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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세가 막내, 73세도 분만”…후학 없는 산과, 젊은 교수가 본 이유

    산과 의사 고령화 심각…삼성서울병원 성지희 교수 "사법리스크에 과도한 근무, 워킹맘 산과 선택 어려워"

    기사입력시간 2026-07-12 20:17
    최종업데이트 2026-07-12 20:17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성지희 교수가 11일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53세인데 병원에서 막내입니다.” “이어줄 후배가 없으니 73세인데 아직도 분만을 하고 있습니다.”
     
    1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 참석한 호남 지역 분만병원 의사들은 지역 산과 의사의 고령화가 심각해 10년 뒤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천미즈여성아동병원 윤명근 원장은 “병원에 원장이 7명인데 60대가 2명이고, 53세인 내가 막내”라며 “5~10년 뒤에 이 병원에는 혼자 남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선배들이 그만두면 나도 그만두지 않겠나”라고 했다.
     
    군산은혜산부인과 장인석 원장도 “군산에서 분만을 하는 병원이 4곳인데, 3년 내에 산부인과 의사의 90%가 60대에 접어든다”고 우려했다.
     
    산과 의사의 고령화는 산부인과 전공의가 줄어들고 그 중에서도 산과를 택하는 이들이 줄어든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익산제일산부인과 홍성각 원장은 “내 나이가 73세인데 지금도 분만을 하고 있다. 이어줄 후배가 없으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딸이 산과를 전공하려고 산부인과 의사가 됐는데 존경하는 산과 교수 밑에 들어가 1년을 수련 받더니 마음이 변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유를 물어봤더니 첫째는 소송에 대한 부담이고, 두 번째는 곁에서 지켜본 교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40대 초반인 성지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는 젊은 의사들이 산과를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로 ‘사법 리스크’를 꼽았다.
     
    성 교수는 “교수는 물론이고 전공의까지 형사 소송과 기소의 대상이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위험에 비해 수가는 낮으니 젊은 의사들이 산과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후학 양성을 위해서는 형사 면책 등 소송 리스크를 줄여주고 수가를 현실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산부인과 전공의가 전임의를 지원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성 교수는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 대부분이 여자인데, 전임의 시기는 임신, 출산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출산, 육아와 전임의 생활을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임의 월급은 높지 않은데 아기를 봐줄 사람은 없고 도우미는 비싸다. 월급이 통장에 찍혔다가 도우미 월급으로 다 나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이 많은데 인력은 부족해 당직 수도 많다. 밤이든 휴일이든 갑자기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럴 때 아기를 봐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결국 산과 전임의를 하면 전임의 혼자만 힘든 게 문제가 아니다. 가족 전체의 짐이 된다. 적절한 보육 시스템이 있어야 일하는 엄마 아빠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단순히 월급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결국 추가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산과는 수가가 낮으니 병원에서 채용을 꺼린다”며 “병원이 산과를 적자의 원흉으로 보지 않고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설 수 있게 경제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