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활용와 통합, 표준화, 개인정보보호 등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의료데이터를 쌓기만 하면 쓸모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못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헬스케어CIC 황희 대표(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겸 이지케어텍 부사장)가 지난달 대표직에 임명된 이후 한 달 반만에 첫 번째 공식 행보에 나섰다. 대한병원협회가 12일 마련한 2022년도 병원경영과 의료정책방향 연수교육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의료'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 것이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에 대해 데이터 플랫폼, AI(인공지능), 모바일, 디지털 트윈 등 4가지를 이야기했다. 다만 카카오 헬스케어는 환자와 국민, 의료진 양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구상에 여념이 없는 상태로, 향후 환자와 국민 외에 의료진과 의료기관까지 만족하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피력했다 .
황 대표는 “카카오 헬스케어는 이제 회사를 세팅하는 단계이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다양한 분야로 활용하고자 한다"라며 "카카오 헬스케어의 방향성은 여러 플레이어들과 함께 환자와 국민, 의료진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잘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톡이나 챗봇, 모빌리티, 뱅크 등이 그랬듯이 기존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만들고 솔루션을 찾으려 한다"라며 "카카오의 다른 공동체와 연계해 빠른 시간에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단계이고, 다음 번에 구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카카오의 비전이나 계획을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데이터 중요하지만 데이터 퀄리티가 관건
황희 대표는 우선 데이터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로 의료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활용이 떠오르면서 데이터 퀄리티가 그 다음의 기술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할 만큼 데이터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의료데이터는 전자의무기록(EMR)을 사용하면서 모든 병원의 진료부터 시작해서 간호, 약제 등의 모든 행위가 디지털화돼있다.
또한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병원 내에서 혹은 병원 밖에서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3대 마이데이터 사업 중 하나인 헬스케어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국내 EMR 보급률이 90%가 넘는데, 병원의 니즈에 의해 자발적으로 투자해 확산됐다. 하지만 현재 EMR은 2차 데이터 활용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황 대표는 "현재 EMR은 모바일이나 AI와 함께 발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EMR데이터가 가진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병원 차원이나 국가 차원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EMR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앞서간 영역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표준화나 통일된 형식의 문제, 데이터 인증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데이터 퀄리티의 문제가 남아있다"라며 "병원의 부담과 비용을 덜고 보다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평소 건강관리인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때 여러 이해당사자들끼리 서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 대표는 “2016년 중반에 정밀의료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 라이프로그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통합된 하나의 데이터로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가 거의 드물다"라며 "일부 앞서가는 병원에서 정밀의료 플랫폼 사업을 통해 제한적인 타겟 질환에 대해 3가지 정도의 데이터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노력을 몇 년째 기울이고 있는데 반해 여전히 목표치 대비 낮은 수집력을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이유는 어떤 기술도 AI, IoT 등에서 데이터에 대한 합의 내지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수집할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상누각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대로는 일부 데이터로 전체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적용을 한다거나,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가공하는데 병원이 데이터 산업 내지는 데이터 과학의 중심축으로써 제약이 많다. 병원과 연계기관, 보험사까지 참여하고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포함한 규제기관 등이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을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의 차세대 EMR 도입 전에 필요한 건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합의
많은 병원들이 2세대, 3세대 EMR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투입하면서 병원정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역시도 제한적인 활용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황 대표는 “EMR을 교체해도 데이터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적인 활용밖에 하지 못할 수 있고 깊이 생각해볼 점이 있다"라며 "연구기관이나 병원은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토대로 제한된 자원으로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솔루션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데이터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활발하게 사용하고 병원을 포함해 환자에게까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풀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연구기관들이나 병원, 제약사 등이 활발하게 논의하고 스타트업들까지 논의의 장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많이 낼 수 있어야 데이터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 활용방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IT서비스, 모바일 헬스케어 등과도 연계되는데, 현재로써는 병원이 중심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대표는 "데이터의 효과적인 개발을 통해 병원에서 상시로 쓰는 데이터를 통해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특히 지속가능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의료기관이 중심축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개인정보 보호? 2차 데이터 활용?
그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사회적인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법적인 이슈보다 사회적 합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 정보 보호는 물론 병원과 기업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각 기관들 사이에서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개인 의료정보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우려에 대해 해결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합의를 통해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목적으로는 이용해선 안되거나 해도 되는지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특히 의료는 산업적인 측면도 있지만 복지의 측면이 매우 강하고 공공재의 측면이 강하다. 산업적인 목적을 일부 달성하겠지만 데이터를 통해 공공복지,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환자로부터 데이터가 유래한 만큼 개인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와 2차 사용문제가 떠올랐을 때 데이터 주권 측면이 아직 모호하다”라며 “데이터 3법과 원래 의료법, 생명윤리법 간 충돌이 있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으면 병원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쉽게 끼어들지 못하는 장벽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는 EMR데이터
그는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EMR 데이터의 한계도 지적했다.
