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두 기관 모두 올해 운영방향으로 비급여 관리와 약제 사후평가를 제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관리 거버넌스 연계와 모니터링 체계 구축 업무를, 심사평가원은 비급여 표준화와 진료정보 확대, 재평가 시행 등을 추진한다. 약제와 관련해 건보공단은 지출 효율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심평원은 기등재 급여약에 대한 비용효과성 등 재평가를 시행할 방침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용명 개발상임이사는 지난 23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 추진 계획과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말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는 비급여 가격 공개를 확대하고 표준코드 부여, 진료평가·재평가 시행, 사전설명제도 도입, 영수증·계산서 발급, 공사보험 연계, 실손보험 구조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중 심평원은 비급여 진료정보 공개 확대, 사전설명 제도 도입, 급여 병행 자료제출, 표준화, 재평가 등 9개 실행과제를 맡는다.
장 개발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심평원은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자료수집과 비급여 분류기준·코드를 만들었고, 2만개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고지자료 140만건을 대상으로 표준화, 목록화 등을 완료했다"면서 "올해는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비급여 의료행위·치료재료·약제가 포함된 비급여 목록 파일을 생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는 "해당 목록을 의료기관에 제공해 의료현장에서 표준화된 비급여 분류와 명칭, 코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가격공개 확대, 진료내역 보고체계 도입 등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올해부터 비급여 진료비 고지 지침 변경에 따라 비급여 고지 의무가 의원급에도 적용됐다. 심평원은 이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홍보를 시행하고 고지양식 작성 지원서비스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심평원은 고지양식 미준수 기관이 확인되면 복지부에 보고해 위반사항을 시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급여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와 합리적인 의료 선택을 돕기 위해 '사전 설명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심평원은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 개발이사는 "단순히 가격 고지만으로는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비급여 진료 전 사전설명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명 주체를 의사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로 확대하고 동의서 의무 규정도 제외했다. 매년 모니터링과 의견수렴을 시행해 제도를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 하에 공단과 심평원이 비급여 관리 강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는 비급여 개편보다 수가 합리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최근 심평원이 환자중심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계획을 발표하면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적정 수가 보장의 요청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장 이사는 "보장성 강화 계획(문재인케어)을 시행함에 따라 수년전부터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의 적정진료를 보장하는 수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영역간 불균형 해소, 저평가됐거나 인력보상이 미흡한 영역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 중이며, 향후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균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수가 개선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건보 재정 절감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비급여 관리 강화와 함께 약제 사후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에 이어 올해는 비티스 비니페라(포도씨 및 포도엽 추출물)·아보카도-소야·은행엽엑스·빌베리건조엑스·실리마린 등 5개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한다.
장 이사는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약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건보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포함돼 있다"면서 "외국의 급여현황, 청구금액, 사회적 이슈 등에 따라 건강기능식품과 혼용되는 5개 성분을 올해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이에 대해서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심평원 약제관리실은 해당 약제의 사후 재평가를 위해 제약사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며, 제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임상적 유용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장 이사는 "식약처가 절대적 기준, 임상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과 달리 심평원은 건보 급여등재시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임상적 유용성을 중심으로 기존 약제와의 상대적인 평가를 시행한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급여 조정·퇴출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콜린알포에 대한 제약사들의 소송이 제기됐고, 5개 성분 약제에 대한 소송도 예견된다"면서 "이에 대해 복지부와 재평가에 따른 환수, 환급에 대한 입법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법안으로 방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올해 약제 뿐 아니라 건보 보장성 예비급여, 치료재료 등에 대한 재평가도 실시하는 만큼 해당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평가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인공지능(AI), 디지털의료기기 등 혁신적 의료기기와 의료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험등재 관리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장 이사는 "그간의 심평원 업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소통을 통해 오해를 이해로 바꿔나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