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두 가지 변수를 깨달았을 때, 오늘의 주인공과 인터뷰 약속한 걸 살짝 후회했다.
첫째 변수는 그가 공무원이어서 오후 여섯 시가 지나야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옮겨 출장을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허기진 배를 잡고 컴백 시간을 가늠하면서, 공무원 본진을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사무관으로 근무하는 권근용 의사다.
권 사무관은 예방의학 전문의로 이번 인터뷰 시리즈의 첫 기초의학 의사다.
인터뷰의 첫 취지와는 다른 '원래 비임상 의사'지만, 공무원 진출을 고려하는 의사에게 충분한 가이드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상의와는 다른 갈래를 선택한 기초의학 의사들의 고민, 그리고 공무원 의사의 실제 모습을 물어봤다.
메디게이트뉴스: 예방의학 전문의까지 마친 거로 알고 있는데요, 졸업하고 나서 현재까지 걸어온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저는 01학번이고요, 2001년부터 6년까지 계명대 의과대학을 다녔습니다.
2007년에 가톨릭성모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의 예방의학교실에서 레지던트 3년을 마친 후에, 공중보건의를 했죠.
보통 예방의학 전문의는 '예방의학 장교'라는 위치에서 감염병 관리를 주로 하는데요.
저희 때는 군의관 TO가 적어서, 저는 공보의로 배정받아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질본에서 요즘 메르스 때문에 많이 언급된 '역학조사관'이란 걸 했죠.
3년을 마치고, "이제 공무원이 되겠다"고 맘먹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10개월 계약직 근무를 하다가,
보건복지부 시험에 합격해서 올해 4월부터 공무원 교육을 받고, 9월 12일에 보건의료정책실의 응급의료과 보건사무관으로 임용받아 근무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대를 입학하실 때부터 기초의학에 대해 고려하셨나요?
-아닙니다.
저는 본과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것도 라이프 서포트를 하는 흉부외과나 일반외과 말입니다.
의사 국가고시 준비를 하면, 보통 의료법과 예방의학은 배우는 양에 비해 시험 비중이 크잖아요?
공부하다 보니 정책적인 부분에 관여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턴 들어가서도 계속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예방의학을 하려면 인턴은 마쳐야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입견에 가득 찬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학생 시절 오타쿠 기질이 있거나, 잘 눈에 띄지 않아 6년 내내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던 친구들이 나중에 보면 예방의학 같은 기초의학을 많이 선택하더라고요.
선생님은 의대생 때 어떤 학생이었나요?
-학생 때는 비교적 활발했어요.
학생 때 총대단도 하고, 선배들 국시 치를 때는 응원단장도 했죠.
예과 때는 학생회도 하고, 그런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예방의학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거든요?
통계나 역학처럼 순수하게 분석을 요구하는 분야도 있고, 국제협력이나 국내 보건의료 정책 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분야도 있죠.
그래서 요즘 예방의학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활동이 많고 외향적인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대를 졸업하고 임상과 기초로 갈라지다 보면 각각의 의사들이 서로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기초 의학 선생님들이 바쁘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고요.
기초 의학 의사로서 임상을 택한 동료들의 수련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힘들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인턴 하면서 맛만 봤지만,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1~2년 차 친구들 보면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느냐에 따른 환경에 따라서 좀 다른 것 같고요.
메디게이트뉴스: 하하, 맞습니다.
-시간적 여유는 상대적으로 기초의학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에 서비스해야 하는 임상과는 다르게, 장기적인 프로젝트나 페이퍼를 해야 하는 예방의학은 또 다른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과 스킬을 바로 활용하는 임상과는 달리, 뭔가 창작 연구를 하려면 아이디어라든지 프로젝트 개발 같은 정신적인 부담이 있죠.
메디게이트뉴스: 전문의가 되고 임상을 하는 의사들과 다시 간만에 만날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일정 기간 떨어져 있다가 동기들과 다시 대화해 보면? 이질감 같은 게 있진 않나요??