황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EMR들이 처방이나 검사 결과 등에서 비교적 표준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표준화이긴 하지만 건강보험EDI 청구코드는 국가 단위의 정제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 처치 등과 관련된 것은 표준화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기록이 되고 있고 데이터 활용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라며 "실명 데이터는 활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여러 한계를 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취약한 의료불평등 해소
그는 미국, 영국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굉장히 많은 기술이 제한적인 의료체계에서 부족한 자원을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주력했다. 특히 서로 다른 의료체계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취지에서는 동일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황 대표는 “4차산업혁명 자체보다도 의료체계에서 여러 가지 제한을 줄여주거나 일부 해결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과부하를 줄여준다. 이것이 세계보건기구(WH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바라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장 큰 가치(value)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병원 입장이나 기업들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어떤 것을 창출한다기 보다는 의료불평등이나 접근성 개선, 가치 창출 등이 중요하다. 국가 전체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감한 의료정보 보호와 활용 문제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개인 정보보호도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술을 인증받도록 하고 있지만 IT기술이 접목될수록 일반 환자들이나 국민에서는 개인정보보호이슈가 커지기 때문에 제한적인 사용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서 기록이나 데이터를 제3기관으로 요구하면 의료기관이 거부하지 못하는 '인포메이션 블록체인 딜'의 역할도 시작하고 있다.
황 대표는 “미국 HIPP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를 통해 연구 목적에 한해서는 익명화된 건강정보의 사용 제한을 없앤다고 개정했다"라며 “데이터의 여러 가지 장벽을 없애는데 큰 참고사례가 됐던 법제도 변화사항”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마이데이터 보건의료 데이터 사업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건강정보를 입력하는 '마이헬스웨이'를 통해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기관이나 여러단계가 오픈 API를 거쳐 데이터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황 대표는 “여전히 마이헬스웨이는 개인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가명 내지는 익명 데이터를 통해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라며 "보건의료 데이터는 의료법과 생명윤리법과 데이터3법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 병협이나 의협 등이 필요하다면 데이터3법에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라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각 병원은 확장된 DW(Data Warehouse)를 필요로 하고 환자 동의를 토대로 데이터 연구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데이터 에코시스템을 기반으로 유전체 ,모바일, 챗봇, 기술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하며, 데이터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의료AI는 의료비가 줄거나 환자 예후가 좋아지는 것 증명부터
의료현장에서 AI가 제대로 쓰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며, 앞으로 어떤 효용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황 대표는 “AI가 의사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이제는 병원, 기업이 모두 잘 알고 있다”라며 “AI역할은 의사의 보조자로서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를 덜고 제한된 자원을 잘 이용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이 어떤 이득을 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신의료기술 인증과 같은 AI소프트웨어 수가를 신설해 전체 95개가 신청, 30% 정도가 인증을 받았다. 공보험인 메디케어에서 AI수가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결국 기술로 수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를 증명해서 환자의 예후가 좋아지고 치료기간이 짧아졌다는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도 AI 수가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가가 인정되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의 세금이 쓰이려면 AI를 통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AI 가치에 대한 근거가 없으면 수가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본다”라고 단언했다.
황 대표는 “병원도 AI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만큼 연구에서 끝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앞으로의 활용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며 "병원도 기술이 빨리 발전할 때는 빠른 데이터 활용과 통합이 중요하고, 앞으로 데이터 플랫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AI정확도는 경쟁에서 중요한 우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요소다"라며 “환자에게 이득이 되고 병원의 예산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수가를 받는 것이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가 예로 든 '바빌론'이라는 회사는 AI기반으로 원격진료 모델로 시작해서 B2C만으로는 매출이 안되는 것을 깨닫고 나서 기존 플랫폼을 사용해 보험회사들과 B2B 블록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덜 방문하게끔 하고 의료비를 줄였다. 작닥(Zocdoc)은 다양한 의료기관과 의료정보 통합 연계를 통해 환자 본인들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실시간 검증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리얼월드 사이에서 플랫폼 서비스로 발전할 것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도 언급됐다. 메타버스를 포함해 기존 기술들이 통합해 하나의 서비스를 하고, 또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황 대표는 “디지털 트윈도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리얼월드와 디지털 트윈 사이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인풋(input)하고 아웃풋(output)을 낼 것인지에 있다. 결국 디지털 트윈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작동할 수 있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트플로우'라는 회사는 지난 10년 이상 심장 질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디지털 트윈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 환자 코호트를 토대로 교육이나 선체험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황 대표는 끝으로 "카카오 헬스케어는 이제 회사를 세팅하는 단계이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것이다. 카카오 헬스케어의 방향성은 기존의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와 연계해 여러 플레이어를 비롯해 국민과 환자, 의료진의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체와 연계해 빠른 시간에 서로가 윈윈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단계다. 다음 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카카오 헬스케어의 비전이나 계획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