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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모도 질병에 포함시켜야 하나…탈모약 급여화가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이유

    [칼럼] 김기범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이사

    기사입력시간 2022-01-10 06:30
    최종업데이트 2022-01-10 13:1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선거공약으로 탈모치료약을 요양급여로 해준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그래서 탈모치료제의 급여화에 대해 요양급여 측면에서 재미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단순 탈모’가 질병으로 인정될 것인가?

    현재도 질병으로 인해 2차적으로 생기는 탈모는 요양급여대상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단순 탈모만이 비급여 대상입니다. 탈모치료제가 급여로 인정되려면 간단히 약제의 급여기준만을 변경고시하는 방법이 있고, 단순 탈모(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2 비급여대상)를 급여대상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41조에 1항 따르면,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고 돼있고, 요양급여항목에는 진찰·검사·약제(藥劑)·치료재료의 지급, 처치·수술 및 그 밖의 치료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즉, 약제를 요양급여로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해당 질환을 먼저 요양급여대상으로 변경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물론 탈모를 요양급여대상으로 변경하더라도 구체적인 급여의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되므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급여화의 방향에 따라 단순히 약제 급여기준을 변경하는 것부터 행위의 급여 및 비급여등재 여부, 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할지 여부까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나스테리드 외의 다른 약제는?

    급여대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급여로 된 등재된 약제와 행위는 모두 요양급여로만 처방해야 하고, 비급여로 된 약제나 행위(등재비급여)를 처방하더라도 허가된 기준대로만 처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탈모치료제는 약제 뿐만 아니라 뿌리거나 바르는 제제, 시술 행위 등도 있는데, 이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나스테리드(또는 두타스테리드)만 탈모치료제로 급여가 인정된다면, 미녹시딜 경구제(혈압약) 등 탈모치료의 보조제로 처방하는 약들은 허가외처방이 돼 심사조정될 것이 분명합니다. 혹시 비급여로 처방하더라도 임의비급여가 돼 처방이 곤란해집니다. 탈모 치료로 허가받지 않은 제제의 처방은 환자의 민원뿐만 아니라 민간보험 회사의 대응도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기본진료료의 급여화는 탈모치료기관의 재편 가능

    만약 탈모치료가 요양급여대상이 되면(피나스테리드가 급여화가 되더라도 비슷한 상황), 약제처방과 관련한 진찰료도 급여가 됩니다. ​여러 의료기관들은 다른 질환을 진료하면서 추가로 탈모치료로 허가받은 한 두가지 약만의 처방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도 만성질환 약을 처방받으면서 다른 진료를 같이 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기존에 탈모치료로 특화해 많은 투자를 한 의료기관에게는 위협적인 상황이 돼 탈모치료 시장의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약을 쉽게 처방하게 되고, 탈모치료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탈모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의료기관들은 약제비 적정성평가를 고려해 처방을 꺼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탈모치료제의 급여화는 탈모치료를 한번 시도해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겠지만, 정말 탈모가 심각한 환자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감소하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탈모치료행위는 퇴출? 급여화? 등재비급여화? 어떻게 될것인가

    현재 탈모에 시도되는 고가의 비급여치료행위나 시술 등은 퇴출 또는 급여화, 등재비급여로 변경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이때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비급여행위는 불법시술이 되므로, 의료기관은 해당 행위를 시행할 수 없게 됩니다.  

    정부는 2021년부터 비급여 신고와 고지의무를 신설해 비급여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급여대상질환에서 비급여행위를 처방하려면 해당 행위가 신의료기술행위로 허가를 받아야만 법정비급여(등재비급여)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의료기기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해당 의료행위가 기존 건강보험권에 등재돼 있는 기술과 유사하거나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280일 가량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엄격한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이에 따라 ‘효과가 비용대비 낮더라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해보는 치료’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등재비급여가 되지 않은 시술을 하면 과거에 유방암에서 맘모톰 시술을 했던 의료기관들이 겪은 일들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 의료행위는 일어나지만 불법으로 몰아 실손보험사들이 지급 거절을 하고 의사와 환자들을 협박하는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들은 탈모치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고가의 비급여치료행위가 급여화되더라도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그동안 탈모치료 시술을 해오던 의료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탈모치료행위가 등재비급여로 인정된다면?

    위의 경우와 달리 탈모치료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고가의 비급여치료(모발이식 등)가 인정비급여(등재비급여)로써 허가될 경우에 해당합니다.
     
    만약 탈모치료가 요양급여대상으로 인정된다면 급여대상에 대한 등재비급여행위는 당연히 민간보험에서 보상받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급격히 탈모치료시술이 늘어나면서 탈모를 치료하는 의료기관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결국 탈모치료는 제2의 도수치료가 되고, 폭발적인 의료수요 증가와 공급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되고 의료기관의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민간보험 회사의 손해율 증가로, 환자들과 민간보험회사들과의 마찰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의 한계와 비급여

    건강보험은 전 국민 단일보험이자 강제가입제도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에서 급여화율을 올리면 의료접근성증가로 대기수요에 의해 의료행위가 증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급여기준이 엄격하면 환자별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의료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다보험체제(독일, 호주, 일본 등)를 채택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단일 강제가입 제도하에서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는 숨통같은 제도가 바로 비급여제도입니다.  

    저는 단순히 탈모를 이러한 비급여로 남겨두는 선택이 나은지,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당장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약제만 급여로 전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회적합의를 통해 건강보험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길 바랍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