-있죠.
메디게이트뉴스: 기초의학 하시는 분과 임상의 간 화법 차이랄까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나요?
-학생 때는 워낙 같은 프로토콜 혹은 같은 코스를 하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저 같은 경우, 병원에서 이뤄지는 라이프 코스와 다르게 진행되다 보니 (임상의 일이) 어떤 건지 알긴 알지만, 나도 겪고 있다는 수준의 대화 단계로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주요 관심사가 다르죠.
메디게이트뉴스: 기초의학 의사의 경제적 고민에 대해 듣고 싶어요.
보통 어떤가요? 진로를 고려할 때 서로 기초의학 의사들끼리 많은 고민을 털어놓으시나요?
-네. 많이 털어놓죠.
레지던트하고 공보의 하는 7년 동안은 비슷하죠.
근데 사회에 나오면 봉직의나 개원했을 때와 차이가 크게 납니다.
지금은 그런 차이가 나니깐,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들 수도 있고요
저보다 4~5배 많이 버는 친구들 보면, (기초의학을) 계속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도 결혼하고 자녀도 있어서요.
하지만 그게 상대적인 거지, 절대적인 빈곤을 겪지는 않기 때문에 그나마 사명감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모르겠습니다만. (웃음)하하.
"환자 개인보다는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들이나 대다수 환자를 위한 근원적인 부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저는 좀 공신력 있는, 법과 예산을 다루고 신뢰성 있는 게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은 언제부터 관심 가진 거죠? 언제부터 이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어릴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간호사셨는데, 영주시 보건소에서 근무하셨거든요. 간호직 공무원으로요
어릴 때부터 공무원에 관해 설명해주셨어요.
그리고 가끔 어머니가 일직하시면 보건소에 놀러 가서 같이 자고 그랬죠. 그러면서 보건소 의사 선생님들을 자꾸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아마 의대를 가라는 뜻이셨던 것 같고요. 저도 뭐 자연계여서 (의대진로에) 나쁘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보건소 선생님을 자주 뵈면서 공무원에 대해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의대 가서 본과 4학년 때,
사실 예방의학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공무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예방의학을 선택했어요.
개인 환자보다는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들이나 대다수 환자를 위한 근원적인 부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게 공무원일 필요는 없잖아요? 다른 여러 가지 단체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좀 공신력 있는, 법과 예산을 다루고 신뢰성 있는 게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공기관이 좀 힘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기관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기초는 아무래도 스탭을 고려해 선택하기도 하잖아요?
혹시 대학교 스탭(교수)은 고려하지 않았나요?
-(단호하게) 네!
저는 뭐 연구나 이런 건... 교육을 하는 건 재미있어요. 후학을 기르는 건 관심 있는데…
물론 교수님들이 정책의 근거를 만들어내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데요.
저는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을 결정하기 전에 조언해주신 분이 있었나요?
-완전히 결정하기 전까지 인턴, 레지던트와 공보의 하는 기간이 있었는데요. 그 기간 만나셨던 분들이고요.
저 같은 경우 전공의 할 때 지도교수님, 그 당시 조성일 교수님이나 김창엽 교수님이 계셨고요, 인제대 박노례 교수님 같은 분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죠.
그리고 공보의를 국가기관에서 했잖아요? 질본에서 근무할 때 여러 과장님이나 국장님, 특히 고은영 과장님 같은 분들이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많은 도움을 주셨고요.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한 일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마음의 준비? (웃음)
-마음의 준비가 제일 중요하죠. 하하.
시험을 쳐야 하는데, 요즘은 그게 3단계로 돼 있어요.
처음에 필기를 치고, 필기 합격해야 서류전형을 넣을 수가 있죠.
서류전형 넣고 마지막에 면접을 봅니다.
저는 공공의료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보건의학 석사과정을 서울대에서 했고요.
그다음에 역학조사관 할 때는 감염병 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을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했죠.
그 당시 기모란 교수님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네요.
