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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의 20년을 뒤돌아보며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1-05-07 06:16
    최종업데이트 2021-05-12 06:36

    사진: 필자가 2001년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당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과 KASBP 창립 전 재정적인 후원을 약정하는 MOU를 맺고 찍은 사진.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KASBP(Korean American Society in Biotech and Pharmaceuticals, 재미한인제약인협회)의 20년을 축하하는 심포지엄이 6월 3일부터 5일까지(미국동부시간) 아쉽게도 eSYMPOSIUM으로 열린다. KASBP는 2001년 5월에 뉴저지에서 만들어졌다. 뉴저지를 중심으로한 미국 동부 지역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한인 과학자들의 교류를 더 활발히 하기위해 정식으로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 위해 출발했다. 현재는 필라델피아, 보스턴, 커네티컷, 워싱턴 DC,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등 6개 주에 지부를 두고 있어 미국 전역의 바이오기업 및 제약기업 종사 한인 과학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KASBP에는 100여개 제약기업(Merck, BMS, Novartis, GSK, Sanofi, J&J, Pfizer, 등)의 종사자들과 60여개의 아카데미아에 소속된 교수, 연구원 및 대학원생 등 학계 관계자들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기관 근무자들 등 약 1200명의 등록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2018년 4월 말 기준). 2012년 미국 IRS 501(c)(3) 에 근거한 세금공제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있다.

    KASBP가 시작될 때는 20년 후에 이런 현실이 될 줄 몰랐다. 필자가 1986년 2월 뉴저지 쉐링프라우(S-P)에 입사했을 때 한국인 선배 안호삼, 김홍기 두 분이 근무하셨다. 근처인 머크에도 두 분 정도 근무하신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의 바이오업계는 IT업계를 좆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처럼 재미과학기술자자협회 뉴저지 지부(KSEA-NJ) 활동 인원의 대부분은 Bell Lab, AT&T, IBM등에 근무하는 IT 과학자들이었다. 야유회, 골프대회, 송년회 등의 KSEA-NJ 친목 모임에 나가서야 비로소 제약바이오 업계 근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약바이오 근무자들도 많지 않았기에 교류는 쉽지 않았다.

    이종욱 현 우정바이오 회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의 신약개발 1세대의 업계 거물이다. 필자와 그분의 만남이 재미있다. 이종욱 박사가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일 때인 1988년 S-P에 5개월 연수를 오게됐다. 당시 유한이 S-P 제품을 판매하는 인연 때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987년 7월부터 물질특허 제도가 시행됐기에 이 박사는 신약개발만이 업계가 살 길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됐다. 당시 국내에서 신약개발을 제대로 경험해 본과학자는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로 거의 없었던 초창기여서 배울 스승도 찾기 어려운 형편이라, 외국의 선진 다국적 제약기업 연구소 문을 두드렸다고 회고한다. 당시 S-P 불룸필드의 연구소에서 서로 중국인 줄 알았다가 호스트 노릇을 하던 심장순환계의 Peter Chu 박사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끝판에 말해줘 서로 인사하고 알게됐다.

