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2차 평가 결과를 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 목적에 의문이 생긴다.
보건복지부 외에 5개 기관이 작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원격의료 서비스는 하나같이 기존 의료의 '보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네의원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고혈압‧당뇨환자 원격진료‧원격모니터링 ▲도서벽지 주민 원격진료‧원격모니터링 ▲노인요양시설 거주자 원격진료 등의 사업을 벌였지만, 그 결과 내용을 보면 국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격의료의 핵심적인 평가를 외면하고 있다.
원격의료 평가(X), '원격 모니터링' 평가(O)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대표적인 '임상적 유효성' 결과로 제시한 시험군-대조군 비교는 단순히 원격모니터링을 임상에 추가한 효과 증명이다.
이 연구 모델은 기존처럼 대면진료만 하는 환자를 대조군으로 보고, 여기에 원격 모니터링을 추가한 집단을 시험군으로 뒀다.
정부가 강조한 '임상적 유효성'이란 원격진료와는 상관없는 원격모니터링의 증명으로, 의료계가 수긍할 만한 핵심적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원격의료의 의료적 적합성을 평가했어야 했다.
본사업 때도 전부 무료로 베푸실 건가요?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로 제시한 환자의 모형별 만족도 역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 받으려면, 본사업과의 동일한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자원한 환자들에게 혈압계와 혈당 체크기 등의 의료기기를 무료로 지원했다.
거기에 환자들은 평소대로 하던 정기적인 대면진료 외에 추가 상담까지 원격에서 받았다.
지원자들에게 이 정도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정부는 자화자찬하며 제시한 83%~87.9%의 만족도가 왜 100%는 되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시범사업 때 보여준 의료비 지출의 관대함을 과연 본사업 때도 베풀지 의문이다.
또 다른 변수 : 대한민국 환자
대한민국 환자들이 시범 사업처럼 요구대로 따라줄 지도 의문이다.
이번 시범 사업에서 정부는 환자에게 원격진료나 대면진료의 스케줄을 일정하게 정해주고 따르게 했다.
국내의 모든 환자가 이런 정형화된 모델처럼 틀에 맞게 병원을 방문할까?
유난히 '셀프'로 판단하길 좋아하는 국내 환자들은 병원에 '오라면 안 오고',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
물론 의사의 의학적 권고를 잘 따르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건강염려와 의료비 지출의 부담 사이에서 결정하는 환자의 자의적 판단이 여전히 병원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런 환자들이 접근성 좋은 '그럴싸한' 대체재가 있을 때, 어떻게 선택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병원 쇼핑을 즐기는 사람은 더 편한 방법이 있어서, 병원 가는 걸 귀찮아하는 환자는 대체재가 있다는 자의적 판단대로, 원격 의료를 활용할 것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시행할) 환자의 지역을 제한할 수는 있어도, 환자의 의지를 제한할 수는 없다.
의료계의 비판을 한 번에 잠재우는 방법
서로 다른 의료 환경에서 시행한 연구를 메타 분석해 적용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어떤 의사의 제안처럼, 기왕 이렇게 돈 들여 한 거 논문 게재까지 염두에 두고 시범사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의 눈에 부족해 보이는 자료로 비전문가를 오도할 게 아니라, 꽤 규모 있게 진행한 이번 시범 사업 연구 결과를 해외 유수 논문에 게재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자는 그 방법이, 근거에 살고 근거에 죽는다는 의료인에게 원격의료의 부정적인 시각을 가장 쉽고 확실하게 잠재우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안전한 장치인지 아닌지, 그 확신을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