공무원 의사 현실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어떤가요?
-민감한 부분들이 많죠.
대부분 그렇잖아요?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민간 영역에 있고요.
하지만 의료가 민간에 의해서만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공무원들이 존재하죠.
수가나 면허제도, 인력, 장비, 병원 이런 부분 중 민간에서만 돌아가선 안 되는 부분을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다 보니 견해나 생각이 (의사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지인들과 얘기할 때도 제가 보건복지부에 있다 보니, 민감한 현안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면 굳이 깊은 얘기를 안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실제 선생님이 들어가셔서 하는 일, 역할 소개 좀 해주세요.
-지금은 보건정책 중 응급의료과에 있거든요. 응급의료 중에서도 제가 지금 맡은 재난 때 응급의료 대책입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재난 시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관련 종사자를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의 대략적인 일과(Daily routine) 좀 알려주세요.
보통 8시에서 반 사이에 출근하면, 그날의 메모 보고라고 해서 여러 부처에서 온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거나 취합하는 그런 요청이 많아요.
그런 게 있으면 자료를 작성해서 공유하고, 실제 사업을 하기 위해서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야 하면 출장을 갑니다.
회의를 마치면 내용을 또 과장님이나 국장님께 보고하고, 자료를 만들죠.
지금이 또 예산 시즌이거든요.
어떤 사업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얼만데, 지금 얼마가 정부 안으로 잡혀서 더 필요하다 싶으면 국회를 설득해 추가 예산을 달라고 관련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국정감사 때 국회에서 질의가 많이 들어오면 12시 1시까지도 대기하다 답변서를 만들어야 하고요.
또 당장 장관님이나 국장님 보고를 만들어야 할 때는 8시 9시까지 남아서 일할 때도 있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6시에 퇴근할 때도 있습니다.
날마다 많이 다른 편이에요.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 의사의 대략적인 처우가 궁금합니다.
-보통 의사들이 공무원을 시작하면 5급이거든요?
5급에 맞는 급여표가 있고, 경력에 따라서 호봉을 산정해요.
그래도 인턴, 레지던트, 군경력 다 인정해 주니깐 호봉에 맞게 책정이 됩니다.
거기에 초과근무나 출장여비 등의 수당이 붙기는 하지만, 다 붙어도 전공의 월급 정도 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공의 월급이라고 말씀하시니 직관적이네요.
-연금이라는 메리트가 있긴 하죠. 최근에 좀 조정이 되긴 했지만요.
메디게이트뉴스: 보통은 스스로 밥값은 하냐고 묻는데요. 그냥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웃음) 하하.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공무원을 경제적 만족이나 삶의 질 때문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 같아요.
선생님은 무슨 생각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나요?
-(한참 고민을 하다가)
굉장히 쉽게 말하면, 진료실에 있기가 답답할 것 같아서요.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일하는 것은 제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저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새로운 거를 "이렇게 하면 어때?"라고 생각해보는 일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방면의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사회 활동 반경이 의료인처럼 제한된 것이 아니라 넓은 것을 원했고요.
제 개인적인 취향은 그렇고요. 조금 멋있게 포장해보면,
의료가 사실은 굉장히 필수적인 거잖아요? 교육이나, 치안 국방처럼 말이죠.
하지만 다른 필수적인 것은 대부분 공무원이 움직이는 데 반해, 의료는 민간 부분에서 움직이죠.
그 성격은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민간인력으로 대부분 이뤄지다 보니 그것을 잘 조절하고 조직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고,
그럴수록 의료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공무원으로 근무한다는 게 선생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나요?
-사실 저도 뭐 유복하게 자란 것은 아닌데, 부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었어요.
제가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어떤 정책을 도입했을 때, 그게 정착돼서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면 대단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실제 공무원 의사 선배들이 이뤄놓은 것들이 대단히 많거든요?
