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화제다. 탈모약의 건강보험 찬반을 둘러싸고 국민 사이에서 극단적인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선거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표가 된다면, 그 어떤 공약도 뿌려댈 기세다. 물론, 머리가 빠지는 탈모인의 심각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무시하는 의미가 아니다. 특정한 국민을 콕 찍어 그들만을 위한 공약이 남발하면, 이 공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국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누가 보상할 것인가?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함께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로 운영된다. 국민건강보호법이 정한 법정 분담금조차 성실하게 부담하지 않는 정부는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해 그동안 많은 국민의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도 국정 최고책임자가 되려는 대선후보자가 건강보험 재정 상태에 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특정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전체 국민을 통합하고 이끌어야 할 지도자의 약속으로 적합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탈모라는 질병의 범위, 환자 수, 검증된 치료 방법,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건강보험 적용으로 예상되는 지출 비용을 산출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건강보험 재정을 운영한 결과 재정은 적자로 전환했고, 급기야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인상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계가 의료급여비용의 인상을 요구하거나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항상 건강보험 '재정 중립'을 강조해왔다. 진료비 총액을 고정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적용이나 정책 추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면 기존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운용해 왔다.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 양질의 의료 공급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재정 중립 달성을 목표로 건강보험을 운영해온 것이다. 국민 건강 증진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가 건강보험의 지속성과 재정 관리에만 몰두함으로써 국민 건강 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목표가 수정하지 않은 한 대선 후보자의 특정 질병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 약속은 국민 건강 증진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강화와 건강보험급여비용(수가) 현실화를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번번이 재정 부족을 구실삼아 의료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에 논란을 불러온 대선 후보자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그동안 의의협이 추진하고 요청한 정책과 동떨어진 공약임에도 의사협회는 공식적인 비판이나 의견 제시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침묵이 정치권과의 소통이며 대선 행보인지 의협회원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을 존중하고 의협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의협 집행부가 분명하게 의협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필수의료 강화가 아닌 탈모약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인지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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