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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 때문에 삼성은 주사기 만드는 작은 기업 풍림을 도왔을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1-04-16 06:01
    최종업데이트 2021-07-15 05:4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세계적인 기업 삼성은 왜 지난 연말 군산에 있는 작은 주사기 제조기업 풍림파마텍을 방문했을까? 풍림은 삼성의 첫 방문을 의심의 눈초리로 봤을 것이다. 대기업에게 또 기술을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삼성이 두번째 중소기업부 관계자와 찾아갔을 때 그런 것은 아닌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삼성이 풍림을 먼저 찾아갔을까? 

    그 답을 얻을 수 있는 단서는 지난 3월 29일 자 어느 신문에 보도된 '다급한 정부가 미국에 "신형 주사기를 줄테니 백신 달라"'는 기사에서 얻을 수 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공급해줄 테니 2분기 코로나 백신 물량을 달라"고 제안했다. 미국은 현재 '5월 말까지 성인 전원 접종을 이루겠다'며 자국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모더나·얀센 6억회분 공급을 목표로 백신 생산을 진행 중이다.

    아직 미국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노바백스는 백신 원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2분기부터 국내에 들어오기로 한 얀센·모더나·노바백스의 2분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LDS와 백신 물량을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체인 풍림파마텍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를 화이자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3분기(7∼9월) 중 들어올 예정이었던 백신 물량 일부를 앞당겨 도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 Low Dead Space)'이다. LDS 주사기가 무엇인가? LDS 주사기는 국내 개발 피스톤과 바늘 사이 잔류 부피를 기준규격에서 정하고 있는 0.07ml보다 낮은 0.035㎖ 이하 값으로 최소화한 제품이다. LDS 주사기는 투약 후 남아 버리는 주사 잔량을 일반 주사기보다 줄이기에 값이 비싸거나 생산량이 부족한 치료제를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풍림이 개발한 LDS 주사기로 백신을 접종하면 예를 들어 LDS 주사기를 사용해 화이자 백신을 주사하면 5회분으로 만들어진 백신 한 병에서 1회분을 더 추가해 6회분을 접종할 수 있다. 그러기에 보통 주사기보다 20%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신형 주사기를 제공하면 화이자가 백신 20%를 추가 증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앞세워 해당 분량 수준을 조기에 도입하는 안으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그림의 밑바탕은 어디서 시작됐는가? 삼성의 정보력에서 시작됐다. 삼성은 화이자가 일반 주사기보다는 잔량을 줄이는 주사기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아무리 세계 1위 제약기업 화이자라고 해도 개발엔 수개월 이상이 걸린다. 삼성은 이런 미국식 개발을 알기에 이 LDS 주사기를 빠르게 만들면 대한민국이 백신을 좀더 빠르게 도입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이런 그림을 바탕으로 주사기 업체와 이를 대량생산할 국내 금형업체를 발 빠르게 조사해서 찾았다. 그래서 2020년 12월 22일 군산에 있는 풍림파마텍을 먼저 찾아 방문했고 이틀 후 중소기업부 담당자와 함께 다시 찾은 것이다. 이렇게 삼성의 지원을 받은 풍림은 한 달여 만에 LDS 기술을 적용한 신형 주사기 생산량을 2.5배로 늘렸다. 이런 결과 창출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3년간 추진한 국내 중소·중견기업 대상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장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매년 각각 100억원씩 5년간 총 1000억원을 조성해 2500개의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종호 고문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생산 관리업무를 담당해 사내에서 제조 달인으로 손꼽힌다.

