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유행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올해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폐암에서는 무질병생존율을 80%나 낮춘 데이터가 나왔고, HER2 양성 위암을 위한 첫 HER2 표적 치료제 등장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빅파마들이 발표한 연구 중 주목받은 4개 연구를 꼽았다.
엔허투, HER2 양성 위암서 전체 생존기간 개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는 HER2 표적 항체약물복합체(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위암 2상 DESTINY-Gastric01 연구의 상세 데이터를 발표했다. 엔허투는 항암화학요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객관적 반응률(ORR), 전체 생존기간(OS) 개선을 보였다.
이 연구는 트라스투주맙과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한 치료를 2회 이상 받았음에도 질병이 진행된 HER-2 양성 절제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독립맹검심사위원회 평가에서 확인된 객관적 반응률(confirmed ORR)은 엔허투 투여군에서 42.9%, 항암화학요법(파클리탁셀 또는 이리노테칸) 투여군에서 12.5%였다. 엔허투군에서 10명이 완전관해(CR) 31명이 부분관해(PR)에 도달했고, 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각각 0명, 7명이었다.
사전 지정된 중간 분석에서 엔허투로 치료받은 환자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41% 낮았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엔허투군 12.5개월, 항암화학요법군 8.4개월이었고, 1년째 추정된 전체 생존율은 각각 52.1%, 28.9%였다.
연구 책임자인 일본 국립암센터(国立がん研究センター) 코헤이 시바타(Kohei Shitara) 박사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아직까지 승인된 HER2 표적 치료제가 없다"면서 "이번 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엔허투는 이러한 환자를 위한 새로운 표준 치료가 될 잠재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렌비마, 간세포암에서 유의한 종양반응률 기록
MSD와 에자이(Eisai)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에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렌비마(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 병용요법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병용요법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종양반응률을 보였다.
KEYNOTE-524 연구는 이전에 전신요법을 받지 않은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렌비마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1b상 임상시험이다.
분석 결과 RECIST v1.1 criteria per IIR를 사용했을 때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은 36%, 완전관해율 1%, 부분관해율 35%, 반응기간 중앙값 12.6개월이었다. 또한 mRECIST criteria per IIR을 사용해 평가했을 때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은 46%, 완전관해율 11%, 부분관해율 35%, 반응기간 중앙값 8.6개월이었다.
머크연구소 종양학임상연구 부사장 조나단 쳉(Jonathan Cheng) 박사는 "키트루다와 렌비마로 입증된 종양반응률은 특정 유형의 간세포암종에서 이 병용요법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면서 "키트루다와 렌비마 병용은 광범위한 종양학 연구 프로그램의 중요한 기둥이며, 여러 유형의 암과 질병 단계에 걸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레센자, 크리조티닙보다 개선된 5년 생존율로 주목
로슈(Roche)의 알레센자(Alecensa, 성분명 알렉티닙)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크리조티닙 대비 높은 5년 전체 생존율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3상 연구인 ALEX 연구의 업데이트 결과에 따르면 알레센자 치료군의 5년 생존율은 62.5%인 반면 크리조티닙군은 4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센자군의 치료기간 중앙값이 더 길었음에도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데이터와 일관되고 유리했다.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는 아직 도달되지 않았으나 기준 시점ㅇ네 중추신경계(CNS) 전이가 있었던 환자(크리조티닙 대비 사망 위험 42% 감소)와 없었던 환자(크리조티닙 대비 사망 위험 24% 감소) 모두에서 혜택을 보였다.
로슈의 최고 의학책임자이자 글로벌 제품 개발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이러한 데이터는 ALK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치료로 알레센자를 지지한다"면서 "중요한 점은 중추신경계 전이가 있거나 없는 사람들에게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혜택을 보였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타그리소 보조요법, 질병 재발 및 사망 위험 80% 줄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도 3상 임상인 ADAURA 연구에서 인상적인 데이터를 내놨다. EGFR 변이가 있는 IB~IIIA기 비소세포폐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그리소를 썼을 때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80% 가량 줄었다.
1차평가변수는 II~IIA기 환자에서의 무병생존율(DFS)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그리소를 투여하면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83% 감소했다. 주요 2차평가변수인 전체 임상시험 모집단(IB~IIIA)에서 DFS 결과는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79% 감소함을 보여줬다.
2년 후 타그리소 치료군의 89%, 위약군의 53%가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생존을 유지했다. 또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와 수술만 받은 환자, 아시아인 및 비아시아인을 포함한 모든 하위그룹에서 일관된 무병생존 결과가 나타났다.
데이터 컷오프 시점에서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는 타그리소에 유리했지만 아직 도달되지 않았고, 현재 2차평가변수로 전체 생존기간을 계속해서 평가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예일암센터(Yale Cancer Center) 로이 허브스트(Roy S. Herbst) 박사는 "성공적인 수술 후 보조 화학요법으로 치료한 뒤에도 재발률이 높은 초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변화를 가져왔다. 타그리소는 이 환경에서 환자의 진료 방식을 바꾸고 환자의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