공무원으로서 하루하루 보람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제가 낸 아이디어로 예산을 따오고, 그 예산이 실제로 집행돼 인프라가 마련되고, 법 개정을 해서 법이 마련되고,
이런 부분에서 찾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진급에 대한 스트레스나 조직에서 이뤄지는 정치에 대한 생각? 혹은 걱정은?
-제가 5급으로 들어온 지 한 달 정도 됐거든요.
그래서 진급에 대한 부분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의사 선배 공무원들이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누구나 있죠.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많이들 얘기하곤 합니다. "인사 정체가 심하다", "오래 걸린다", "옛날만큼 못 올라간다"
하도 많은 얘기를 들어서 지금은 마음을 비웠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책의 일관성의 측면에서... 뭐랄까요.
정책이란 게 정치와 떼어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정권이 바뀌면 정책에 대해서도 의외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요.
그런 점에서 우려되거나 업무가 힘든 점은 없나요?
-정권에 따라서 교육부나 국토부, 국방부 등 민감한 사안들이 되게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보건의료정책은 특성상,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거잖아요?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데 있어서 진보와 보수는 없어서 조금 덜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영향보다는 근거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덜한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들이 공무원을 하다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나요?
-네 봤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어떤 경우 그만두던가요?
-더 좋은 자리가 나는 경우,
예를 들면 국제기구에 더 좋은 자리가 나거나, 대학에서 교원으로 채용될 기회가 있다거나 그런 경우를 종종 봤고요.
또는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다시 환자를 보는 경우도 봤습니다.
제가 그분들하고 심도 깊은 얘기는 못 해봤습니다만...
메디게이트뉴스: 좀 더 좋은 자리로 쉬프팅 하시는 경우가 많은가요?
네. 더 좋은 자리로 쉬프팅 하시거나 본인이 원하는 자리로 가시죠.
메디게이트뉴스: 어떤 때가 가장 힘든가요?
-아무래도 대단히 견고한 조직이다 보니,
제가 원하지 않은 일들, 혹은 불필요하게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경우가 좀 힘들고요.
저는 운이 좋아 상사분이 굉장히 좋으신데요.
워낙 위아래가 있어서, 윗분들을 따라야 하니 좀 힘들어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임상의 때는 자기의 전문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수직적인 것에 익숙하지 않죠.
전공의 같은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페이닥터나 개원의 하면 모든 전문의가 똑같잖아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힘든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중앙부처는 근무량이 많아요.
메르스처럼 공중 보건의 위기가 왔을 때 공무원들은 엄청난 과로에 시달리죠.
언론이나 국회 같은 곳에 민감한 사안에 관한 자료를 만들거나 대응해야 할 때는 책임감이 막중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건의료는 의사도 있고, 환자도 있고, 간호사나 약사 등등 여러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다 보니 의사만을 대변할 수만은 없어요.
하지만 절대로 공무원들이 의사들을 배타적으로 보거나, 일을 적게 하지는 않습니다. "
#보건복지부 #조언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에는 어떤 선생님들이 근무하나요?
-임상하시다가 오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보통 의사들 중앙부처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인데요.
지금은 장관님부터 저 같은 사무관까지 다양한 의사 출신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전공하신 분들이 계시고요, 일반의로 바로 공무원 시작하신 분들도 있죠.
과로 나누면 그래도 예방의학 하신 분들이 좀 더 많은 것 같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안에서 의사들끼리 파벌이라든지… 의사들끼리 뭉쳐놓으면 잘 싸우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은 없나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공무원을 한다는 건 임상이 아니고, 실제 근무 여건이나 속한 기관의 특성을 따라가기 때문에 없다고 할 수 있죠.
메디게이트뉴스: 현재까지 국내 의사공무원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도 좋고, 개인적으로 존경하시는 분도 좋습니다.
소개해 주세요~~
-제일 유명하신 분은 이종욱 박사님이시죠. 공무원은 아니시지만, 공중보건이라는 영역으로 봤을 때는 가장 존경받는 분은 그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대부분의 의사 공무원들이 존경합니다.
