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사들은 왜 거리로 나와서 집회를 진행한 것일까. 의사들은 "의사가 의사답게 살 수 없고 최선의 치료를 막는 의료제도가 의사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이유"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 8월 2022년까지 3800개의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발표하자 의사들의 분노는 거세졌다.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강한 투쟁을 하겠다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당선되기도 했다.
2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나온 의사들의 주장을 보면 의료계와 상의 없이 문재인 케어 일방적인 강행, 원가 이하의 저수가 문제, 무늬만 보장성 강화인 예비급여 제도, 의학적 원칙에 치료할 수 없는 심사기준과 삭감, 중환자실 근무환경 열악한데 의료진 구속 등으로 볼 수 있다.
의협은 이날 참석자가 5만1000~5만2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경찰 추산은 1만여명이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심사기준에 따른 삭감 문제에 일부 수긍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수가 보상과 재정 확대에 대해서는 '직역 이기주의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중환자 생명권 보호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점에서 의협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문재인 케어 저지를 통해 중환자 생명권 보호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해 지금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협이 중환자의 생명권을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면 의정대화에서 정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적정 수가에 대해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①문재인 케어 일방적인 강행
의료계는 우선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일방적인 강행을 문제로 삼았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개별학회와 접촉해 3600개의 비급여를 2022년까지 전면 급여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와 하나도 상의 없이 지난해 8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3600개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겠다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망상적 정책을 들고 나왔다”라며 “의료계의 손실을 총량 개념으로 수가를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가 보전의 약속이 아무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4년동안 필수적인 의학적 비급여 65개를 급여화했다”라며 “앞으로 남은 4년동안 3600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인가”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주(25일)부터 정부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화를 임할 지가 중요하다”라며 “만약에 정부가 진정성 없는 대화, 일방적인 강행 등이 발견된다면 즉각적으로 대화를 중단하고 초강경 대정부 투쟁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②원가 이하의 저수가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이미 원가의 70% 이하 진료비를 받는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를 통제한다면 결국 풍선이 터지듯 대한민국 의료는 설 자리가 없이 터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보장된 원가가 전제돼야 한다"며 "원가이상의 수가가 보장되지 않은 채 보장성 강화정책 도입은 논의할, 협의할 일말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그동안 의사들은 단 한 번도 원가 이상의 적절한 수가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살인적인 저수가에 시달려 왔다“라며 ”전국 의료기관의 90%가 넘는 대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을 마치 자신들의 소유인양 억압하고 통제하는 관치의료의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의 기형적인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기는커녕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정책을 일방적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현행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 순서”라며 “일단 빼앗고 나중에 주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죽을 수도 있는 길로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먼저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폐기해야 한다. 비급여는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되고 있다”고 했다.
③무늬만 보장성 강화인 예비급여
문재인 케어에서 나온 본인부담률 50~80%의 급여화인 예비급여 반대 주장도 강경했다.
최대집 회장은 “진료비가 10만원이 나왔을 때 건강보험에서 2만원을 내주고 내 돈 8만원을 내는 것이 급여인가. 예비급여는 국민와 의료계를 기만하는 가짜 보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 정부부처가 의료계와 국민을 속이고 가짜 보험을 만드는 짓거리를 한다. 예비급여 제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합리적인 급여규정과 심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사가 없는 의료정책, 바로 문재인 케어다. 대책없는 급여정책이 바로 예비급여”라며 “사회주의 의료정책으로 건보재정은 파탄나며 의료보험비는 폭등되는 거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만희 회장은 “근거도 미흡하고 효과도 미흡한 의료행위를 본인부담 90%로 급여화한다는 것은 건강보험 원칙에도 어긋난다”이라며 “이 정책이 재정을 낭비하면서 의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④의학적 원칙에 치료할 수 없는 심사기준과 삭감
최대집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사기준도 확립이 안돼있고 자문의사도 공개되지 않았다. 무명 삭감과 비밀주의 외국 정보기관이나 국정원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심평원을 해체하고 싶지 않으면 심평원 자문의사와 심사기준을 공개하고 정상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의장은 "의료계는 이미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전형적인 횡포로부터 시달려왔다"며 "의사들에게 착오 청구는 없다. 그저 부당청구로 몰아가면서 손쉬운 횡포에 시달려왔다“라고 했다. 이 의장은 “문 케어는 이미 신뢰가 깨진 그들과 의료기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소위 ‘갑질’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노만희 회장은 “공단이든 심평원이든 경찰처럼 진료실에 들이닥치는 행위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멋대로 만든 기준에 맞지 않으면 도둑으로 취급하는 정책방향을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노 회장은 “심평원 공단의 업무를 모두 공개해달라. “급여기준, 수가연구, 심사기준 등 의사들과 협력하고 싶다면 모든 것을 투명하고 당당하게 운영해달라”고 말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은 환자에게 필요하더라도 매번 삭감당하는 수술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수술도구를 재소독해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백진현 전북의사회 회장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의료행위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되면, ‘환자의 치료’가 아니라 오로지 ‘건강보험 재정의 절감과 유지’라는 목적이 우선시된다. 이러한 우리 의료제도의 고질적인 적폐가 먼저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만들어 낸 자의적인 '급여 기준'은 전 세계의 의사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나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과학적 근거보다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며 “마치 절대적인 신앙처럼 군림하는 이 부끄러운 현실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심평의학'이라고 하는 획일화된 '규격진료'의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부당한 의료행위가 되고 비양심적 의사로 매도 되는 환경에서는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더라도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박홍준 회장은 “지난 1년간 발의된 의료관련 규제 법안이 매일 하루에 한건씩 발의되고 있다”라며 “누가 우리를 진료실에서 몰아내려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환자로부터 떼어놓으려 하는가”라고 외쳤다.
⑤중환자실 근무환경 열악한데 의료진 구속까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중환자실은 고도의 의료 기술과 의료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상시로 중환자실을 전담할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낮은 정부지원으로 인해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있는 종합병원은 전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그나마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있는 곳도 전담의사 한사람이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이 넘는 중환자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의가 없는 곳은 어쩔 수 없이 전공의들이 잠도 못자고 집에도 못간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일주일에 90시간 가까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지금 재판을 눈앞에 둔 포승줄에 묶여 수갑을 찬 우리 의사 동료들은 살인자가 아니다. 정부가 살인자"라며 "이런 몰상식한 일들이 계속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살인자’, ‘잠재적 범죄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상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홍준 회장은 "의료계의 몰락은 시작됐다. 산과 선생님들은 구할 수 없어서 분만 가능한 지역을 찾아다녀야 한다. 전국의 소아심장수술 외과의사는 10여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제는 병을 치료받기 위해 이 나라를 떠나야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라며 “중환자실의 진료기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과는 정원을 줄였음에도 전공의 지원이 50%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