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바로 오늘로 다가왔다. 과연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저지와 수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구성될 수 있을까.
3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임총이 열린다. 사전에 참석에 동의한 대의원은 재적대의원 243명 중에서 180여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의협 정인석 경남대의원과 박혜성 경기대의원은 임총소집 동의서 62장을 지난달 10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대의원 재적 243명의 4분의 1이상인 정대의원 62명이 발의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날 임총의 주요 안건은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구성 여부다. 이는 재적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동의로 성사된다.
“투쟁하겠다더니 온데 간데 없어 비대위 구성해야”
비대위 구성의 필요성은 의협 최대집 회장이 ‘오직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을 앞세워 당선됐지만 정작 투쟁이 아닌 협상 위주의 정책을 펼친다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면서도 수가 인상 등의 실제 성과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의정대화를 통해 도출한 의정합의문을 ‘깜짝’ 발표한 데서 여론이 심화됐다. 급진적 보장성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이 점진적, 단계적으로 정책 변경이 이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회원들은 임총 장소에서 투쟁을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피켓 시위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의서를 모은 정인석 대의원은 “집행부가 잘하고 있지 않다는 화두를 의료계와 대의원들에게 제시했다. 임총을 앞두고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정 대의원은 “의협 집행부는 투쟁을 하기로 해놓고 투쟁을 하지 않고 있다. 전 추무진 회장 집행부에 투쟁을 했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라며 “비대위 구성 여부를 떠나 대의원 62명이 비대위 구성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도 집행부가 무거운 마음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협 산하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의정합의문을 파기하고 대정부 투쟁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병의협 주신구 부회장은 “의협 집행부 초기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탈퇴하고 수가 인상률 2.7%를 받아놓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라며 “이전 집행부에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투쟁으로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며 당선된 의협 집행부가 현재는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
지역 대의원 A씨는 “의협 집행부가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이번에 발표된 의정합의문에 알맹이가 아무것도 없다. 현 집행부가 오히려 전 추무진 회장 집행부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라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집행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의원 B씨는 “회무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아마추어같은 행보가 많이 나온다”라며 “하지만 집행부 스스로 이를 자의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거나,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회원들의 쓴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집행부 출범 고작 5개월, 내부통합부터 이루자”
의협 집행부는 출범한지 이제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또한 투쟁에 나서더라도 총파업에 동참할 회원 자체가 많지 않아 전국적으로 회원과의 대화를 통한 조직화와 의식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25일 수가 정상화를 위한 의정 협상도 시작한다고했다.
의협 관계자는 “당장 투쟁에 나서더라도 파업에 응할 회원은 많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과도하게 투쟁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라며 “장기적으로 투쟁을 준비하면서 이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전국순회에서 많은 회원들을 만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무진 회장 집행부 때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다시 집행부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투쟁을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나설수 있는 회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회원이나 대의원들은 집행부를 믿고 내부분열이 아니라 내부통합을 위해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도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의정합의문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백진현 회장(전라북도의사회장)은 “누가 의협회장을 하더라도 이보다 잘할 수는 없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이를 완전히 저지할 수 없다”라며 “필수의료 중심의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인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라고 평했다.
백 회장은 “의정대화를 통해 3600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자체를 막아낸 것과 다름 없다.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는 주장을 사실상 실현한 것이다”라며 “앞으로 문재인 케어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의료현안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의협 집행부에 반대하는 회원은 극히 일부라고 본다. 이제 출범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직 미숙한 점이 보이더라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고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의료계 내부 분열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의협회장이 새롭게 당선됐으면 회원들 역시 믿고 따르면서 여러 가지 결정을 위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C시도의사회장은 "회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전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렇다할 말을 하긴 어렵다"라며 "지역 회원들은 아직까진 집행부에 반대하는 의견보다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이번 임총에서 비대위 구성이 통과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집행부는 나름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