지식채널e 'Man of Action'
저 같은 경우 인턴, 레지던트, 공보의를 하면서 이종구 본부장님을 계속 봐왔어요.
제가 공보의로 처음 질본을 갔을 때도 본부장님이셨죠.
그분이 학구적이시면서도 질본을 굉장히 키운 분이시거든요.
그분을 가장 존경합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사진출처 : 페이스북>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들은 공무원을 적으로 보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피해의식이랄 수도 있고요. 실제 불합리하게 피해를 본 사례도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전엔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 공보의 3년을 보건소에서 하면서 많이 바뀌었거든요?
사실 안에서 같이 일하다 보면 다들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민원인들에게 많이 시달리기도 하고요.
이 기회를 빌려서 의사들에게 공무원에 대한 오해를 풀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의사들에게 공무원 조직이 현실성이 없고, 또 근거가 없고, 느린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데요.
또 수가 부분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요.
이런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공무원이 하는 일은 단순히 몇 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위한 일을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보고체계가 확실해야 하고, 책임소재가 있다 보니 늦을 수 있습니다.
또 실제로 여러 사안을 다루다 보면, 의사 출신 공무원도 보건의료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되죠.
국내에서 보건의료는 의사도 있고, 환자도 있고, 간호사나 약사 등등 여러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다 보니 의사만을 대변할 수만은 없어요.
하지만 절대로 공무원들이 의사들을 배타적으로 보거나, 일을 적게 하지는 않습니다.
공무원들의 목표는 그겁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방안이 무엇인가?"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의사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환자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진료받게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죠.
양측을 다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기존에는 의사들이 동료였겠지만, 이제는 공무원 신분으로 협상 파트너이기도 하고요. 때에 따라서 논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거든요?
선생님이 현재 위치에서 느낀 의사 집단의 특징에 대해서 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의사라는 집단은 보건의료를 떠받치는 핵심인력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믿을만한 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하죠.
모든 보건의료정책에서 의사가 관여하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집단과 배타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의 협조 없이는 정책을 집행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경력이 길지 않아서 평가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의사들이 조금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내가 3을 주되 내일 10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정부도 예산으로 돌아가고 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예산과 법은 국회에 달려있고, 국회는 국민의 뜻이잖아요?
결국은 국민의 지지를 받거나 국민에게 좋게 보이는 정책이 선택될 수밖에 없죠.
의사들이 당장 보건복지부와 싸울 게 아니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 역시 의사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거나, 의료기관이 어려워져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거든요?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원하죠.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공무원 업무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중요한 것은, '열린 시각'인 것 같습니다.
에비던스 중심의, 그리고 환자 진단과 치료를 어떻게 한다는 메디컬한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 말입니다.
사실 저도 굉장히 편협했거든요.
"저 사람은 왜 내 의도를 몰라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메디컬한 소양을 갖추되, 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이해력과 시각도 갖추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있지만, 저 사람도 원하는 게 있거든요.
뭐랄까요? 협상에 대한 이해나 논리력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성찰, 이런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맞아요. 공감하는 능력, 중요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마지막으로 공무를 고려하는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고요.
제가 여기 와서 느낀 것은, 아직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문(文) 중심인 것 같아요.
그러니깐 경제나 법, 이런 것들이 대부분 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공무에도 전문성이 많이 필요하고, 많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변호사, 회계사 등은 이미 공직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의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시각이 열려있고, 다방면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후배들은
단순히 소득을 보지 말고, 실제 본인의 의사결정과 아이디어로 국가의 여러 보건의료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원하면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의사들이 다방면에 많이 진출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기반이 다져지기 전에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급급하지만,
선진화된 나라일수록 제도와 기반이 중요하고, 그런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많이 진출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제된 답변만 골라 하지 않을까?"라는 처음 우려와는 달리, 인터뷰 내내 권 사무관은 진솔하게 질문에 답했다.
'큰 뜻'에 관심 있는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