    교류는 계속됐다. 1989년 여름 워싱턴 DC에서 SBR(Society of Biomedical Research)이라는 단체가 FDA와 NIH에 근무하는 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여름 휴가기간인 8월 2박 3일동안 한국-미국의 연례 세미나가 시작됐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당시 신약개발에 관여하는 여러분들이 오셨다. 이 단체의 후원은 종근당 고촌재단이었다. 첫 모임에는 뉴저지에서 필자만 참석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발표자로 제약사에 근무하는 신약개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내려가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NCI에 근무하시던 임종식 박사님을 회장으로 추대해 FDA의 차정주 박사와 안창호 박사가 SBR을 이끄는 주축 멤버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2001년 안창호 박사가 렉산(RexAhn)을 공식적으로 설립하자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지역적으로 워싱턴보다는 아무래도 뉴저지 인근의 제약-바이오사에 근무하는 한인들이 새로운 협회를 만들어 한국의 제약산업을 돕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마침 문영춘 박사가 보스턴에서 뉴저지로 직장을 옮기고 내려오자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데 더 힘이 됐다. 마침 유한의 이종욱 소장님도 제약-바이오사 중심으로 모이면 새롭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주셨다. 2000년 초 유한이 개발한 위궤양 치료제의 기술수출을 하려다 미 현지 네크워크 부재의 한계를 절감한 경험 때문이다. 이 소장과 필자가 2001년 KASBP 창립 바로 전 재정적인 후원을 약정하는 MOU를 맺고 찍은 사진 한장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KASBP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각각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해 신약개발 분야의 새로운 이슈들과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론회를 개최해 새로운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약개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제약회사 및 연구소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과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를 교류하면서 한국내의 신약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다. 학술 활동 외에도 회원들의 구인 및 구직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재미과학기술자자협회 뉴저지 지부(KSEA-NJ)와 함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볼링대회, 공프대회, 야유회, 송년회, 신년모임등의 친목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물질 거래나 구직, 구인을 위한 직접적인 만남의 자리도 제공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항암제 레이저티닙 탄생 과정에 숨겨진 공신 중 하나가 KASBP 연례 모임이다. 레이저티닙이 2015년 7월 오스코텍과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Genosco)가 공동개발해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된 날짜가 실상을 확인시켜준다.

    2015년 KASBP Spring Symposium이 6월 12~13일 쉐라톤 에디슨 호텔(Sheraton  Edison Hotel Raritan Center)에서 열렸다. 그 다음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Bio USA' 행사와 연계된 이 모임에 필자는 한독 오픈이노베이션 실장으로 참석했다.
     
    사진: 2015년 KASBP Spring Symposium.

    다른 사진 한장이 이를 증명한다. 2015년 사진의 앞줄에 당시 유한 연구소장인 남수연 박사,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 필자, 한미 권세창 부사장,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장이 차례로 앞 줄에 앉았다. 필자는 레이저티닙을 한독에 가져오기 위해 이미 한국에서 O억원을 고종성 박사에게 선급금으로 제시했다. 남수연 소장이 KASBP 회의에 참석한 주 된 이유는 고종성 박사와 레이저티닙 개발을 권리를 위한 마지막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이 사진을 다시보며 역시 오른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미소가 나온다. 레이저티닙을 위해 고종성 박사 오른쪽에 남 박사가 앉은 것 같다.

    필자는 KASBP 20년을 뒤돌아보며 여러 동료와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특별히 회장으로 봉사하신 박영환, 문영춘, 한용해, 정재욱 박사님께 감사를 먼저 드린다. 김성곤, 신영근, 장종환, 윤태영, 최순규, 김윤태, 남기연, 김영화, 강미숙 박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S-P에서 같이 근무한 김성헌, 정신, 박정한, 김정철, 김재훈, 이상은, 유종우 박사. 한독에서 같이 수고한 김두섭, 김재은, 이진화, 이창선, 강신홍. 류제필 박사님. 특히 제약사를 만들어도 될 정도로 많은 인원이 같이 지냈던 찬양교회에서 식구들 최윤, 김영선, 이승학, 임한조, 김성준, 조혜련 박사. 이들의 작은 KASBP 노력이 20년이 지난 현재 하나 하나씩 올라가 아름답고 높은 탑(塔)으로 변한 것 같다. 

    필자는 4월 'KASBP 20주년인데 왜 현 회장 박수희 박사는 18대 회장일까요? 그 답을 맞추어 주시면 제가 포상합니다'라고 KASBP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었다. 답은 1대 회장의 임기는 2년인데 한번 더하라는 강요에 못 이겨 4년을 했기 때문이다.

    박수희 회장은 인터뷰에서 "2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이벤트로 전임 회장님들과 회원 40명이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 탓에 한곳에 모이지는 못하지만, 각자 노래를 녹음해 본부로 보내오면 편집을 통해 버츄얼(가상) 합창단으로 꾸밀 것이다"고 했다. 'Happy 20th Birthday KASBP!'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