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국의 의대생·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조명한 해외저널 기고가 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번 기고 논문은 한국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해 기존 보건의료계 파업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분석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개인적 주체성(personal agency)'에 주목했다.
전공의들이 한국 의료시스템과 교육 환경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신규 의사 수 확대 정책은 정부가 주장하는 지역필수의료 개선 보단 더 많은 '전공의 교대 근무자의 필요'와 '수련병원의 저비용 운영'을 지속가능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진욱 미국 루이빌 의과대학(University of Louisville School of Medicine) 교수, 이주영 콜로라도 의과대학(University of Colorado School of Medicine) 교수 등은 JGME 8월 호에 '왜 모든 전공의들이 사직했나(Why Did All the Residents Resign? Key Takeaways From the Junior Physicians’ Mass Walkout in South Korea)'라는 기고 논문을 게재했다.
JGME(Journal of graduate medical education)는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라는 미국판 의학교육평가원에서 출간하는 의학교육 저널이다.
박진욱 교수는 이번 기고에서 한국 전공의 사직 사태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개인적 주체성'과 '사회 정의(Social justice)'적 관점에서 젊은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번 한국 전공의 대량 사직은 그간 의료 종사자들의 파업과 유사하다. 다만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의 '개인적 주체성'이 돋보인다"며 "전공의들은 한국 의료시스템과 교육 환경 등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은 이들이 사직 이후 발표한 7대 요구안에 분명히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전공의들은 또한 자기효능감을 통해 부적절하게 정당화된 기존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들은 2020년 때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의대 입학 기준과 준비되지 않은 의학교육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저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사직의 주요한 이유론 '사회 정의'에 대한 믿음이 꼽혔다.
한국의 신규 의사 수 확대 정책은 정부가 주장하는 지역필수의료 개선 보단 더 많은 '전공의 교대 근무자의 필요'와 '수련병원의 저비용 운영'을 지속가능하기 위한 꼼수이기 때문에 젊은의사들이 직접 사회 정의를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대증원이라는 정부 개혁안은 의사 이탈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또한 2000명 증원이라는 수치가 도출된 논리의 결여는 근거중심 의학을 배우는 젊은의사들에게 좌절감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위별수가제 모델과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는 정부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며 "향후 10년 이내에 이미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전공의들은 환자 개개인과의 상호작용을 넘어서는 책임, 즉 사회 정의와 더 큰 선을 추구해야 할 의무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직은 개인적 동기도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기 보단 더 이상 가혹한 전공의 수련을 견뎌야 할 정당성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바뀐 의료 환경에서 일찍 의료업을 시작하는 것과 전문의가 돼 늦게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것의 이점을 저울질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 6월에도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을 통해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윤주흥 교수가 전공의 사직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