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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에서 처방까지…'인공지능'과 마주할 정신건강의학의 미래는

    에임메드 김수진 상무이사 "정신의학, 경험적 의료에서 데이터 기반한 객관적 의료로 탈바꿈"

    기사입력시간 2021-10-25 10:53
    최종업데이트 2021-10-25 19:53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A씨는 최근 휴대폰과 자율주행 차량을 구매했다. 나이가 들며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부쩍 느끼기 시작한 A씨는 건강모니터링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 행동패턴, 문자 등이 수집되는 데 동의했다. 자동차를 구매하면서도 이 같은 휴대폰 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한 헬스케어 옵션을 추가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최근 들어 업무가 늘고 회식이 잦았던 A씨의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출근길에 차에 오르니 AI비서가 A씨의 스트레스 수치가 위험 수준임을 경고해왔다. 자동차가 뇌파에 최적화된 이완모드로 전환되고 AI심리상담이 시작됐다.

    한결 나아지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다시금 몸이 좋지 않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직원건강관리프로그램이 A씨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해냈다. 회사가 제공한 A씨의 노트북에 달린 웹캠이 A씨의 과호흡을 감지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한 것이다. A씨는 의사에게 화상 원격진료를 받으며 지금까지 각종 기기들에서 기록된 데이터들을 공유했다. 의사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A씨에게 공황장애가 재발했다고 진단하고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했다.
     
    김수진 이사가 상상한 10년 뒤 정신의학의 모습. 사진=에임메드 제공

    인공지능, 정신의학 진단체계 혁신적 변화 가져올 것...아직은 기술적 한계점도

    22일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연자로 나선 에임메드 김수진 상무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정신의학의 진단체계에 혁신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10년 뒤 정신의학의 미래를 이렇게 상상했다.

    정신의학은 의학 중에서도 가장 경험적 측면이 중시되는 분야다. 정신 증상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진단을 위한 매뉴얼인 DSM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신의학이 갖고 있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줄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환자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정신질환을 진단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때문이다.

    이는 정신의학이 경험적 의료에서 정량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객관화된 의료로 탈바꿈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보완될 부분이 많다는 것이 김 상무의 지적이다.

    특히 정신질환의 진단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인공지능은 깨끗한 데이터가 다량 축적될 때 비로소 정확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가령 다면적인성검사(MMPI) 로우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우울증, 조울증, 일반인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봤더니 실제 임상의사가 내린 진단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는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한계와 별개로 디지털 멘털헬스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관심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며 2020년을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김수진 이사는 인공지능이 정신의학과 의사들을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 캡쳐.

    청진기 사라져가지만 내과의사 건재...인공지능이 정신의학과 의사 완전대체 못 해

    실제 전 세계적으로 정신의학과 관련해 다양한 디지털헬스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 상무는 진단분야에서는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통해 인지기능과 무드를 측정하는 마인드스트롱(Mindstrong), 원격심리상담 중 컨텍스트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자살위험을 경고해주는 클라리젠트헬스(Clarigen Health), 각각 음성과 영상을 통해 우울증, 자폐증 진단을 돕는 보칼리스(Vocalis Health) 코그노아(Cognoa)의 캔버스 DX(Canvas DX)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정신의학 곁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긍정적인 기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자신을 대체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진 인간의사들의 공포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김 이사는 청진기가 사라져가는 내과의 상황을 예로 들며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김 상무는 “과거 내과의사들은 청진기를 잘 사용하는 것이 진단에 필요한 중요한 역량이었다”며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청진기를 잘 쓰지 않게 됐지만 내과의사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인공지능도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진단도구가 다각화, 정밀화되면서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풍부해지는 것”이라며 “이런 도구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수집되는 데이터와 관련한 개인정보 이슈 역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유출 또는 악용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개인정보 이슈는 늘 함께 이야기 되는 문제다. 앞서 이야기했던 10년 뒤 미래의 모습이 누군가가 듣기엔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안전성, 공익성 등 여러 목소리들의 균형을 맞추면서 협의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