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소 제한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과실’ 여부를 심의할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법안을 반대한 인물들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안은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 완료, 설명의무 이행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기소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한 과실 여부는 법조계, 의료계, 환자단체 추천 전문가 5명과 정부·공공기관 3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판단한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27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전문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고 법안에 반대한 인물∙단체는 제외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의연은 “각 사건은 필수적으로 (전체회의가 아닌) 분야별 전문위원회에 먼저 회부하고, 전문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구성하되 3분의 2 이상을 해당 진료과목 또는 인접 세부 전문과목 임상의로 채워야 한다”며 “동일 진료과 전문의가 없으면 의결 자체를 못 하게 하거나 최소한 외부 전문가를 강제 위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심의위 위원 선정 시 공개적으로 법안에 대해 반대한 인물이나 단체들은 배제해야 한다”며 “애초에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의료진의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법 개정의 취지를 부정했던 사람들은 일방적 주장만을 할 것이기에 공정한 심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의연은 의료사고 발생 사실을 안 날로부터 7일 내 설명의무 이행 조항에 대해서는 “설명의무의 발생 시점은 결과 발생 시점이 아니라 합리적 인지 시점이어야 한다”며 “질병의 자연경과, 사전에 충분히 설명된 예견 가능한 합병증,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상황, 환자 상태 불안정으로 즉시 상세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는 7일 규정의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임보험과 관련해서는 “책임보험은 단순히 민간보험 의무가입만으로 유지해서는 안 되고, 공적 재원의 지원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해야 한다”며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 관련 초과담보 책임보험의 보험료는 국가가 정한 공정한 계산 방식에 따라 자동 지원하며, 전년도 대비 보험료 인상률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은 국가의 우선 지원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바의연은 필수의료 행위도 “응급수술, 중증외상, 고위험 분만 응급상황, 신생아∙소아 중증응급,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중환자 처치처럼 행위와 상황을 결합한 구체적 의료행위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대한 과실은 제한 해석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판단 기준에 ▲사후 결과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지 않을 것 ▲당시와 당시 지역의 인력∙시설∙근무조건∙응급성∙전원 가능성∙동일 수준 기관의 표준을 함께 볼 것 ▲의학적으로 소수가 주장하는 치료법도 의학적 근거가 있으면 중대한 과실로 보지 않을 것 ▲단순한 가이드라인 이탈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전문가 집단이 수용 불가능한 현저한 이탈을 중과실로 볼 것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의연은 이 외에도 ▲의료사고심의위 공무원 TO는 보건의료∙환자안전 행정기관으로 제한 ▲설명 내용은 책임 인정이 아니라 사실 설명과 향후 조치 중심으로 표준화 ▲당사자 조력은 ‘쌍방 대칭’과 ‘소송 유도 차단’을 핵심으로 규정 ▲재감정∙추가감정은 엄격한 규정 적용 ▲조정∙감정∙심의 결과 공개 시 식별 위험 통제 등을 시행령 제정 시 포함시켜야 할 내용으로 꼽았다.
바의연은 끝으로 “시행령 조정만으로는 이 법안이 실효성을 달성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례를 참고해 형사책임∙민사책임∙보상제도를 분리하는 재입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