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명지병원 닥터카에 탑승한 문제가 연일 논란을 일으키면서 명지병원 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 의료진이 특수본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에 탑승한 과정을 둘러싸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도 곤욕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 의원이 참사 이후 상황실로부터 자료를 획득하는 과정에서도 국회의원 직위를 활용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현장 대응을 위해 출동했던 명지병원 DMAT 의료진 일부가 최근 신현영 의원 관련 의혹과 관련해 특수본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신현영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전화해 명지병원 응급실 핫라인 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10월 30일 1시25분 명지병원 DMAT에 전화해 '이대역 5번 출구로 오라'고 요청했고 DMAT은 사전에 조율된 문제로 인식해 해당 장소에서 신 의원을 태워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이를 두고 27일 열린 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신현영 의원이 현장에 가서 현장 복구나 구급을 방해하고 또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 생명의 지장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DMAT 요원을 태운 응급차량을 자신과 배우자를 태운 콜택시로 전락시킨 사람 얘기만 온갖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두 번 다시 재난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훼손하는 행위가 없기 위해서라도 (신 의원이) 증인이 채택이 돼야 하고 명지병원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난 전용 휴대전환 핫라인으로 걸려온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 경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당직 중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인 셈이었다.
여기에 신현영 의원이 닥터카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소통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애꿎은 상황실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신 의원이 실명을 밝힌 중앙응급의료상황실 A실장은 재난 상황에 당직도 아닌 날 병원에서 상황실장 책임을 다하기 위해 DMAT을 15개 팀을 출동시키고, 병상을 조정해 응급과 비응급 환자 이송 경로를 조정하고, 후에는 영안실 정보까지 알아보는 등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의원은 사건 당일 이처럼 재난 현장 못지 않게 바쁜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재난 대응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급기야는 상황실에 방문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참사 이후 신 의원은 상황실을 압박해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와 서울시 구급상황관리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의 실시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자료를 획득했다. 문제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의료진은 참사 당시 어지러운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논란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자료 공개를 반대했으나, 신 의원이 다소 강압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11월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공개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와 서울 구급상환관리센터 측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 이송을 반복적으로 요청했고, 이에 대해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라며 반대했다.
또 DMAT 출동을 위해 필요한 이동 동선 등이 확보되지 않아 사건 현장에 대한 경찰의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꾸 이러시면 저희(재난의료지원팀) 다 철수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 의원은 해당 자료를 공개한 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했던 의료진으로서는 신 의원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가 응급 구호를 위해 순수하게 현장에 참여한 의료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해당 자료가 공개된 후 특수본의 DMAT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응급 의료진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 [관련 기사=[단독] 특수본 조사 받은 병원 DMAT팀 "사직하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DMAT 관계자는 "신 의원이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자료 제출을 요구해 당황스러웠다. 자료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어 우려를 제기했으나 일방적으로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자료 공개 이후 특수본으로부터 DMAT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특수본은 일반인인 의료진에게 굉장히 강압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특수본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일부 DMAT 의료진은 현장에 출동한 것을 후회하며 센터를 사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재난 상황에서 최일선에 나선 의료진에게 강압적 자료 제출 요구와 수사가 향후 비슷한 재난 상황에서 의료진의 소극적 태도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할 재난 현장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환자를 살리는 것에 몰두해야 할 의료진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사건 이후 각종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일이 반복된다면 향후 재난 현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료진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의료진들은 당시 신현영 의원 요구에 그저 시키는대로 경로를 바꾸고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었지만, 그로 인해 선량한 DMAT 등 의료진이 져야 할 책임은 너무나 컸다고 지적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경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 환자를 진료하다가 출동 지령을 받고 DMAT 재난 출동하기에도 바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재난 전용 휴대전화로 온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고 출동 시간이 지체될 지도 모를 우회 경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을 때, 향후에 이런 정도로 큰 문제가 될 것인지 상상할 수 있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경찰의 직무가 중해도 재난 현장에서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출동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그렇게 참고인 조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재난 현장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재난 현장으로 출동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DMAT차량을 자기 집 근처로 오라고 해서도 안 되고, DMAT에 사전에 편성된 인원이 아니라면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재난 현장에 스스로 가서 현장응급의료소장의 허가를 얻어 재난응급의료에 자원봉사의 형태로 임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병원의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하며, 소방재난본부의 상황실에서 119구급대원들의 직접의료지도를 하며,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상황의사 당직을 하며, 밤이든 새벽이든 주말이든 연휴이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전문성과 노고를 기억해 주시고 존중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 전문성과 노고를 존중해 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더욱 안전해 질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