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최근 한 의료계 관계자가 OECD 대비 우리나라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한다. 정말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대형병원에 필요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일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로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과나 수술할 과를 유지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한다. 전공의 특별법으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니 그런 고민을 할 법도 하다.
그런데 각 전문 과목 전문의들이 개업한 병의원들은 전국 방방곡곡 길거리마다 넘쳐나고 의사들은 정작 경쟁이 너무 늘어서 힘들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의사들 간에도 왜 이러한 생각의 괴리가 발생할까. 의대 정원을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필수 진료, 수술과 인력이 충원되고 행복한 대한민국 의료가 될까. 이 생각의 차이는 각자 갖고 있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1. 의료계의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대형병원 필수과 의사부족사태의 첫 번째 원인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에 있다. 정부가 저수가로 필수 진료, 수술 과들이 충분한 인력 구성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어 필수의료 유지에 필요한 인력이 대형병원에 모자라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들이 필수 의료과, 수술할 과의 교수나 스텝전문의 숫자를 늘리고 신분과 대우를 보장해주면 일선에 나가 대학에서 배운 필수 수술이 아닌 정맥류 수술, 포경수술, 치질수술, 미용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것을 교과서적으로 환자에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와 대우를 제공해 주면 경쟁해서 돌아오려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대학병원이 연구보다 진료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료인원으로 대형병원이 필수 의료를 감당할 수 없다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환자 수를 줄이면 된다.
대학병원에서 볼 수 있는 만큼 환자를 줄이면, 그 환자는 중소병원이나 연고지 근처로 가서 진료나 수술을 받을 것이다. 그래야 대학병원이 아닌 다른 일반 병원도 바이탈과 수술할 과 의사를 고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저수가로 인해 늘어난 인건비를 유지하기 위해 또 진료와 수술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되며 병원 경영을 위해 무조건 진료를 많이 보고 수술을 많이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진료를 줄이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죽어도 큰 병원 가서 죽고 싶다는 효도(?) 사상’과 ‘문재인 케어’, KTX의 발달로 파괴된 의료전달체계와 상급병원 쏠림현상도 이를 어렵게 한다.
거기에 더불어 대학이나 대형병원들은 계속 외래와 분원 등을 늘리면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왜 규모는 늘리고 병원은 확장하면서 인력은 제대로 대우해가며 충원하지 않고 의사 수가 모자라다고 하나.
그리고 한발 더 양보해서 원하는 대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보자.
그 늘어난 의사들이 대학병원장과 정치인들이 원하는 것처럼 대학에서 필요한 필수 바이탈과, 외상외과를 할 것 같은가.
의학전문대학원을 처음 만들 때가 생각난다. 의전원을 만들 때 사회 각계의 경험 있는 인재들이 의전원에 와서 임상의사만 하지 말고 기초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를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은 의전원의 높은 학비를 감당해야 했고 교수나 지체 있는 집안의 자제들 중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더 줄고 미용이나 성형 등의 일반의 진출만 늘어난 실패한 제도였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제대로 된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지옥 같은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의사들이 소송에 안 걸리기 위해 그나마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 미용 성형시장으로 더 내몰릴 것 것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다 차면 외국의사시험을 봐서 탈조선할 것이다.
2.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 늘 이슈다. 의사가 부족해 국민들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주장하며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유치하고 의사가 배출되면 지역 공공의료와 의료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치논리와 표, 민심에 의거한 의대 설립은 그만큼 부실교육과 수련병원 문제로 소속 의대생들에게 엄청난 시련이 돼왔다.
전북 남원에 위치했던 서남대 의대가 폐교되면서 지역의 정치인들이 지역 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전북에 공공의대를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다.
서남대 의대는 남원에 있었지만 부속병원인 남광병원은 전남 광주에 있었다. 전남 광주의 부속병원이 문을 열고 닫는 것이 전북의 공공의료나 의료체계와 무슨 상관인가.
이 나라 의대 설립의 역사들을 보면 가관이다. 김영삼 정부시절 정치논리로 인해 신설의대들이 각 지역의 의료 발전을 위해 대폭 허용됐지만 곧 그것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강원도에 위치한 관동의대가 일산의 명지병원, 서울의 제일 병원 등으로 협력, 부속병원을 바꾸다가 이제는 인천의 국제성모병원이 부속병원이 됐다.
인천의 수련병원이 강원도의 의료를 발전시켰나.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도 울산의대, 성균관의대 부속병원들은 울산과 창원에 있다. 그 출신의대생들은 울산, 창원과 서울의 병원 중 어디를 선호하고 먼저 지원하나. 그 지역의 의료와 공공의료는 얼마나 발전했나.
3. 인구학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짚어보자
높으신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의대 정원을 지금의 인구 상태만 보고 늘린다면 안 되는 중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저출산과 급격한 노령화에 있다.
한 인구학자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면 210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1000만명선으로 줄어들 예정이라 한다. 현재 의대 정원을 늘려 놓으면 나중에는 OECD 1000명당 의사 수에서 1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수인 인구는 계속 줄어들 예정이니까.
그대로만 있어도 인구가 4분의 1 가까이 줄어드니 그렇게 좋아하는 OECD 1000명당 의사 수는 1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대 정원에 대한 인구학적 측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4.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국가별 1000명당 의사 수를 직접 조회해보자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SH.MED.PHYS.ZS?end=2018&fbclid=IwAR3RW0UNlZjJ6-Scf4blMRc2i4Io6EAnwWaFrxf5FeQ4OQtFwzrBWCrbSDs&most_recent_value_desc=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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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순으로 정렬하면 1위가 8.2명으로 쿠바이다. 의료인력을 중남미에 수출해서 앵벌이시키는 무상의료의 천국인 쿠바 말이다.
그리고 북한은 3.7명으로 우리의 2.4명보다 높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쿠바와 북한이 행복한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1000명당 의사 수 중에 전문의 대비는 누가 제일 많은 지. OECD 평균 의료 수가는 어떠한지 아무도 관심이 없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5. 의사 수 부족 논란의 본질은 무엇일까?
본인들에게 필요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이러한 논란의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 정치인들에게는 각 지역구에서 내 표를 가져다주고 내 인기를 보장해줄 의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부에서 강력히 원하는 공공의대 50명이 생기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원활이 돌아갈까. 현재 있는 공공의료기관들이나 민간의료기관과 진료 경쟁, 수술건수 경쟁 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를 하도록 계도하길 바란다.
대학이나 대형병원 높으신 분들께는 본인들의 임기나 직위에 중요한 병원을 원활히 돌아가게 해 줄 의사의 숫자가 대한민국 전체의 의사 수가 남아돌고 모자라는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중세시대에 전국적으로 노비와 천민들이 넘쳐나도 귀족들은 늘 자기 휘하의 노비들이 부족하다고 늘어나기를 바란다. 내가 부릴 사람, 내 말을 듣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은 상황이 아닐까.
자신에게 필요한 의사 수만 늘리자고 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에 필수인 필수과와 필수의료를 어떻게 살릴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시라고 높으신 분들께 요구하고 싶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