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포스트 코로나와 고령화 대비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과 약가 재정관리 부분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의원과 중소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급여를 정리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건보공단 김덕수 기획상임이사는 지난 16일 출입기자협의회와의 신년 간담회를 통해 올해 조직개편 내용과 업무 중점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우선 올해 건보공단 전국 지사는 통합 20년만에 처음으로 업무량에 따른 정원 조정을 추진했으며, 지역본부는 위기대응·관리 기능 중심으로 개편했다.
특히 본부는 재정규모 100조원 시대, 포스트 코로나, 인구고령화 등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빅데이터 전담조직을 개설하고 약가관리실을 신설했다.
김 기획이사는 "연구원 내부에 있던 빅데이터실을 올해부터 별도의 본부로 구축하고 인원을 늘렸다. 현재 건보 관련 빅데이터가 매우 방대하지만 활용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왔는데, 앞으로 빅데이터본부를 통해 빅데이터의 결합, 활용, 제공, 업무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통해 국민에게 맞춤형 정보 제공하는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급여전략실에 있던 약가관리부서를 나눠 약가관리실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 기획이사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가 비중이 23%에 달하며,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의약품 관련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공단은 건보의 재정관리자로서 '좋은 약을 싸고 안전하게'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대전제로 약가관리실 신설, 앞으로 약가제도 전반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여전략실이 마련된지 1년에 불과하나 약가협상과 원가분석, 급여비분석 등 업무가 분절됐고, 약가 보다는 원가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약가를 전문적·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별도 부서로 마련한 것이다.
공단은 약가관리실을 통해 의약품의 허가단계부터 급여 등재 후 사후관리까지 전주기 관리를 통해 약품비 지출 효율화와 재정 절감, 국민 건강권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치료적·경제적으로 우수한 의약품의 급여화를 위해 협상력을 보다 강화하고, 공급·품질 문제를 예방하도록 계약관리를 보다 정교화할 예정이다.
약가관리실은 물론 기획상임이사 소관인 법규지원실에서도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과 가격 관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삭제,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 등이 다소 지지부진하나, 잘못된 것을 고쳐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비록 패소할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도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보험금(건보재정)에 손해가 되는 등 국민의 기준에 벗어나면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소송을 제기해나간다는 것이다.
공단은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재정문제는 고도화된 재정분석과 비급여 정리·삭제로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기획이사는 "공단이 전략적으로 재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재정관리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각 경영진이나 관리자에게 급여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인데, 올해부터는 시스템을 통한 재정 분석이 가능하도록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시켜 과소진료, 과대진료, 병원별 진료비 추이, 과별(진료과목별) 진료비 양상 등을 공단의 경영진과 정책담당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코로나19로 보험료 수입은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 반면, 호흡기·세균성 질환 등 진료비 지출이 대폭 줄어들면서 진료비 절감효과가 나타났다. 예상 적자(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른 2조 7000억원 예상)보다 무려 2조 4000억원이 절감됐다"면서 "그러나 당장 올해가 문제다. 올해 수입은 코로나 영향이 반영돼 줄어들고, 코로나19 백신 지원, 억제된 진료 욕구 분출 등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정 지출 증가가 예측되는만큼, 공단은 대대적인 부당·불법 지출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김 기획이사는 "진료비 모니터링을 철저히 진행할 것이다. 올해 추진하는 척추 MRI, 심초음파 등의 증가 추이를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병원, 의원급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영양주사, 도수치료 등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급여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무분별한 비급여 정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생산 가능인구가 줄고, 노인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50%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자가 철저히 재정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며 "국민 스스로 건강해지도록 건강관리를 시스템화하는 동시에 공급자는 과다진료 없이 합리적으로 진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 같이 노력해야만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