    풍림파마텍은 삼성전자와 정부 도움으로 LDS 백신주사기 시제품 제작에서 생산까지 한 달 만에 완료했다. 만드는 것과 사용허가는 또 다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으로 1월 18일 먼저 미국 긴급사용승인(EUA)에 접수했고 2월 1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510(k) 사용 승인도 받았다. 초스피드다. 이런 신속한 진행을 위해 30여명의 삼성팀은 신정과 구정을 모두 반납하며 일에 집중했다고 한다. 아침마다 삼성 사장단에게 보고하는 회의도 가졌다고 한다. 담당 직원들의 노고와 희생은 물론 임원을 돕는 기사까지도 늦은 밤 퇴근 길 후 쪽 잠을 자고 이른 아침에 출근 길 운전에 나섰다고 한다. 기사가 쓰러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8일 풍림파마텍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전방위적으로 협력했다"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김종호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은 "작년 연말 화이자가 주사 잔량 25μl(마이크로 리터) 미만의 주사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풍림파마텍 기술진과 삼성의 금형 전문가가 모여 잔류량 제로 수준의 세계 최고 주사기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풍림파마텍 백신주사기는 잔류량이 4μl에 불과하다. 단지 물 한방울이다. 그는 "삼성 전문가 30여명을 설비업체, 금형업체, 풍림파마텍 현장에 투입해 1개월만에 월 1000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 때문에 삼성은 주사기 만드는 작은 기업 풍림을 도왔을까? 정답은 백신 때문이다. 코로나와 전쟁 중 사람에게 꼭 필요한 방어 무기는 결국 백신이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봉쇄조치와 일상생활의 제약이 풀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생산자가 공급할 때까지 기다리며 읍소(泣訴)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을 맞는 도구인 주사기에 눈을 돌린 것이다. 잔류량이 거의 제로인 주사기를 바탕으로 화이자와의 거래를 통해 백신을 도입하기 위함이다.

    지난 1월 18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18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된다면 즉시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국가 최고위 관계자를 만나 코로나19 협력에 관해 논의하기로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 등 주요 중동 국가들은 자국민에 필요한 이상의 백신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지난해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UAE는 지난해 말 화이자와 시노팜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1분기(1∼3월) 내 인구 절반에게 접종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화이자 백신을 가장 먼저 도입한 중동 국가다. 이 부회장은 중동에서 충분히 확보한 백신 물량을 한국과 공유하는 대신 진단키트 및 백신 주사기를 수출하는 협력안도 모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UAE 채널을 통해 백신 수급을 앞당기려는 노력은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출장과 함께 무산됐다.

    백신 도입을 위해 삼성만 나선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미국 제약회사인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의 통화에서 모더나가 한국에 2000만명 분량인 4000만 도즈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다는 데 합의했다. 애초 정부가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 1000만명 분량 2000만 도즈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백신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과 반셀 CEO는 당초 내년(2021년) 3분기로 추진했던 백신 공급 시기를 앞당겨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고, 공급 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한 추가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반셀 CEO의 통화는 밤 9시 53분부터 10시 20분까지 27분간 화상으로 이뤄졌다. 누가 이 통화를 가능하게 중개했을까? 3월 7일 GC녹십자는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물량을 녹십자가 전량 유통하게 됐다. 이번주는 GC녹십자가 모더나를 대신해 식약처에 백신 허가 신청을 했다. 누가 대통령의 통화를 가능하게 주선했을까?

    K-방역 자랑하는 정부는 백신 도입 결정마다 일이 꼬인다. 믿고 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매우 드물지만 혈전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유럽의약품청은 4월 7일 밝혔다. 미국에서 4월 출시된 J&J 백신도 곧장 일시중단(hold)됐다. 혈전 때문이다. 믿고 있던 노바백스 단백질 백신도 원자제 구입 차질 문제로 자꾸 늦어진다. 무엇보다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화이자 측과 35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 추가 물량을 계약할 당시 백신을 더 많이 주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물량을 더 구하지 않은 건 명백한 실책"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4월 12일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해 3분기 노바백스 백신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노바백스가 아직 식약처에 허가 심사를 위한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았다. 노바백스는 지난 1월 효과가 89.3%에 달하고 변이 바이러스도 방어한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허가를 받지 못했다.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난해 전문가들이 백신을 선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부와 여당은 '왜 우리가 세계 최초로 백신을 맞아야 하냐'고 맞섰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해외에서 승인도 안 난 제품을 맞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더 보고되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 아니라 그래도 노바백스 백신은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경험적으로 잘 입증된 단백질 백신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임상 중인 우리나라 백신 중 단백질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로직스 백신이다. 민족주의 정신으로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으로 같은 생각으로 서로 돕고 희생하며 최단 시간내에 민족 백신을 빨리 만들어 국민들을 빠르게 접종해 코로나를 종식시켜야 한다. 백신 주권 확보해야 마스크와 거리두기에서 해방되고 경제가 회복된다. 집단면역은 시간 싸움이다.

    4월 13일 영국은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이가 90을 넘긴 여왕과 남편도 백신을 맞는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더니 이제는 영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의 78%가 항체를 생성했다고 한다. 부러우면 진다고 하지만 너무 부럽다. 대한민국은 언제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인가? 2030 젊은이들은 삼성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까? 무엇이 '나의 공정'이고 '너의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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