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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민 "외래어와 전문 의학용어로 의사가 말한 70% 이해 못해"

    탈북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정부가 전문 인력 지원해야

    진맥도 안하고 컴퓨터만 바라봐 의사 맞는지 의문 갖기도

    기사입력시간 2018-06-16 05:51
    최종업데이트 2018-06-17 12:31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탈북민이 우리나라 의료이용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의사소통 문제이며, 의료이용에서 바라는 점은 의료비 지원과 탈북민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 인력 등이었다.
     
    통일보건의료학회와 남북하나재단은 15일 공동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한 탈북민이면서도 간호사인 A씨는 '북한이탈주민의 병원이용경험'을 주제로 한국의 의료이용에 대한 경험을 소개했다.
     
    A씨는 기본적으로 탈북민은 보건지식이 부족하며, 의료이용에 있어서 의사소통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언급했다.
     
    A씨는 "탈북민들은 상처를 먼저 소독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맨날 약을 먼저 바른다거나, 여성의 산부인과 방문은 수치스럽고 창피하게 여겨 증상이 심해져서야 방문했더니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았다"며 "이외에도 상처에는 된장을 바르거나 머리가 아플때는 지인을 통해 궁비한 중국의 정통편을 복용하는 등 미검증된 민간의료나 입소문을 신뢰하고 애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한과 다른 북한식 증상표현이나 의사들이 사용하는 전문 의학용어와 외래어는 탈북민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라며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기 싫어 알아듣는 척 하거나, 알아듣지 못해 위축되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보면, 의료비 지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진료절차에 대한 불만을 갖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그는 "탈북민들은 배가 너무 아파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갔더니 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해 그냥 돌아오거나 의료급여환자라 무조건 무료진료인줄 알고 병원에 항의하는 경우, 큰 병원에 가려면 의원에서 소견서를 받아야 하는 것을 몰라 힘들었던 경험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를 보면 진맥을 해봐야 아는데, 컴퓨터만 보고 있어 의사가 맞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탈북민의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환자를 볼 때 우리나라의 한의학인 고려의학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A씨는 의료이용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북한보건의료체계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혜택에 대해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거주기간이 길수록 의료기관 이용이나 의사소통에 대한 불편함이 없어지고 신뢰도가 증가하지만 남한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병원의 대기시간이나 의료비용, 주차문제 등에 대해서는 동일한 불편함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 이소희 센터장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일부가 탈북민 의료상담실 운영을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보건복지부가 탈북민 진료사업을 하는 의료기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보건의료인의 북한이탈주민 진료경험'에 대해 발표하며 "현재 우리나라 의사가 탈북민을 진료할 때 언어이해 부족과 같은 문화의 차이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탈북민들은 정서적으로 쉽게 짜증을 내거나 흥분하고, 경증질환도 과하게 받아들이는 등의 성향도 보인다. 또 탈북민이라 무시당할까봐 예민해 이를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물 치료에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만족도가 저하되고, 의학용어 등을 포함한 설명이 신뢰감을 떨어뜨리거나 다양한 수술방법을 제시하면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는 보통 치료에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을 환자에게 이야기해준다. 해당 치료법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 해주고 환자와의 상담을 이어가는데, 탈북민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신뢰를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치료방법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더 신뢰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하며 문화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탈북민들은 트라우마 경험률이 높아 이에 따른 불안과 불신, 우울감 등으로 의료진과 관계형성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탈북민을 진료했던 여러 의사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하며,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들은 '처음에는 탈북민들이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탈북민들은 의사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아니면 아예 믿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탈북민 스스로 자가진단을 통해 질환의 조기진단이나 조기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등의 경험을 털어놨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의료비 지원만으로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 불안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의료기관 내 의료상담실 또한 민간에게 위탁해 운영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며 "통일부는 탈북민을 직접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의료상담실 운영을 위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는 탈북민 진료사업을 하는 의료기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탈북민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이외에도 편견과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인식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