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급성기관지염 환자들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기초의학 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김한상 연구원은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있었던 57만여 건의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외래진료 10만건 당 249건...45~64세 가장 많고 초진 비율도 5.7%
해당 기간동안 의료기관 3만4481개소 중 6193기관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해 총 56만7390건의 전화상담∙처방이 이뤄졌다. 전체 외래진료 10만건당 249건 꼴이다. 초기에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이용건수가 많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1차 의료기관의 참여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전화상담∙처방 이용 환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5~64세가 21만28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65~79세(16만284건) ▲80세 이상(7만9267건) ▲19~44세(7만7249건) ▲0~18세(3만7751건) 순이었다.
과거 183일 이내에 동일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환자는 약 83.9%였으며, 요양기관 및 주상병 관련 이력이 존재하는 경우가 10.4%, 아예 이력이 없는 초진 환자가 5.7%였다.
질환별로는 만성질환과 급성기관지염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종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당뇨병, 협심증, 뇌경색증 ▲종합병원에선 당뇨병, 고혈압, 뇌경색 ▲병원에서는 고혈압, 조현병, 당뇨병 ▲요양병원에선 알츠하이머, 조현병 ▲고혈압 의원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급성기관지염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진료 및 처방을 받아야 하는 환자 대부분은 해당 기간동안 대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주기적 만성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전화상담이 시행된 2020년 2월 이전 1년동안 분기별로 적어도 1회 이상 고혈압, 당뇨병 진료를 받은 환자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라 주기적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약 60만명 정도였으나 해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는 약 6만명으로 1%에 그쳤다. 94%는 대면 진료를 이용했으며 5%는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시 평균 처방일수 6일가량 늘어..."환자 안전∙의료질 측면 검토 필요"
비대면 진료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평균 처방일수가 늘어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대면 진료의 경우 전화상담∙처방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평균 처방일수가 약 2일 늘어난 반면, 전화상담∙처방 시행 전 대면 진료와 시행 후 비대면 진료를 비교하면 비대면 진료에서 평균 처방일수는 고혈압에서 5.3일 당뇨병에서 6.4일가량 늘어났다.
이날 발표에서는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공급자 23명과 의료이용자 7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도 공개됐다.
유용성 측면에서는 주기적 약 복용으로 건강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자에게 비대면 진료가 유용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반면, 예약부터 의사와 상담, 상담 이후 처방전 수령 및 수납까지 수차례 전화 연결이 필요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효성∙효과성에 대해서는 공급자 측은 아직 판단이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인데 반해 이용자들은 동일 약제를 처방받는 것이라 대면진료와 다르지 않다고 답해 의견이 갈렸다.
만족도와 수용성 측면에서도 공급자 중 다수가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한시적∙제한적 시행에는 찬성하지만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답한 반면, 이용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김한상 연구원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상황과 범위, 대상에 대한 이해관계자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측면에서 진료 이력이 없던 환자의 전화 상담∙처방 이용과 처방일수가 긴 만성질환자들의 허용 범위 및 대상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안전과 의료질과 관련해 지속적 모니터링과 공급자, 이용자 조사를 통한 정책 환류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