자쏠림으로 의료전달체계 왜곡 우려..."의료질 제고 효과는 확실해 다각 검토 필요" 주장도

    하지만 윈-윈처럼 보이는 대학병원들의 연이은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환자쏠림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은 대형마트가 골목 상권에 들어오는 셈”이라며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과 지역사회가 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학병원이 환자들을 빨아들여 중소병원들이 문을 닫게 될 경우, 지역사회 고용 등 경제적 측면에서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설사 기존 병원들이 버텨낸다 할지라도 의료비용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의 등장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살아남기 위해 기존 병원들은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창출하게 되고 이는 곧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병원이 갖는 사회적 지위나 의미를 고려했을 때, 분원 설립보다는 지역에 있는 병원들과 상생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도입된 지역별 병상 총량제를 제대로 적용해 이 같은 병상의 과잉 증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따른 의료질 제고 등 분명한 효과도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가령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외곽지역에 세워지면 촌각을 다투는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단 점은 확실하단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분원 한 곳 당 대략 1000~2000억 정도의 요양급여 비용이 들어가고 10곳이라고 하면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셈”이라며 “분원 설립으로 인한 의료질 제고는 확실하다. 다만, 그 만큼의 비용을 투자할 정도인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에 인구가 100만이 되는 메가시티들은 대학병원 분원이 자생할만한 환경도 되고, 이런 병원들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서울 빅5 병원으로의 쏠림은 되레 줄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민들 입장에서도 의료질이 제고되고 지역 이미지도 좋아지기 때문에 분원 설립은 반길 수밖에 없다”며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분원 설립이 가져올 효과나 문제점들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